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 엑스트라 믹스
댄스 댄스 레볼루션 엑스트라 믹스 (Dance Dance Revolution Extra Mix) · 2002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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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오락실 입구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기계는 총도 자동차도 아니었습니다. 커다란 발판 두 개가 붙은 기계 앞에서 사람들이 쿵쿵 소리를 내며 뛰고 있었고, 그 주위로 구경꾼이 겹겹이 둘러섰습니다. 잘하는 사람이 한 판을 돌리면 박수가 터졌고, 못 하는 사람은 두 곡을 못 넘기고 내려왔습니다. 오락실이라는 공간이 "앉아서 하는 곳"에서 "서서 구경당하는 곳"으로 바뀐 순간이었고, 그 변화를 만든 게 바로 이 시리즈입니다.
DDR 엑스트라 믹스(Dance Dance Revolution Extra Mix)는 코나미의 발판 리듬 게임을 가정용 기기로 옮긴 판본입니다. 화면 위쪽에 고정된 기준선이 있고, 아래에서 위쪽·아래쪽·왼쪽·오른쪽 네 방향 화살표가 음악에 맞춰 흘러 올라옵니다. 화살표가 기준선에 겹치는 순간 그 방향 발판을 밟으면 판정이 나오고, 정확도에 따라 퍼펙트·그레이트·굿·부·미스로 나뉩니다. 밟는 것을 여러 번 놓치면 화면 위쪽의 게이지가 줄고, 게이지가 바닥나면 곡 도중에 그대로 끝납니다.
한 판이 어떻게 흘러가는가
동전을 넣으면 먼저 곡을 고르고, 그다음 난이도를 고릅니다. 낮은 난이도에서는 화살표가 박자의 큰 단위로만 떨어져서 걷듯이 밟으면 되지만, 난이도를 올리면 8분음표·16분음표 단위로 화살표가 쏟아지고 두 개가 동시에 오는 구간도 나옵니다. 한 곡이 끝나면 정확도에 따라 등급이 나오고, 게이지를 지켜 냈으면 다음 곡으로 넘어갑니다. 보통 한 크레딧에 세 곡 안팎을 돌리는 구성이라, 마지막 곡을 어려운 것으로 고를지 안전한 것으로 고를지가 늘 고민거리였습니다.
조작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몸 전체를 쓰는 게임입니다. 발만 움직이면 될 것 같아도, 화살표가 빨라지면 중심을 잡는 일이 더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일수록 발을 크게 들지 않고, 발판 가운데에 무게중심을 두고 발끝만 옮깁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화면을 보지 않고 발판을 내려다보는 것인데, 이러면 다음에 올 화살표를 읽을 수 없어 반드시 늦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먼저 벽에 부딪히는 곳은 좌우 화살표가 번갈아 나오는 구간입니다.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밟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이 좌우로 흔들리고, 그 상태에서 위쪽이나 아래쪽 화살표가 끼어들면 발이 꼬입니다. 요령은 좌우를 밟을 때 몸통을 돌리지 않고 어깨를 화면 쪽으로 고정한 채 발만 벌리는 것입니다. 발판 뒤쪽 손잡이가 있는 기계라면 손잡이를 가볍게 잡는 것만으로도 중심 잡기가 훨씬 편해집니다.
두 번째 벽은 같은 방향이 연달아 두세 번 나오는 구간입니다. 한쪽 발로 계속 밟으려 하면 박자가 밀리기 때문에, 같은 화살표라도 양발을 번갈아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 습관을 들이면 발이 늘 다음 화살표 근처에 있게 되어 이동 거리가 줄고, 어려운 곡에서도 여유가 생깁니다.
판정에 관해서는, 정확히 겹칠 때가 아니라 화살표가 기준선에 닿기 아주 조금 전에 발을 내리기 시작해야 맞습니다. 발이 발판에 닿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걸 몸으로 익히는 게 초보와 중급자를 가르는 지점입니다.
가정용판이 오락실판과 다른 점
오락실 기계의 금속 발판은 무겁고 반응이 확실하지만, 가정용으로 나온 매트는 얇고 미끄러워서 같은 곡이라도 훨씬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집에서 하는 사람들은 매트 대신 그냥 패드의 방향키로 하는 경우도 많았고, 이렇게 하면 손가락만 쓰기 때문에 오락실에서는 엄두도 못 낼 난이도까지 올라갑니다. 발로 하는 것과 손으로 하는 것이 사실상 다른 게임처럼 갈라지는 게 이 시리즈의 재미있는 점입니다.
대신 가정용판에는 오락실에서 누리기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한 곡을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고, 어려운 구간만 골라 느린 속도로 익힐 수 있습니다. 오락실에서 남들 앞에 서기 전에 집에서 조용히 연습해 오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고, 그 차이가 오락실에서 곧바로 드러났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에서 이 계열의 게임은 대개 "디디알"이라는 세 글자로 통했습니다. 코나미 정품 기계뿐 아니라 비슷한 발판 기계가 여럿 들어왔고, 오락실마다 기계 상태가 제각각이라 어떤 곳은 발판 한 칸이 잘 안 먹혀서 그 방향만 유독 미스가 나기도 했습니다. 단골들은 어느 오락실 몇 번 기계의 어느 발판이 죽었는지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잘하는 사람 한 명이 붙으면 뒤에 줄이 서고, 그 사람이 내려올 때까지 아무도 동전을 넣지 않았습니다. 오락실이 조용히 혼자 하는 곳이던 시절을 끝내고, 음악과 사람 소리가 섞인 공간으로 만든 것이 이 게임의 진짜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