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거북이 대전판
닌자거북이 토너먼트 파이터즈 (Teenage Mutant Ninja Turtles Tournament Fighters USA) · 1993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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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스크롤을 버리고 링 위로 올라온 거북이들
닌자거북이 하면 대부분 화면을 오른쪽으로 밀고 나가며 발도둑들을 두들겨 패는 벨트스크롤 액션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시작 화면부터 다릅니다. 캐릭터 선택창이 뜨고, 체력 게이지가 위쪽에 두 줄로 걸리고, 라운드 표시가 뜹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II가 오락실을 휩쓸던 시절, 코나미가 자사의 간판 라이선스를 대전격투로 갈아 끼운 결과물입니다.
처음 이 팩을 꽂았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기억납니다. 늘 하던 대로 앞으로 걸어가려는데 상대가 정면에서 마주 보고 서 있고, 잡기와 필살기 커맨드를 몰라 그냥 점프킥만 반복하게 됩니다. 그런데 몇 판 하다 보면 이 게임이 생각보다 손맛이 좋다는 걸 알게 됩니다.
어떤 게임인가
닌자거북이 대전판(Teenage Mutant Ninja Turtles: Tournament Fighters)은 코나미가 슈퍼패미컴으로 낸 일대일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레오나르도, 라파엘,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네 거북이에 시리즈의 조연과 오리지널 캐릭터가 더해진 진용으로, 각자 고유한 필살기를 들고 라운드제 대결을 벌입니다.
같은 제목이 패미컴과 메가드라이브로도 나왔지만 내용은 기종마다 완전히 다릅니다. 슈퍼패미컴판이 캐릭터 수와 연출, 조작감 모두 가장 잘 다듬어졌다는 평을 받습니다.
캐릭터와 필살기
거북이 넷은 무기가 다른 만큼 간격 싸움의 성격이 확연히 갈립니다. 도나텔로는 봉 덕분에 리치가 길어 견제로 상대를 밀어내기 좋고, 라파엘은 사이를 든 대신 리치가 짧아 파고들어야 합니다. 레오나르도는 균형이 잡혀 있어 처음 잡기에 편하고, 미켈란젤로는 눈차크를 휘두르는 연타가 매섭습니다.
거북이 외에도 슈레더 계열의 거대한 보스급 캐릭터와, 이 게임에서 처음 등장한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선택지에 들어 있습니다. 덩치 큰 캐릭터는 리치와 한 방이 강한 대신 움직임이 굼떠서, 작고 빠른 캐릭터로 붙어 들어가면 대응이 어려워지는 전형적인 구도가 만들어집니다.
체력 게이지 아래에 따로 차오르는 게이지가 있고, 이게 가득 차면 강력한 초필살기를 쓸 수 있습니다. 한 방에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위력이라, 게이지가 꽉 찬 상대 앞에서는 함부로 점프하지 않는 눈치 싸움이 벌어집니다.
모드와 공략
혼자 할 때는 토너먼트를 차례로 올라가는 스토리 모드가 중심입니다. 컴퓨터는 후반으로 갈수록 이쪽 점프를 정확히 읽고 대공기를 맞춰 내므로, 무작정 뛰어드는 습관을 버리는 게 첫 관문입니다. 앉아서 약공격으로 상대 발밑을 긁어 거리를 재고, 상대가 다가올 때 필살기를 끼워 넣는 식이 안정적입니다.
둘이 붙을 때가 진짜입니다. 캐릭터별 리치 차이가 커서 같은 거리에서도 누구는 닿고 누구는 헛치는 상황이 자주 나오고, 이 간격을 먼저 이해한 쪽이 이깁니다. 구석에 몰리면 빠져나오기가 상당히 어려우니, 체력이 앞설 때도 등 뒤 공간을 계속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그 시절의 라이선스 게임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게임은 대충 만들어도 팔린다는 인식이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이 작품은 원작 캐릭터를 그저 갖다 붙인 게 아니라, 대전격투라는 장르 문법을 나름대로 성실하게 소화했다는 점에서 눈에 띕니다. 도트로 그려진 거북이들의 동작이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을 잘 살렸고, 배경도 하수구와 도시 옥상 같은 원작의 무대를 충실히 옮겼습니다.
대전격투 붐이 정점이던 시기에 나온 수많은 아류작 가운데, 지금 다시 켜 봐도 몇 판은 붙게 되는 완성도를 갖춘 몇 안 되는 라이선스 격투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