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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윙

기가 윙 (Giga Wing 990222 USA) · 1999 · Tak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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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자릿수가 화면을 넘칩니다

이 게임의 점수판을 처음 보면 표기 오류를 의심하게 됩니다. 잘하는 사람의 최종 점수는 억이나 조 단위를 훌쩍 넘어가고, 자릿수가 너무 길어 읽는 것부터 일이 됩니다. 다른 슈팅에서 수백만 점을 놓고 다투던 감각이 여기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점수를 올리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기가 윙(Giga Wing)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기체를 조종해 적을 부수고 스테이지 끝의 보스를 잡는다는 큰 틀은 여느 슈팅과 같지만, 폭탄 대신 들고 있는 방어 수단이 이 게임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독특합니다.

기가 윙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9)

총알을 되받아치는 리플렉트 포스

버튼을 누르면 기체 주위에 짧게 방어막이 펼쳐집니다. 이 방어막은 닿는 적탄을 막아 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흡수한 탄을 되받아쳐 앞으로 쏟아 냅니다. 되돌아간 탄은 그대로 적을 부수는 공격이 되고, 화면을 뒤덮던 탄막이 순식간에 청소됩니다. 한 번 쓰면 재충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언제 켜고 언제 참느냐가 실력이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화면에 메달이 흩뿌려집니다. 메달을 주울 때마다 배수가 붙고, 그 배수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면 한 번에 얻는 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고수는 탄을 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부러 탄이 가장 많이 깔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한가운데서 방어막을 켜고, 화면 전체를 메달로 바꿔 버립니다. 위험을 감수한 만큼 점수로 돌아오는 구조가 아주 명확합니다.

기가 윙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9)

부담 없이 진행하고, 깊게 파고들 수 있습니다

진행 난도 자체는 같은 시기의 탄막 슈팅 중에서는 순한 편입니다. 방어막이 강력한 안전장치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처음 잡은 사람도 상당히 깊은 스테이지까지 밀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슈팅을 어려워하던 사람에게 권하기 좋은 게임인 이유입니다.

반대로 점수를 노리기 시작하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됩니다. 어떤 적을 남겨서 탄을 더 뽑아낼지, 보스의 어느 패턴에서 방어막을 아껴 둘지, 메달 배수를 끊지 않으려면 어느 위치를 잡아야 할지 계산이 붙습니다. 같은 스테이지를 수백 번 돌면서 자릿수를 하나씩 늘려 가는 사람들이 이 게임에 오래 남았습니다.

기체는 네 종류가 있고 속도와 탄의 폭, 방어막의 성질이 조금씩 다릅니다. 넓게 퍼져 편하게 진행되는 기체가 있는가 하면, 좁고 강한 탄으로 점수를 몰아 뽑기 좋은 기체가 있어서 목적에 따라 선택이 갈립니다. 두 명이 동시에 붙으면 방어막을 번갈아 켜서 탄이 거의 끊기지 않는 구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가 윙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9)

반사라는 아이디어의 계보

적의 공격을 되돌려 준다는 발상은 이 작품 이후로도 이어졌습니다. 같은 제작진이 뒤이어 내놓은 마즈 매트릭스는 적탄을 빨아들였다가 한꺼번에 되쏘는 방식으로 이 아이디어를 더 밀어붙였고, 점수 자릿수 역시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기가 윙 자체도 속편이 나와 반사와 메달의 문법을 다듬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봐도 이 게임의 인상은 선명합니다. 탄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탄을 재료로 쓰는 슈팅이라는 점에서, 장르 안에서 자기 자리를 확실히 만든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