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이야기 GB3
목장이야기 GB3 보이 미츠 걸 (Bokujou Monogatari gb3 Boy Meets Girl Japan) · 2000 · Victor Interactive Softw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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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좋은 게임
이 게임에는 물리쳐야 할 마왕도, 세계를 구할 임무도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밭에 물을 주고, 닭에게 모이를 던지고, 잡초를 뽑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드는 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그 반복이 이상하게 손을 놓기 어렵습니다. 오늘 심은 씨앗이 며칠 뒤에 열매가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일이 궁금해서 계속 하게 됩니다.
게임보이 컬러의 작은 화면과 단순한 색 몇 개로 그려진 밭인데도, 작물이 자라 수확할 때가 되면 묘하게 뿌듯합니다. 화려한 것 하나 없는 화면인데 계절이 바뀌고 밭 모양이 달라지는 것만으로 시간이 쌓이는 느낌을 줍니다.
어떤 게임인가
목장이야기 GB3(Bokujou Monogatari GB3: Boy Meets Girl)는 물려받은 농장을 일구며 살아가는 생활 시뮬레이션입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어 작물을 키우고, 소와 닭 같은 가축을 돌보고, 산과 강에서 재료를 모으고, 그렇게 번 돈으로 농장을 넓혀 갑니다.
하루는 정해진 시간 안에 흘러가고,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돌아갑니다. 계절마다 심을 수 있는 작물이 다르기 때문에, 다음 계절이 오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 둘지 미리 계산하는 것이 이 게임의 실질적인 전략이 됩니다.
하루를 어떻게 쓸 것인가
체력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을 단순한 반복 작업과 갈라놓습니다. 괭이질과 물뿌리개질은 모두 체력을 소모하고, 체력이 바닥나면 쓰러져서 하루를 통째로 날립니다. 그래서 밭을 얼마나 넓힐지부터가 판단입니다. 욕심내서 밭을 크게 벌리면 물 주다가 하루가 끝나 버립니다.
도구를 강화하면 한 번에 여러 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체력 소모가 확 줄어듭니다. 초반에 고생하며 모은 돈을 도구에 먼저 투자할지 가축에 투자할지, 이 선택이 중반 이후의 여유를 갈라놓습니다.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
농장 바깥에는 마을이 있고,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갑니다. 매일 말을 걸고 좋아하는 물건을 선물하면 호감도가 오르고, 관계가 깊어지면 대화 내용이 달라집니다. 축제 날에는 마을 전체가 모여서 행사를 열고, 참여하면 평소에 못 보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제목에 붙은 대로 이 작품은 사람과의 만남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결혼 상대를 정하고 관계를 쌓아 가는 과정이 농사만큼이나 중요한 목표가 되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작물보다 이쪽을 먼저 신경 쓰며 하루 동선을 짭니다.
휴대기기에 잘 맞는 리듬
이 시리즈가 휴대용 기기와 잘 어울리는 이유는 게임 속 하루가 짧기 때문입니다. 오늘 할 일을 마치고 잠들면 한 구간이 끝나므로, 잠깐 짬이 났을 때 하루치만 진행하고 덮어도 아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밭은 넓어져 있고, 축사에는 가축이 늘어 있고, 마을 사람들과의 대화도 달라져 있습니다. 특별한 사건 없이 시간만 쌓았을 뿐인데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농장이 되어 있는 것, 그게 이 게임이 주는 가장 확실한 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