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디아
가르디아 (Gardia 317 0006) · 1986 · Core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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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우스의 그늘에서 나온 슈팅
1980년대 중반 세로 스크롤 슈팅을 만들려는 회사에게 제비우스는 피할 수 없는 기준이었습니다. 공중의 적은 총으로, 땅 위의 목표는 폭탄으로 따로 처리한다는 그 구조가 워낙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가르디아도 그 틀을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위쪽 하늘에서는 총알을 흩뿌리고, 아래 지상에서는 미사일을 한 발씩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두고 제비우스를 대놓고 따라간 작품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닙니다.
다만 그 시절에는 잘 만든 아류작도 나름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오락실 손님은 제비우스와 똑같은 감각을 조금 다른 그림으로 다시 즐기고 싶어 했고, 가르디아 같은 게임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가르디아(Gardia)는 비행기 한 대를 몰고 위로 흐르는 화면을 거슬러 올라가는 세로 스크롤 슈팅입니다. 조작은 8방향 레버와 버튼 두 개로, 하나는 공중용 연사이고 다른 하나는 지상용 미사일입니다. 연사는 마음껏 눌러도 되지만 미사일은 화면에 한 발씩만 나가기 때문에, 지상 목표를 노릴 때는 조준하는 순간의 위치 판단이 중요합니다.
진행하다 보면 파워업 아이템이 나옵니다. 이걸 모으면 화력이 세지고 방어력도 올라가서, 초반의 앙상한 기체가 점점 든든해집니다. 슈팅에서 흔한 구조지만, 이 게임에서는 파워업 여부가 체감 난이도를 크게 갈라놓습니다. 아이템을 놓치고 맨몸으로 들어간 구간은 유난히 버겁게 느껴집니다.
스테이지는 넷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구역의 중간과 끝에는 덩치 큰 목표가 기다립니다. 넷을 다 넘기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반복되는, 그 시절 슈팅의 전형적인 구성입니다. 그래서 진짜 승부는 한 바퀴를 도는 것보다 얼마나 더 여러 바퀴를 버티느냐에 있습니다.
두 버튼을 나눠 쓰는 감각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헤매는 지점은 버튼 두 개를 동시에 쓰는 일입니다. 공중의 적을 쫓다 보면 지상 포대가 쏘아 올리는 탄에 맞고, 지상을 정리하다 보면 위에서 내려온 편대에 당합니다. 위아래를 번갈아 보는 눈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이 게임이 유난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요령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지상 포대는 가만두면 계속 탄을 쏘아 올리니 초반에 미사일로 없애 두는 편이 안전하고, 그냥 지나가는 공중 편대는 굳이 다 잡지 않고 흘려보내도 됩니다. 점수 욕심을 내다가 위치가 나빠지는 것이 가장 흔한 사고입니다.
또 하나는 화면 아래쪽에 머무르는 습관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적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피할 시간이 짧아집니다.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앞을 넓게 보면서 필요할 때만 올라가는 편이 오래 버팁니다.
만든 곳과 기판 이야기
가르디아는 코어랜드가 만들었습니다. 코어랜드는 자기 이름을 크게 내걸기보다 다른 회사의 기판에 게임을 얹어 내는 일을 많이 한 개발사였고, 이 게임 역시 세가의 시스템 1 기판에서 돌아갑니다. 이 기판은 밝고 또렷한 색감이 특징이라, 가르디아의 하늘과 지형도 같은 시기 다른 슈팅보다 화사한 인상을 줍니다.
이렇게 개발사와 기판 공급사가 다른 구조는 그 시절 일본 오락실 업계에서 흔한 일이었습니다. 기판을 가진 큰 회사가 유통을 맡고, 작은 개발사가 게임을 채우는 분업이었습니다. 코어랜드는 그런 자리에서 꾸준히 일하며 여러 장르를 오갔고, 나중에는 이름을 바꿔 활동을 이어 갔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국내에서 가르디아는 이름을 남긴 게임이 아닙니다. 같은 시기에 훨씬 널리 깔린 슈팅이 많았고, 제비우스와 닮았다는 점이 오히려 굳이 이걸 찾아 할 이유를 줄였습니다. 동네 오락실 구석에 한 대 놓여 있으면 해 보는 정도였고, 그래서 따로 부르던 별명도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오히려 그 무난함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요구하는 손놀림이 극단적이지 않고, 규칙도 몇 판이면 이해됩니다. 화려한 탄막에 지친 눈으로 보면, 하늘과 땅을 나눠 보는 이 단순한 재미가 아직 유효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