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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워

걸프 워 II (Gulf War Ii SET 1) · 1991 · C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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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이 없는 2편

이 게임의 제목에는 2가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걸프 워라는 이름의 1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2편으로 나온 것입니다.

이유는 소재에 있습니다. 1991년 초 걸프전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고, 그 사건이 연일 뉴스에 나오던 시기에 그 이름을 붙인 게임이 나왔습니다. 굳이 2를 붙인 것은 앞선 무언가가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 위한 상술에 가깝습니다. 게임 내용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시사 사건을 그대로 제목으로 삼는 방식은 그 시절 오락실 기판 시장에서 종종 쓰인 수법이었습니다. 오락실에 놓였을 때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끌기에 이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걸프 워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1)

어떤 게임인가

걸프 워(Gulf War II)는 위에서 아래로 화면이 흐르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전투기를 조종해 앞으로 나아가며 지상과 공중의 적을 부수고, 구역마다 나오는 큰 적을 상대합니다.

조작은 레버와 버튼 두 개로, 사격과 폭탄입니다. 종스크롤 슈팅의 표준 구성이고, 두 명이 동시에 붙을 수 있습니다.

배경은 페르시아만입니다. 사막과 유전, 함선이 배경으로 깔리고, 그 위로 전차와 대공포, 전투기가 등장합니다. 실제 뉴스 화면에서 보던 것과 비슷한 그림을 오락실 화면에 옮겨 놓은 셈입니다.

걸프 워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1)

사실은 트윈 코브라

이 게임을 조금만 해 보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듭니다. 적이 나오는 방식, 화면이 흐르는 속도, 기체가 움직이는 감각이 토아플란의 트윈 코브라와 거의 같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이 게임은 트윈 코브라의 프로그램을 상당 부분 그대로 가져다 그림과 소재만 바꿔 놓은 물건입니다. 기판 구성부터 원본과 동일하고, 원본이 특정 계산을 처리하려고 얹어 둔 보조 칩까지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우연히 비슷해진 것이 아니라 원본 위에 얹어 만들었다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평가할 때는 두 가지를 나눠 봐야 합니다. 게임으로서의 조작감과 완성도는 원본에서 온 것이니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은 이 게임을 만든 쪽의 성취가 아닙니다.

실제로 하는 법

원본이 잘 만든 게임이니 요령도 그대로 통합니다. 기본 위치는 화면 중하단이고, 좌우로 움직이며 위에서 내려오는 적을 처리하는 것이 기본 리듬입니다.

지상 목표와 공중 목표가 따로 있으니 무기 전환에 신경 써야 합니다. 지상 포대는 가만히 있다고 방심하면 이쪽 진로를 정확히 노려 오기 때문에, 미리 없애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폭탄은 아껴야 할 자원입니다. 화면이 탄으로 가득 찼을 때 쓰는 것이 원칙이고, 큰 적과 붙기 직전에 들고 들어가면 위기 상황에서 한 번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죽으면 화력이 초기화되므로, 화력을 유지한 채 살아남는 것이 언제나 최우선입니다.

코마드라는 회사

코마드는 국내 오락실 업계에서 오래된 이름입니다. 1980년에 다른 이름으로 시작해 놀이기구와 오락 기계를 만들다가, 1980년대 말 비디오 게임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문제는 그 방식이었습니다. 남의 게임을 무단으로 복제하다 법적 분쟁을 겪었고, 그 뒤 이름을 바꿔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 새 이름이 코마드입니다. 이름을 바꾼 뒤에도 남의 기판을 개조해 그림만 바꾸는 방식이 계속되었고, 이 걸프 워도 그 계보에 있습니다.

이후 이 회사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성인용 퍼즐 게임으로 이름이 알려지게 됩니다. 국내에서는 심의를 통과할 수 없는 내용이라 수출용으로만 만들었고, 같은 게임의 국내판과 수출판이 다른 내용으로 나오는 일이 흔했습니다. 이 회사의 게임을 이야기할 때 이 사정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그 시절 오락실 풍경

1991년 국내 오락실에 이 기판이 놓였을 때, 아이들 대부분은 그것이 무엇을 베낀 것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화면에 사막과 전투기가 나오고 뉴스에서 듣던 이름이 붙어 있으니, 오히려 시사적인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값이 싼 기판이었기 때문에 동네 오락실과 문방구 앞 기계에 널리 들어갔습니다. 실제로 상당한 수가 팔렸다고 전해지고, 그 시기 오락실 풍경의 한 조각을 차지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게임 자체는 무난하게 굴러갑니다. 다만 그 무난함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고 하면, 이 게임은 잘 만든 슈팅이 아니라 그 시절 아시아 오락실 기판 시장의 사정을 보여 주는 자료로 읽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