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건딜러 94

건딜러 94 (Gun Dealer 94) · 1994 · Dooyong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테트리스가 오락실을 휩쓸던 시절, 블록 대신 트럼프 카드를 떨어뜨린 게임이 있었습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네모 조각이 아니라 스페이드와 하트가 그려진 카드이고, 줄을 맞추는 게 아니라 포커 족보를 만들어야 사라집니다. 화투나 카드 놀이가 어른들 사이에서 익숙하던 나라에서, 그 규칙을 낙하 퍼즐에 얹은 발상은 꽤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건딜러 94(Gun Dealer '94)는 국내 업체 두용이 만든 낙하형 퍼즐입니다. 화면 위에서 카드가 내려오고, 플레이어는 그것을 원하는 자리에 쌓아 포커의 족보를 완성해 지웁니다. 같은 회사가 몇 해 앞서 낸 전작을 손본 판이며, 가장 큰 변화는 두 사람이 서로를 방해하며 겨루는 대전이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건딜러 94 퍼즐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4)

카드로 하는 낙하 퍼즐

조작은 낙하 퍼즐의 문법 그대로입니다. 좌우로 옮기고, 아래로 눌러 빨리 떨어뜨립니다. 다른 점은 지우는 조건입니다. 같은 모양을 줄로 맞추는 게 아니라, 같은 무늬를 모으거나 숫자를 이어 붙이거나 같은 숫자를 겹치는 식으로 카드 놀이의 조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판단이 갈립니다. 작은 조합은 만들기 쉽지만 점수가 적습니다. 큰 조합은 점수가 크지만 완성하기 전에 자리를 많이 잡아먹고, 원하는 카드가 안 나오면 그 자리가 그대로 짐이 됩니다. 안전하게 조금씩 지울지, 판을 반쯤 채워 놓고 큰 것을 노릴지가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한 판에 주어지는 카드의 수는 정해져 있습니다. 다 쓰고 나서 화면에 남은 카드는 오히려 점수를 깎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큰 조합만 노리다가는 남은 카드가 잔뜩 쌓인 채로 판이 끝나 손해를 봅니다. 이 규칙 때문에 게임의 흐름이 앞부분과 뒷부분에서 확 달라집니다. 초반에는 여유 있게 큰 것을 노리고, 카드가 얼마 안 남은 뒤에는 남은 것부터 급히 정리하는 식입니다.

혼자 할 때와 둘이 할 때

혼자 하는 판은 차분한 계산 게임에 가깝습니다. 남은 카드 수를 세면서 지금 벌여 놓은 조합을 마무리할 수 있는지 따지고, 안 되겠다 싶으면 작게 끊어 지웁니다. 화면이 급하게 차오르지 않으므로 시간에 쫓기기보다 판을 짜는 재미가 앞섭니다.

둘이 붙으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됩니다. 좋은 조합을 지우면 상대 화면에 카드가 넘어가서 상대가 짜 놓은 배치를 헝클어 놓습니다. 그러니 이쪽에서 큰 것을 준비하는 동안 상대가 먼저 지워 버리면, 애써 비워 둔 자리에 엉뚱한 카드가 떨어져 계획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대전에서는 상대 화면을 봐야 합니다. 상대가 자리를 많이 비워 두고 무언가를 모으는 중이라면, 작은 조합이라도 빨리 지워서 방해를 넣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상대 화면이 이미 높이 차 있으면, 이쪽은 급할 것 없이 큰 것을 완성해 한 번에 끝내면 됩니다. 판이 짧고 결판이 빠르게 나는 편이라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계속 붙기에 좋았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수는 카드를 아무 데나 놓는 것입니다. 낙하 퍼즐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일단 낮은 곳부터 채우려 하는데, 이 게임에서는 그러면 나중에 조합을 만들 자리가 없어집니다. 무늬별로 혹은 숫자대별로 자리를 미리 정해 놓고, 그 구역에 맞는 카드를 모으는 식으로 시작하는 편이 훨씬 정리가 잘 됩니다.

두 번째는 남은 카드 수를 안 보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화면이 꽉 차서 끝나는 것보다, 카드를 다 쓰고도 정리하지 못해 점수가 깎이는 쪽으로 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반쯤 지났다 싶으면 벌여 놓은 것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조작을 서두르는 것입니다. 카드가 내려오는 속도가 초반에는 여유로우므로, 손을 급하게 놀리기보다 어디에 놓을지 정하고 나서 옮기는 편이 실수가 적습니다. 잘못 놓은 카드 한 장이 나중에 조합 하나를 통째로 막습니다.

두용과 그 시절 국내 기판

1990년대 초중반 국내에는 자체 기판을 만들어 오락실에 공급하던 업체가 여럿 있었습니다. 두용도 그중 하나로, 슈팅과 퍼즐을 꾸준히 내놓았습니다. 당시 국내 업체들의 작품은 대개 크게 두 갈래였는데, 하나는 인기 있던 일본 게임의 문법을 빌려 자기 식으로 바꾼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국내 정서에 맞는 소재를 얹은 것이었습니다. 카드 놀이를 낙하 퍼즐에 붙인 이 게임은 그 둘이 겹치는 자리에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화려한 작품은 아닙니다. 화면 구성은 단순하고, 연출도 요란하지 않습니다. 대신 규칙 하나가 분명하고 한 판이 짧아서, 동전을 계속 넣게 만드는 오락실 퍼즐의 조건은 잘 갖췄습니다. 이런 게임이 실제로 오락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몫은 겉보기보다 컸습니다.

한국 오락실과 문방구 앞에서 퍼즐 기판은 언제나 안정적인 자리였습니다. 대전 격투처럼 사람을 몰고 다니지는 않아도, 혼자 온 손님이 오래 앉아 있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카드가 나오는 화면이라 어른들이 앉는 일도 흔했고,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붙기도 좋았습니다.

남는 것

지금 기준으로 보면 화면도 소박하고 곡도 단출합니다. 그런데도 몇 판 해 보면 계속 하게 되는 구석이 있습니다. 카드가 한 장씩 내려올 때마다 지금 지울지 더 모을지를 매번 저울질하게 되는데, 그 판단이 짧고 반복적이라 손이 쉬지 않습니다.

낙하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같은 조작으로 전혀 다른 계산을 하게 만드는 이런 변주를 한 번쯤 해 볼 만합니다. 규칙을 익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판이면 충분하고, 그 뒤부터는 남은 카드 수를 세는 자기 나름의 요령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