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돈파치 대부활
도돈파치 대부활 (Dodonpachi Dai Fukkatsu Ver 1 5 2008 06 23 Master Ver 1 5) · 2008 · C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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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다 덮은 탄이 갑자기 사라지는 순간
이 게임을 처음 보는 사람은 대개 같은 장면에서 놀랍니다. 화면이 붉은 탄으로 빈틈없이 메워져서 이건 도저히 못 피한다 싶은 순간, 플레이어가 버튼 하나를 누르자 그 탄이 전부 자잘한 알갱이로 바뀌면서 흩어져 버립니다. 죽을 자리로 보였던 곳이 오히려 점수를 벌어들이는 자리로 뒤집히는 겁니다. 처음에는 눈속임처럼 보이지만, 익숙해지면 그 반전이야말로 이 게임의 심장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어떤 게임인가
도돈파치 대부활(DoDonPachi Dai Fukkatsu)은 세로로 긴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밀고 올라가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플레이어는 소형 전투기 한 대를 몰고, 화면 위쪽에서 끝없이 밀려 내려오는 적기와 그들이 뿜는 탄막 사이를 비집고 나아가면서 스테이지 끝에 버티고 선 거대 보스를 잡아냅니다. 조작은 8방향 레버와 버튼 몇 개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 단순한 조작으로 화면 가득한 탄 사이의 실낱같은 틈을 찾아 기체를 밀어 넣는 것이 이 장르의 전부이자 매력입니다.
기본 사격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버튼을 연타하듯 쏘면 앞으로 넓게 퍼지는 화력이 나가서 기체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버튼을 누른 채 유지하면 전방에 집중되는 굵은 빔이 나오면서 기체 속도가 확 느려집니다. 이 느린 상태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탄 사이의 좁은 틈을 통과할 때는 기체가 빠르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에, 위험 구간에서는 일부러 눌러서 속도를 죽이고 한 픽셀 단위로 몸을 옮깁니다. 빠른 이동과 느린 정밀 이동을 상황에 따라 바꿔 쓰는 리듬이 몸에 붙어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이퍼와 오토봄, 이 시리즈만의 장치
이 작품을 이전 도돈파치들과 갈라놓는 것은 하이퍼 게이지입니다. 적을 쓰러뜨리며 게이지를 채우고 발동시키면, 일정 시간 동안 화력이 몇 배로 뛰고 동시에 화면에 날아오던 적탄이 훨씬 작고 느린 알갱이로 변합니다. 죽을 것 같은 국면일수록 하이퍼를 아끼지 말고 쏟아부어야 살아남는다는 뜻이라, 게이지를 언제 터뜨리느냐가 곧 실력입니다. 초보자는 아까워서 계속 들고 다니다가 그대로 죽고, 익숙한 사람은 보스 패턴이 험해지는 지점에 딱 맞춰 터뜨려 그 구간을 통째로 건너뜁니다.
봄도 성격이 다릅니다. 피격 직전에 봄이 남아 있으면 자동으로 터지면서 목숨을 지켜 주는 구제 장치가 들어 있어서, 봄을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 번의 실수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대가로 점수가 크게 깎이기 때문에, 점수를 노리는 사람은 오토봄이 발동하지 않도록 오히려 신경을 씁니다. 살아남는 것과 점수를 쌓는 것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이 구조가 이 게임을 오래 붙잡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기체 고르는 재미와 막히는 지점
기체는 여러 대 중에서 고르고, 여기에 사격 성향까지 따로 선택하는 조합식입니다. 화력을 앞에 몰아주는 쪽, 넓게 퍼뜨려 잡티를 정리하는 쪽, 옵션의 움직임이 다른 쪽 등 성격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처음 붙잡는 사람이라면 화력이 앞으로 곧게 나가는 조합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적이 어디서 죽는지가 눈에 바로 들어와야 탄이 언제 그치는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막히는 곳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첫째는 후반 스테이지에서 잡몹이 쏟아지는 구간인데, 여기서는 탄을 피하려 들지 말고 탄을 쏘는 놈을 먼저 지우는 쪽이 정답입니다. 적이 살아 있는 한 탄은 계속 늘어나니, 회피만 하다 보면 결국 빠져나갈 틈이 사라집니다. 둘째는 보스전 후반부입니다. 체력이 줄어들면 패턴이 급격히 험해지는데, 이때는 하이퍼를 붙잡아 화력으로 밀어붙여 패턴이 완성되기 전에 끝내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또 하나, 기체의 판정점은 겉보기보다 훨씬 작습니다. 기체 한가운데의 작은 점 하나만 탄에 닿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날개가 탄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멀쩡합니다. 이 사실을 모르면 필요 없이 크게 피하다가 오히려 벽에 몰리게 됩니다. 눈으로 보이는 기체가 아니라 그 중심점만 보고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큰 고비를 넘는 요령입니다.
케이브라는 회사와 그 시절
이 게임을 만든 곳은 탄막 슈팅이라는 장르를 사실상 규격화한 회사입니다. 슈팅 장르가 이미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말이 나오던 시기에도 이 회사는 꾸준히 종스크롤 슈팅만 만들었고, 화면을 뒤덮는 탄의 양을 늘리는 대신 탄 속도를 낮추고 피격 판정을 극단적으로 줄여 '보기에는 불가능하지만 실제로는 피할 수 있는' 상태를 설계했습니다. 대부활은 그 계보의 간판 시리즈를 다시 꺼낸 작품이라 제목에도 부활이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기판 사정도 시대를 보여 줍니다. 커다란 전용 기판을 팔던 시절이 지나고, 후반기 작품들은 값싼 범용 하드웨어 위에서 돌아가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화려한 폭발 효과와 수백 발의 탄을 동시에 뿌리면서도 프레임이 크게 흔들리지 않게 다듬는 것이 개발의 큰 몫이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 시기 한국 오락실에서 탄막 슈팅은 이미 소수 취향이었습니다. 대형 오락실 한쪽 구석에 한두 대 놓여 있고, 붙는 사람만 계속 붙어 있는 기계였습니다. 지나가던 사람 눈에는 화면이 온통 붉은 점으로 뒤덮여 있어 도무지 사람이 할 수 있는 게임처럼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그 앞에서 멀쩡히 살아 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 구도가 이 장르를 오래 살아남게 했습니다. 동전을 넣고 몇 초 만에 죽어도 다음 판에는 조금 더 멀리 갑니다. 외운 만큼 정직하게 나아가는 게임이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가 눈에 확연히 보이고, 그 차이를 좁히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 됩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바로 켜 볼 수 있게 된 뒤로는 처음 한 판을 부담 없이 넣어 볼 수 있게 되었으니, 화면이 붉게 물드는 그 순간을 한 번쯤 직접 겪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