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폭스 2
스타폭스 2 (Star Fox 2) · 2017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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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동안 묻혀 있던 게임
게임 역사에서 이만큼 특이한 사연을 가진 작품도 드뭅니다. 스타폭스 2는 1990년대 중반에 거의 완성된 상태였습니다. 잡지에 화면이 실렸고, 발매일도 이야기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취소됐습니다. 곧 등장할 차세대 기종의 3D 성능과 비교되면 곤란하다는 판단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그 뒤로 이 게임은 유령처럼 떠돌았습니다. 잡지 사진과 소문만 남은 채였습니다. 그러다 2017년, 닌텐도가 직접 이 작품을 정식으로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만들어진 지 20년이 넘어 처음 정식 발매된 게임이라는, 좀처럼 없는 기록이 생긴 것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스타폭스 2(Star Fox 2)는 특수 칩을 얹은 카트리지로 슈퍼패미컴에서 폴리곤 3D 화면을 구현한 우주 슈팅 게임입니다. 여우 대장을 비롯한 동물 조종사들이 기체를 몰고 침략군에 맞섭니다.
1편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정해진 코스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주 지도가 펼쳐지고, 적 함대와 미사일이 실시간으로 아군 행성을 향해 움직입니다. 플레이어는 그 지도 위에서 어디를 먼저 막을지 스스로 정합니다. 슈팅 게임에 전략 요소를 얹은 셈입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지도
지도 화면에서 손을 놓고 있으면 적이 계속 전진합니다. 아군 행성의 손상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그대로 패배입니다. 그러니 어느 목표를 무시하고 어느 목표를 먼저 칠지 판단해야 합니다.
미사일 한 발이 행성으로 향하고 있는데 동시에 적 기지도 노출되어 있다면, 어느 쪽을 놓칠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 선택 때문에 같은 게임을 두 번 해도 진행이 달라집니다. 클리어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은 대신 반복해서 다르게 즐기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걸어 다니는 기체
이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변형 기능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기체가 두 발로 서는 보행 형태로 바뀝니다. 지상이나 좁은 실내에서는 이 상태로 이동하며 자유롭게 방향을 돌릴 수 있습니다.
비행 상태는 빠르지만 방향 전환이 굼뜨고, 보행 상태는 느리지만 정밀합니다. 좁은 통로에서 적 포탑을 하나씩 정리해야 할 때는 보행이 유리하고, 넓은 공간에서 빠르게 지나가야 할 때는 비행이 낫습니다. 상황에 맞춰 바꾸는 감각을 익히는 게 이 게임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조종사를 고르는 재미
출격할 때 두 명의 조종사를 고릅니다. 각 조종사는 기체 성능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기체는 튼튼하고, 어떤 기체는 빠르며, 어떤 기체는 화력이 좋습니다. 한 명이 격추되면 남은 한 명으로 이어서 진행합니다.
이 작품에서 처음 나온 캐릭터들이 이후 시리즈에 계속 등장하게 됩니다. 정식 발매가 취소됐는데도 그 안의 아이디어들은 후속작에 조금씩 흡수되어 살아남았던 셈입니다. 그래서 뒤늦게 이 게임을 해 보면, 나중에 나온 스타폭스 작품들의 뿌리가 여기 다 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