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2001
노바 2001 (Nova 2001 Us) · 1983 · UPL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1980년대 초 슈팅 게임은 대개 화면 아래에서 위로 쏘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화면 전체를 위에서 내려다보게 해 놓고, 플레이어를 그 안에서 사방으로 움직이게 합니다. 위로만 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는 방향으로 쏘고, 적은 어느 쪽에서든 나타납니다. 화면이 흐르지 않고 한자리에 머무는데도 잠시도 안심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노바 2001(Nova 2001)은 UPL이 1983년에 낸 고정 화면 슈팅 게임입니다. 화면 안에는 적의 기지가 여러 개 흩어져 있고, 이들이 케이블로 이어져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이 기지들을 부수는 것이 목표인데, 케이블에 닿으면 당하기 때문에 그냥 달려들 수 없습니다. 어느 순서로 어디를 부술 것인지 생각하며 움직여야 하는, 슈팅에 퍼즐의 성격이 섞인 게임입니다.
케이블이라는 규칙
이 게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기지 사이를 잇는 선입니다. 이 선은 그냥 그림이 아니라 실제로 위험한 장애물이라, 부주의하게 지나가면 그대로 당합니다. 그래서 화면을 볼 때 적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선이 어떻게 그어져 있는지를 함께 읽어야 합니다.
기지를 하나 부수면 그 기지에 연결돼 있던 선도 사라집니다. 즉 부술수록 화면이 넓어집니다. 반대로 잘못된 순서로 접근하면 스스로를 좁은 구석에 몰아넣게 됩니다. 이 점 때문에 이 게임은 반사신경만으로는 잘할 수 없고, 어디부터 손대야 길이 열리는지 계산하는 재미가 생깁니다.
사방으로 움직이고 쏘기
조작은 레버로 움직이고 버튼으로 쏘는 것이 전부입니다. 다만 화면이 위아래로 흐르지 않고 고정돼 있으니, 위로 도망갈 곳도 아래로 물러날 곳도 없습니다. 화면 전체가 전장이고 그 안에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초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한자리에 머무는 것입니다. 안전해 보이는 구석에 자리 잡고 쏘다 보면 적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빠져나갈 길이 막힙니다. 계속 움직이면서 화면을 크게 도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그리고 적이 몰려 있는 쪽으로 파고들기보다, 비어 있는 방향으로 먼저 이동해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난이도가 오르는 방식
판이 넘어갈수록 적이 늘고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초반에는 하나씩 상대할 수 있던 것들이, 뒤로 가면 여럿이 동시에 다가옵니다. 이때부터는 다 잡으려 하면 안 됩니다. 목표는 기지를 부수는 것이지 적을 전멸시키는 것이 아니므로, 필요한 것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피해 다니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점수를 욕심내다 죽는 것도 흔한 패턴입니다. 이 시기 게임들은 점수가 곧 실력의 증표였고 잔기 보너스도 걸려 있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점수를 노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처음 익히는 단계에서는 오래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삼는 편이 결과적으로 점수도 더 나옵니다.
UPL이라는 회사
UPL은 1980년대와 90년대 초에 걸쳐 아케이드 기판을 내던 일본 업체입니다. 닌자 소재의 액션 게임과 여러 슈팅 게임으로 알려졌고,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독특한 규칙을 시도하는 게임을 꾸준히 냈습니다. 이 게임도 그런 성향이 잘 드러난 초기작입니다.
1983년이라는 해는 아케이드 업계가 큰 침체를 겪던 시기입니다. 비슷비슷한 게임이 쏟아지면서 손님이 지쳤고, 많은 업체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남들과 같은 것을 만들어서는 살아남기 어려웠고, 그래서 오히려 규칙을 비틀어 보는 시도가 나왔습니다. 케이블로 이어진 기지라는 발상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해 보는 맛
지금 기준으로는 화면이 소박합니다. 색도 적고, 캐릭터도 크지 않고, 스테이지가 흘러가는 연출도 없습니다. 그런데 몇 판 해 보면 이 게임이 요구하는 것이 단순한 손놀림이 아니라는 게 느껴집니다. 어느 기지부터 부술지, 어느 길을 열어 둘지 정하는 그 판단이 게임의 중심입니다.
한국 오락실에도 이 무렵의 초기 아케이드 기판들이 여러 경로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대부분 제목도 모른 채 화면 생김새로 기억됐고, 이 게임 역시 널리 알려진 축은 아닙니다. 지금 다시 잡아 보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데, 요즘 슈팅에서는 보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판이 짧으니 부담 없이 여러 번 시도해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