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식스
레인보우 식스 (Tom Clancy S Rainbow Six USA Europe En Fr de)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뛰어다니면 죽는 슈팅 게임
총 쏘는 게임이라고 하면 보통 앞으로 달려가면서 방아쇠를 당기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이 게임은 정반대입니다. 모퉁이 하나를 돌 때도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문 하나를 열기 전에 잠깐 생각합니다. 적 한 명의 총알 몇 발이면 끝나기 때문에, 빨리 움직이는 사람이 먼저 죽습니다.
원작은 개인용 컴퓨터에서 나온 작품이고, 그 시절 슈팅 게임의 상식을 한 번 흔들어 놓은 물건이었습니다. 체력 막대를 채워 가며 총알을 맞고 버티는 대신, 현실처럼 한두 발에 상황이 끝나게 만들어 놓고 그래서 사전 준비와 신중함이 실력이 되게 한 설계였습니다.
무슨 게임인가
레인보우 식스(Tom Clancy's Rainbow Six)는 여러 나라에서 뽑아 온 대테러 요원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이끌고 인질 구출이나 폭발물 처리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전술 슈팅 게임입니다. 여기 실린 것은 그 내용을 휴대용 흑백 계열 기기로 옮긴 판이라, 원작의 화려한 3차원 화면 대신 훨씬 단출한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임무 하나의 흐름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먼저 무대가 어떤 곳인지, 인질이 어디 있고 적이 몇 명인지 같은 정보를 받습니다. 그다음 들어가서 건물을 한 구역씩 확보해 나가고, 목표를 달성한 뒤 빠져나옵니다. 화면에 나오는 시간의 대부분은 총을 쏘는 데가 아니라 어디로 갈지 정하는 데 쓰입니다.
실력이 되는 것들
이 계열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습관은 모퉁이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시야가 막힌 곳으로 그냥 걸어 들어가면 상대는 이미 나를 보고 있고 나는 상대를 못 본 상태가 됩니다. 벽에 붙어 조금씩 각을 열면서 보이는 만큼만 전진하는 것. 이 한 가지만 지켜도 생존 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집니다.
두 번째는 인질입니다. 인질이 있는 임무에서는 적을 다 잡는 것보다 인질을 무사히 데려오는 쪽이 우선입니다. 급하게 쏘다가 엉뚱한 대상을 맞히면 그걸로 임무가 실패합니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기 전에 방 안에 누가 있는지를 아는 것이 곧 성공률이 됩니다.
세 번째는 소리와 속도입니다. 뛰면 빠르지만 들키고, 걸으면 느리지만 상대가 나를 늦게 발견합니다. 급할 이유가 없는 구간에서는 느린 쪽이 거의 항상 이득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이 게임을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대개 다른 슈팅 게임의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기기에 큰 게임을 넣기
원작은 3차원 공간을 자유롭게 도는 게임인데, 이 기기에는 그걸 그대로 넣을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식판은 원작의 어떤 부분을 남기고 어떤 부분을 버릴지부터 정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남긴 것은 신중함과 사전 계획이라는 성격이고, 버린 것은 화면의 규모입니다.
그 결과는 원작과 같은 게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원작이 무엇을 재미로 삼았는지는 분명히 전해집니다. 작은 화면 안에서도 모퉁이를 조심하게 되고, 문 앞에서 한 번 멈추게 된다면 이식은 제 몫을 한 셈입니다.
그 시절 이식판이라는 물건
2000년 전후에는 큰 화제작이 나오면 가정용 기기와 휴대용 기기 쪽으로 이름을 따라 여러 판이 나오던 시절이었습니다. 사양이 전혀 다른 기기인데도 같은 이름을 붙이다 보니, 실제로는 장르까지 달라지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사는 쪽에서는 상자 그림만 보고 골랐다가 안에서 전혀 다른 물건이 나오는 일이 잦았습니다.
지금 그런 이식판들을 다시 켜 보는 재미는 작은 기기에 큰 게임을 밀어 넣으려던 시도 자체를 보는 데 있습니다. 성능이 모자란 만큼 무엇을 핵심으로 봤는지가 오히려 또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이 시리즈가 오락실이 아니라 개인용 컴퓨터 쪽으로 알려졌고, 여럿이 붙어서 하는 전술 슈팅의 초기 인상을 만든 이름 중 하나였습니다. 휴대용 판은 그 이름이 어디까지 퍼졌는지를 보여 주는 흔적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