하베스트 문 3
하베스트 문 3 (Harvest Moon 3 Gbc USA) · Nats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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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물리치는 게임도 아니고, 목숨이 줄어드는 게임도 아닙니다. 아침에 일어나 밭에 물을 주고, 가축을 돌보고,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들어가 잠드는 것이 하루의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하루가 반복되는 동안 황무지 같던 밭이 작물로 채워지고, 어느 순간 그만두기 어려워집니다. 이 장르가 사람을 붙잡는 방식입니다.
하베스트 문 3(Harvest Moon 3)은 물려받은 농장을 일궈 나가는 생활 시뮬레이션입니다. 게임 안에는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뀝니다. 봄에 심어야 하는 작물이 있고 여름에만 자라는 작물이 있으며, 겨울에는 밭에서 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플레이어는 정해진 기한 안에 농장을 어느 수준까지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하루를 어떻게 쓰느냐의 게임
이 게임의 유일한 제약은 시간입니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일을 할수록 체력이 줄어듭니다. 체력이 바닥나면 쓰러져 하루를 통째로 날리므로, 무리해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입니다.
그래서 처음 하는 사람이 배워야 할 것은 우선순위입니다. 물을 안 주면 작물이 말라 죽고, 가축을 안 돌보면 수확이 줄어듭니다. 이 두 가지는 매일 해야 하는 고정 일과입니다. 밭을 넓히거나 도구를 손보는 것은 그다음이고,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여유가 있을 때 하는 일입니다.
흔한 실수가 밭을 너무 빨리 넓히는 것입니다. 씨앗값도 들지만 무엇보다 물 주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감당 못 할 넓이를 벌려놓으면 매일 물 주다가 하루가 끝나고, 다른 일을 아무것도 못 하게 됩니다. 물뿌리개 같은 도구를 먼저 손보고 나서 넓히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작물과 가축, 무엇으로 벌 것인가
돈을 버는 길은 크게 둘입니다. 작물을 길러 파는 쪽과 가축에서 나오는 것을 파는 쪽입니다. 작물은 초기 비용이 적고 회수가 빠르지만 계절을 타고 매일 손이 갑니다. 가축은 사들이는 데 목돈이 들지만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꾸준히 수입이 들어옵니다.
초반에는 작물로 종잣돈을 모으고, 어느 정도 모이면 가축 쪽으로 넓히는 흐름이 무난합니다. 계절이 바뀌는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절이 끝나면 그 계절 작물은 자라던 것까지 못 쓰게 되니, 계절 끝자락에는 자라는 데 걸리는 날짜를 계산해서 심어야 합니다.
산이나 들에서 주울 수 있는 것들도 무시할 게 못 됩니다. 밭에서 나는 것이 아직 없는 초반에는 이런 수입이 꽤 큽니다. 시간이 남을 때 한 바퀴 돌아보는 습관이 초반을 넘기는 데 도움이 됩니다.
휴대용 기기에 옮기면서
이 시리즈는 원래 가정용 기기에서 시작했습니다. 화면이 작아지고 색이 줄어든 휴대용판은 그림의 정보량이 훨씬 적습니다. 밭 한 칸이 어떤 상태인지, 물을 줬는지 안 줬는지를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순간이 생깁니다.
대신 이 장르는 휴대용과 궁합이 좋습니다. 한 번에 오래 붙잡지 않아도 되고, 게임 속 하루 단위로 끊어서 하기가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잠깐 켜서 물 주고 가축 돌보고 끄는 식으로 진행해도 게임이 망가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시리즈가 휴대용 기기에서 꾸준히 나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장르가 놓인 자리
농장 생활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는 지금은 흔하지만, 이 시리즈가 나오던 시기에는 드문 형태였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이 없고, 끝을 향해 달려가지도 않는 게임이 팔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이 시리즈의 자리입니다. 이후 나온 수많은 농장 게임이 여기서 뼈대를 가져갔습니다.
국내에서는 정식 발매보다 입소문으로 퍼진 쪽에 가깝습니다. 화려하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한번 시작하면 며칠을 붙잡게 되는 게임이라, 해 본 사람이 주변에 권하는 식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 처음 잡아 보신다면 첫 계절은 욕심내지 말고 작은 밭 하나를 제대로 굴려보시기를 권합니다. 그 한 계절만 넘기면 나머지는 저절로 굴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