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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 런던 1969

GTA 런던 1969 (Grand Theft Auto London 1969) · 1999 · Rock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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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테이션에 확장팩이라는 물건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게임은 원본 GTA 디스크를 먼저 넣어 확인시킨 다음 교체해서 돌리는 방식이었고, 콘솔에서 그런 식으로 판매된 사실상 최초의 추가 디스크였습니다. PC에서나 있던 확장팩 개념을 가정용 게임기에 그대로 옮겨 놓은 셈입니다.

GTA 런던 1969(Grand Theft Auto London 1969)는 초대 GTA의 시스템을 그대로 쓰면서 무대와 시대만 바꾼 확장판입니다. 미국 도시 대신 1960년대 런던이 무대이고, 새 임무 서른두 개와 그 시대에 맞춘 차량 서른 종가량이 들어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 차를 훔쳐 타고 임무를 받아 목표 금액을 채우는 흐름은 원작과 같습니다.

GTA 런던 1969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9)

원작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3D로 넘어간 이후의 GTA만 아는 사람이라면 초기작의 화면이 낯설 수 있습니다. 시점은 하늘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형태이고, 캐릭터는 작은 점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대로 돌아다니고, 눈에 띄는 차는 아무거나 문을 열어 끌어내 타고, 경찰에게 쫓기면 도망친다는 이 시리즈의 본질은 이때 이미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런던판이 바꾼 것은 분위기입니다. 도로가 좌측통행으로 되어 있어, 원작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처음에는 계속 반대 차선으로 달리다 정면충돌합니다. 차량도 그 시절 영국 도로에 어울리는 형태로 바뀌었고, 전체적인 색감과 음악, 대사의 말투가 60년대 영국 범죄물의 정서를 흉내 냅니다. 시스템은 그대로인데 앉아 있는 자리가 완전히 달라진 느낌을 줍니다.

GTA 런던 1969 어드벤처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1999)

임무와 진행 요령

한 지역을 넘어가려면 정해진 점수를 채워야 합니다. 점수는 임무를 해내서 받는 보상이 주된 원천이지만, 차를 훔쳐 팔거나 연속으로 난동을 부려 배수를 쌓는 방식으로도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무가 잘 안 풀릴 때는 잠시 임무를 접고 점수를 다른 방법으로 채워 넘어가는 선택지가 열려 있습니다.

임무 자체는 대부분 어딘가로 가서 무언가를 하고 돌아오는 형태입니다. 문제는 이동입니다. 초기 GTA는 목적지까지 길을 안내해 주는 장치가 빈약해서, 화면 구석의 작은 지도와 화살표에 의존해 감으로 달려야 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목적지 방향만 보고 직진하다 강이나 막다른 골목에 갇히는 것입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큰 도로를 타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차 선택도 실력입니다. 눈에 보이는 첫 차를 타는 습관을 들이면 임무 중간에 굼뜬 차로 추격을 당하게 됩니다. 임무를 받기 전에 미리 빠른 차를 확보해 두는 것이, 이 시리즈 어느 작품에서나 통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령입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

경찰이 붙는 순간이 고비입니다. 초기 GTA에서 수배 단계가 올라가면 경찰차가 정면으로 들이받아 차를 멈춰 세우려 들고, 차에서 내린 상태로 포위되면 사실상 끝입니다. 도망칠 때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기보다 넓은 길을 타고 거리를 벌린 뒤, 도색소를 찾아 수배를 지우는 편이 확실합니다.

또 하나는 목숨 관리입니다. 이 시절 GTA는 회복 수단이 넉넉하지 않아 한 번 크게 다치면 그 판 전체가 위태로워집니다. 무리한 난동으로 배수를 쌓다가 정작 임무를 못 마치는 일이 잦으니, 점수가 여유 있을 때만 욕심을 내는 것이 좋습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위치

이 확장판은 GTA가 아직 위에서 내려다보는 작은 게임이던 시절의 마지막 무렵에 놓여 있습니다. 이후 시리즈는 시점을 3D로 바꾸며 완전히 다른 규모의 게임이 되었고, 그래서 런던 1969는 초기 GTA의 문법이 가장 잘 다듬어진 형태로 남아 있는 편입니다. 무대를 미국 밖으로 옮긴 본편 계열 작품이 사실상 이것뿐이라는 점도 특이합니다.

한국에서는 초기 GTA가 오락실보다 PC판과 잡지 부록을 통해 알려졌고, 플레이스테이션판은 그보다 접점이 적었습니다. 특히 원본 디스크를 요구하는 확장판이라는 성격 탓에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구해 돌려 본 사람은 더욱 드물었습니다. 뒷날 시리즈가 크게 성공한 뒤에야 이런 물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거꾸로 알려진, 조금 특이한 위치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