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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슈퍼패미컴판

(Doom Europe) · 1995 · 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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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패미컴이 3D를 돌린다는 소식

1995년에 둠이 슈퍼패미컴으로 나온다는 이야기가 돌았을 때, 대부분은 믿지 않았습니다. PC에서도 사양을 타던 게임을 16비트 콘솔이 어떻게 돌린다는 말인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이식판은 카트리지 안에 슈퍼 FX2 칩을 넣어서야 겨우 화면을 그려냈습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해상도가 낮고 화면 창이 작으며 프레임도 뚝뚝 끊깁니다. 그런데도 당시에는 놀라운 물건이었습니다. 텍스처가 입혀진 통로를 직접 걸어 다니고, 코너를 돌면 괴물이 튀어나오는 경험을 카트리지 게임기에서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건이었습니다.

둠 슈퍼패미컴판 슈팅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5)

어떤 게임인가

둠 슈퍼패미컴판(Doom)은 1인칭 시점에서 총을 들고 미로 같은 기지를 돌파하는 슈팅 게임입니다. 화성의 연구 시설에서 열린 차원의 문으로 지옥의 존재들이 쏟아져 나오고, 살아남은 해병 한 명이 그것들을 전부 쓸어버리며 탈출로를 찾습니다.

기본 흐름은 단순합니다. 열쇠 카드를 찾아 잠긴 문을 열고, 스위치를 눌러 길을 만들고, 마지막 출구를 밟으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갑니다. 그 사이에 임프, 데몬, 카코데몬, 그리고 로켓을 쏘는 사이버데몬 같은 적들이 끊임없이 몰려옵니다.

둠 슈퍼패미컴판 슈팅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5)

무기 다루기

권총으로 시작해 산탄총, 체인건, 로켓 런처, 플라스마 라이플을 차례로 얻고, 마지막에는 BFG9000까지 손에 넣습니다. 이 게임의 실력은 상황에 맞는 무기를 얼마나 빨리 꺼내느냐로 갈립니다. 좁은 통로에서 로켓을 쏘면 자기 발밑에서 터져 자멸하고, 넓은 방에서 산탄총만 붙잡고 있으면 사거리에서 밀립니다.

전기톱도 있습니다. 탄약이 떨어졌을 때 데몬에게 붙어 갈아 버리는 용도인데, 붙는 순간 상대가 경직되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의외로 안전한 무기입니다. 물론 실패하면 그대로 물어뜯깁니다.

이식판의 사정

원작에 있던 여러 요소가 이 판본에서는 빠졌습니다. 바닥과 천장 텍스처가 단색으로 처리되고, 층 높이 차이 표현이 단순해졌으며, 일부 스테이지는 통째로 빠졌습니다. 세이브 기능 대신 패스워드로 진행 상황을 이어가는 방식도 이 판의 특징입니다.

대신 음악은 원작 곡을 그대로 옮겨 두었고, 괴물들의 울음소리와 총성도 살아 있습니다. 화면이 작고 거칠어도 그 소리들 덕에 원작의 분위기가 상당 부분 전달됩니다. 조준이 좌우 회전으로만 이뤄지고 상하 조준이 없다는 점은 원작과 같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볼 때

패드로 하는 둠은 마우스 조작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처음에 답답합니다. 어깨 버튼으로 옆걸음을 쓰는 법을 익히는 것이 첫 관문입니다. 정면으로 마주 서지 말고 옆으로 돌면서 쏘는 습관을 들이면 훨씬 오래 버팁니다.

기술적 한계를 뚫어 낸 이식판이 어떤 물건이었는지 직접 확인해 볼 만합니다. 지금 보면 투박하지만, 16비트 기기가 낼 수 있는 한계선이 어디였는지를 보여주는 기록물 같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