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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시온

헥시온 (Hexion Japan Ver Jab) · 1992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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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스의 블록은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줄이 반듯한 가로선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 칸을 육각형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육각형은 위아래로 반듯하게 줄을 세울 수 없기 때문에, 완성되는 줄이 지그재그로 꺾여 나갑니다. 테트리스를 아무리 많이 해 본 사람이라도 처음에는 어디가 한 줄인지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헥시온(Hexion)은 육각형 타일로 만들어진 조각이 떨어지는 낙하 퍼즐 게임입니다. 조각을 좌우로 옮기고 회전시켜 아래에 쌓고, 같은 줄이 빈틈없이 채워지면 그 줄이 사라집니다. 쌓인 것이 화면 위쪽에 닿으면 끝나는 기본 구조는 익숙하지만, 육각형이라는 형태 하나가 그 익숙함을 통째로 흔들어 놓습니다.

헥시온 퍼즐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2)

지그재그로 줄을 읽는 법

처음 이 게임을 하면 대부분 세로 방향으로 눈이 갑니다. 그런데 육각형이 벌집처럼 어긋나게 맞물려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세로줄은 실제로는 이어져 있지 않습니다. 완성해야 하는 줄은 좌우로 한 칸씩 어긋나며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 적응하는 첫 단계는 시선을 바꾸는 일입니다. 반듯한 가로선을 찾지 말고, 지그재그로 꺾이는 흐름을 따라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되기 시작하면 갑자기 화면이 다르게 보이고, 그전까지 왜 줄이 안 지워졌는지도 이해가 됩니다.

회전도 다릅니다. 육각형 조각은 회전할 때 사각형 블록과 다른 방식으로 자리를 바꾸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회전 결과를 미리 그리는 감각을 새로 익혀야 합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조각이 내려오기 시작할 때 미리 회전을 끝내 두고, 마지막에는 위치만 조정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헥시온 퍼즐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2)

여러 모양의 판

이 게임에는 기본 모드 외에 판의 형태가 다른 모드가 더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로로 넓게 퍼진 판, 세로로 길게 뻗은 판, 그리고 비스듬히 기울어진 형태의 판이 있습니다. 같은 규칙인데도 판 모양이 달라지면 요구되는 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뀝니다.

넓은 판에서는 조각을 멀리 보낼 수 있는 대신 한 줄을 채우는 데 필요한 조각 수가 늘어납니다. 그래서 여유는 있지만 한 번의 실수로 생긴 빈칸을 메우기가 오래 걸립니다. 반대로 긴 판에서는 한 줄이 짧아 금방 지워지지만, 쌓이는 속도도 빨라 판단할 시간이 적습니다. 기울어진 판은 지그재그 감각이 이미 몸에 붙은 뒤에 손대는 편이 낫습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가장 흔한 실패는 한쪽 구석을 비워 두는 것입니다. 육각형 판에서는 구석에 생긴 빈칸을 메우기가 사각형 판보다 까다롭습니다. 조각이 놓일 수 있는 방향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화려하게 여러 줄을 노리기보다, 빈칸을 만들지 않고 낮게 평평하게 유지하는 데만 집중하는 편이 훨씬 오래 버팁니다.

두 번째는 속도입니다. 레벨이 오를수록 조각이 빨리 떨어지므로, 어느 시점부터는 보고 나서 판단할 시간이 사라집니다. 그때는 다음 조각을 확인하고 미리 놓을 자리를 정해 두는 습관이 유일한 대응입니다. 조각이 내려온 뒤에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세 번째는 욕심입니다. 여러 줄을 한꺼번에 지우려고 한쪽에 깊은 골을 파 두면, 육각형 판에서는 그 골에 딱 맞는 조각이 나올 확률이 사각형 판보다 낮습니다. 안정적으로 한 줄씩 처리하는 쪽이 결과적으로 점수도 높게 나옵니다.

코나미가 낸 특이한 한 판

이 게임은 코나미가 1992년에 일본 오락실용으로만 내놓은 작품입니다. 원래 다른 사람이 고안한 육각형 낙하 퍼즐을 정식으로 가져와 아케이드로 만든 것으로, 코나미가 자기네 마스코트들을 화면 곳곳에 넣어 놓은 것도 눈에 띕니다. 펭귄과 모아이 석상, 트윈비 같은 얼굴들이 얼굴을 비칩니다.

1992년의 오락실은 대전 격투 게임이 자리를 다 차지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틈에서 일본 국내 전용으로 조용히 나온 이 퍼즐 게임은 크게 퍼지지 못했고, 한국 오락실에서 만나기는 더욱 어려웠습니다. 한국에서 낙하 퍼즐이라 하면 테트리스와 그 변형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육각형이라는 낯선 형태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넓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해 보면 이 게임이 왜 만들어졌는지는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낙하 퍼즐이라는 완성된 틀에서 칸의 모양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익숙한 실력이 전부 초기화되고 처음부터 배우는 감각이 돌아옵니다. 테트리스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헤매게 되는, 얄궂고 재미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