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라이드 (MSX)
하이드라이드 (Hydlide 1) · 1984 · T&E 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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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쳐서 싸운다
이 게임에는 공격 버튼이 없습니다. 칼을 휘두르는 동작도 없습니다. 주인공을 적에게 그대로 밀어 넣으면 그게 공격입니다. 대신 그냥 부딪치면 이쪽도 같이 깎이니, 공격 자세로 바꿔 놓고 부딪쳐야 손해를 덜 봅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황당하게 들리지만,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싸운다는 발상 자체가 새롭던 시절의 답이었습니다.
공격 자세와 방어 자세를 상황에 따라 바꿔 가며 몸으로 밀어붙이는 이 방식은 이후 여러 게임이 흉내 냈고, 한동안 일본식 액션 RPG의 기본 문법 노릇을 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하이드라이드(Hydlide)는 검을 든 주인공이 넓은 필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괴물을 잡고 힘을 키우고, 사라진 공주를 되찾아 오는 액션 RPG입니다. 화면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식이고, 필드가 한 화면씩 이어 붙어 커다란 세계를 이룹니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합니다. 악한 존재가 공주를 세 조각으로 나누어 요정으로 흩어 놓았고, 주인공은 그 조각을 모두 찾아 공주를 되살려야 합니다. 그러나 그 단순한 목표를 두고 필드를 직접 걸어 다니며 알아내야 하는 구조라 체감 분량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안내가 없다는 것
이 게임의 악명은 대부분 불친절함에서 나옵니다. 어디로 가라는 말도, 무엇을 하라는 안내도 없습니다. 무덤 앞에서 특정 행동을 해야 길이 열리거나, 아무 표시도 없는 나무 앞에서 마법을 써야 통로가 나타나는 식의 장치가 곳곳에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노트를 옆에 두고 지도를 손으로 그려 가며 진행했습니다. 어디에 무엇이 있었는지, 어느 자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적어 두는 것이 사실상 필수였습니다. 요즘 감각으로 접근하면 헤매기 쉬우니, 처음부터 지도를 그린다는 마음으로 들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힘을 올리는 방법
레벨은 적을 잡아 경험치를 모으면 오릅니다. 초반에는 무턱대고 강한 적에게 달려들면 순식간에 죽으니, 약한 적이 나오는 구역에서 어느 정도 힘을 올려 두고 움직이는 것이 기본입니다.
필드에는 방어력이나 공격력을 올려 주는 장비와, 특정 장소에서만 쓸모 있는 도구들이 숨어 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놓인 것이 많아서, 구석구석을 걸어 보는 사람만 편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회복은 가만히 서 있으면 조금씩 되므로, 위험한 구역에 들어가기 전에는 안전한 자리에서 체력을 채우고 가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이후에 남긴 것
하이드라이드는 개인용 컴퓨터에서 먼저 나와 큰 인기를 끌었고, MSX를 비롯한 여러 기기로 옮겨지며 폭넓게 퍼졌습니다. 뒤이어 나온 속편들과 함께 시리즈를 이루었고, 일본에서 액션과 RPG를 붙여 놓은 초창기 작품으로 늘 언급됩니다.
지금 해 보면 거칠고 불친절합니다. 그러나 그 거칢 속에는 아무런 안내 없이 세계를 스스로 파악해 나가는, 요즘 게임에서는 좀처럼 겪기 어려운 종류의 재미가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