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I. 베이스볼 3 메가드라이브판
R.B.I. 베이스볼 3 (R B I Baseball 3 USA) · 1991 · Te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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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게임에 실명 선수가 나오던 시절
지금이야 스포츠 게임에 실제 선수 이름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8비트·16비트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야구 게임은 팀 이름만 도시명으로 얼버무리고 선수는 등번호로 처리했습니다. 그 와중에 이 시리즈는 선수 노조와 계약을 맺고 실제 선수 이름을 넣었습니다.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 이름이 진짜 그 선수라는 사실 하나가 당시에는 대단한 셀링 포인트였습니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에 오면서 수록 선수와 팀이 늘고, 화면 구성도 정리되었습니다. 투수와 타자를 마주 보게 놓은 익숙한 화면에서 공을 던지고 치는 기본은 그대로 두면서, 세부적인 부분을 다듬은 쪽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R.B.I. 베이스볼 3(R.B.I. Baseball 3)은 메가드라이브용 야구 게임입니다. 팀을 골라 한 경기를 치르거나 시즌을 이어 가는 구성이고, 공격에서는 타격과 주루를, 수비에서는 투구와 송구를 조작합니다. 야구 게임의 문법을 처음 만드는 시기의 작품이라 조작이 단출하고, 그래서 처음 잡는 사람도 몇 타석이면 감을 잡습니다.
투수 쪽 조작이 이 시리즈의 특징입니다. 공을 던진 뒤에도 방향키로 공의 궤적을 어느 정도 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흘려 보내거나, 한가운데로 오는 척하다가 바깥으로 빼는 식의 수싸움이 이 조작 하나에서 나옵니다. 반대로 타자를 할 때는 이 휘어짐을 읽고 방망이를 내야 하니, 초구부터 크게 휘두르는 습관을 버리는 것이 먼저입니다.
타격과 수비의 요령
타격에서는 방망이를 대는 위치보다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공이 홈플레이트 근처에 왔을 때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조금 이르게 시작해야 제대로 맞습니다. 이 감각을 잡기 전까지는 파울만 계속 나가는데, 파울 몇 개 치면서 투수가 던지는 공의 속도를 몸에 익히는 것이 실질적인 연습입니다.
수비는 공이 뜨거나 굴러가면 가장 가까운 야수가 자동으로 선택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실수가 나오는 지점은 송구입니다. 어느 베이스로 던질지 버튼으로 지정하는데, 급한 마음에 엉뚱한 곳으로 던져 주자를 살려 주는 일이 잦습니다. 타구가 뜨는 순간 어디로 던질지 미리 정해 두는 습관이 실점을 줄여 줍니다.
주루도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안타를 치고 나서 자동으로 멈춰 주지 않으므로, 한 베이스를 더 갈지 말지를 직접 판단해야 합니다. 외야 깊숙이 굴러가는 타구라면 과감하게 돌리고, 야수 정면으로 간 타구라면 욕심을 접는 것이 기본입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위치
이 시리즈는 원래 오락실 야구 게임의 흐름에서 출발해 가정용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1편이 실명 선수라는 무기로 이름을 알렸고, 2편에서 팀과 선수 폭이 넓어졌으며, 3편에 와서 수록 규모가 가장 커졌습니다. 조작 체계 자체는 세 편이 비슷해서, 앞 작품을 해 본 사람이라면 바로 적응할 수 있습니다.
메가드라이브판은 8비트 기기판보다 화면이 깔끔하고 선수 그림이 큽니다. 같은 게임을 두 기기에서 비교해 보면 색과 소리에서 차이가 뚜렷하게 납니다. 다만 게임의 뼈대는 같아서, 화려한 연출이나 복잡한 시스템을 기대하고 켜면 담백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오래 붙잡게 되는 이유
요즘 야구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 보면 기능이 부족해 보입니다. 세밀한 수비 시프트도 없고, 선수 성장도 없습니다. 그런데 막상 두 사람이 붙어 한 경기를 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투수가 공을 휘게 만들고 타자가 그것을 읽는 단순한 싸움이 계속 반복되면서, 서로의 버릇을 읽는 심리전이 생깁니다.
혼자 할 때도 시즌을 돌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경기가 짧게 끝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다음 경기를 켜게 되고, 그러다 보면 특정 타자가 유난히 잘 맞는다든가 어떤 투수가 잘 안 맞는다든가 하는 나름의 데이터가 쌓입니다. 실명 선수라는 점이 여기서 다시 힘을 발휘합니다. 이름을 아는 선수가 잘 치면 기분이 다릅니다.
한국에서의 자리
한국에서 야구 게임은 언제나 인기 장르였습니다. 다만 이 시리즈는 미국 프로 리그를 다루다 보니, 국내 프로 야구 팀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낯선 이름들이 줄줄이 나오는 화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조작이 쉽고 한 경기가 빨리 끝나서, 야구 규칙만 알면 누구나 붙을 수 있는 게임으로 통했습니다.
두 사람이 컨트롤러를 하나씩 잡고 앉으면 시간이 잘 갔습니다. 9회까지 가는 접전이 나오면 마지막 타석에서 손에 땀이 나는 그 감각이, 화면이 단순하든 말든 상관없이 그대로 살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