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던전 2
딥 던전 2 (Deep Dungeon 2) · 1988 · Scap Trust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다시 미궁으로
앞선 작품이 반응을 얻으면 같은 방식으로 한 편 더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딥 던전 2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일인칭 시점으로 미궁을 내려가며 지도를 채워 나가는 방식은 그대로 두고, 무대와 내용을 새로 짰습니다.
딥 던전 2(Deep Dungeon II)는 전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설명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반대로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진입 장벽이 특별히 높지는 않습니다. 규칙 자체가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는 게임인가
눈앞에 벽과 통로가 보이고, 앞으로 가거나 방향을 틀며 미궁을 돌아다닙니다. 걷다 보면 적이 나타나고, 명령을 골라 싸웁니다. 이기면 경험과 돈을 얻고, 그것으로 힘을 키워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갑니다.
이 되풀이가 게임의 전부이지만 단조롭지는 않습니다. 층마다 지형이 다르고, 내려갈수록 나오는 것이 세지며, 준비 없이 들어가면 그동안 쌓은 것을 한 번에 잃기 때문입니다. 매번 어디까지 갈지 판단하는 것이 이 장르의 재미입니다.
마을이나 안전한 자리에서 정비하고 다시 내려가는 흐름도 그대로입니다. 나가고 들어오는 그 왕복이 게임의 리듬을 만듭니다.
싸움은 글로 진행되지만 그 안에서 고를 것은 분명합니다. 그냥 때릴지 마법을 쓸지 도망칠지를 남은 체력과 상대의 세기를 보고 정해야 하고, 그 판단이 쌓여 살아 나오느냐가 갈립니다.
살아 나오는 요령
지도를 그리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입니다. 이런 게임에서 길을 잃는 것은 곧 죽는 것과 같습니다. 한 칸씩 종이에 옮기며 진행하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물러날 선을 정해 두어야 합니다. 체력이 절반 아래로 떨어지면 무조건 돌아 나온다는 식으로 기준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만 더 가 보자는 생각이 이런 게임에서 가장 흔한 실패 원인입니다.
같은 층에서 충분히 싸워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래층의 적은 위층과 세기가 확연히 다르므로, 준비 없이 내려가면 첫 싸움에서 무너집니다. 지루해도 지금 층에서 힘을 쌓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돈을 어디에 쓸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눈앞의 좋은 물건을 사기보다 다음 층에서 필요할 것을 염두에 두고 모으는 편이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저장할 수 있을 때 저장해 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참 내려간 뒤에 전멸하면 그동안의 진행이 통째로 사라지므로, 안전한 자리에 올라왔을 때마다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어지는 작품이라는 것
같은 방식을 되풀이하는 후속작은 새로움이 적다는 말을 듣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런 장르에서는 그것이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규칙이 같으니 앞 작품에서 익힌 감각을 그대로 쓸 수 있고, 새로 배울 것 없이 바로 미궁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이런 던전 탐색형 롤플레잉이 꾸준히 만들어졌습니다. 이야기를 앞세운 다른 흐름이 커지는 와중에도, 지도를 그리며 파고드는 방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해 본다면
화면에 보이는 것이 적고 진행도 느립니다. 요즘 게임에 익숙하다면 답답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르는 그 느림이 곧 성격입니다. 한 층을 다 그려 냈을 때의 성취감, 위험을 무릅쓰고 한 층 더 내려갔다가 겨우 살아 나왔을 때의 안도감은 다른 방식으로는 얻기 어렵습니다. 종이와 연필을 옆에 두고 천천히 해 볼 마음이 있다면, 이런 게임이 왜 오래 사랑받았는지 알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전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어서, 처음이라면 이 편부터 시작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미궁을 파고드는 감각은 두 작품이 다르지 않습니다. 한 층씩 채워지는 지도를 보는 재미는 이 장르만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