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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식스 로그 스피어

톰 클랜시의 레인보우 식스 로그 스피어 (Tom Clancy S Rainbow Six Rogue Spear U 97) · Ubi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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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게임기에서 전술 슈팅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모해 보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버튼 몇 개로 조준과 이동과 대원 지시를 동시에 해야 하고, 화면은 손바닥만 하고, 한 발만 맞아도 작전이 끝나는 게임입니다. 그런데도 이 시리즈는 휴대용으로 옮겨졌고, 원작의 성격을 생각보다 많이 지켜냈습니다.

레인보우 식스 로그 스피어(Tom Clancy's Rainbow Six: Rogue Spear)는 국제 대테러 부대를 지휘해 건물 안의 적을 제압하고 인질을 구하는 전술 슈팅입니다. 총을 많이 쏘는 게임이 아니라 총을 안 맞는 게임입니다. 한 판은 작전 브리핑에서 시작해, 대원을 배치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목표를 처리한 뒤 빠져나오는 순서로 흘러갑니다.

레인보우 식스 로그 스피어 슈팅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어드밴스

뛰어들면 바로 죽습니다

다른 슈팅 게임의 습관이 이 게임에서는 전부 독이 됩니다. 문을 열고 뛰어 들어가면 죽고, 복도 한가운데를 걸어가면 죽고, 적이 보인다고 달려가며 쏘면 죽습니다. 이 게임의 적은 체력이 많지 않지만 플레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두 발이면 작전이 끝나기 때문에, 먼저 보고 먼저 쏘는 쪽이 무조건 이깁니다.

그래서 실제 진행은 굉장히 느립니다. 모퉁이 앞에서 멈추고, 한 걸음 내밀어 반대편을 확인하고, 아무도 없으면 다시 한 걸음을 옮기는 식입니다. 답답해 보이지만 이 리듬을 지키는 것이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급해질수록 죽고,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문을 여는 순간이 매번 가장 위험한 지점입니다. 문 뒤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채로 열어야 하고, 여는 동작 중에는 무방비이기 때문입니다. 방 안에 인질이 있을 수도 있어서 문을 열자마자 난사할 수도 없습니다. 인질을 쏘면 작전 실패로 처리됩니다.

대원을 데리고 다닌다는 것

혼자 들어가는 게임이 아닙니다. 플레이어는 한 명을 직접 조종하면서 나머지 대원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어느 문으로 들어갈지, 어디서 대기할지, 언제 진입할지를 정해주는 것이 지휘관의 몫입니다. 잘 짜면 두 방향에서 동시에 들어가 방 하나를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대원을 챙길 여유가 없습니다. 자기 화면 보기도 벅차니 대원은 알아서 따라오라고 두게 되는데, 그러면 대원들이 엉뚱한 곳에서 총에 맞아 줄어듭니다. 대원이 줄면 남은 구역을 혼자 감당해야 하니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초반 몇 판은 대원을 안전한 곳에 세워두고 나 혼자 조심스럽게 전진하는 편이 오히려 성공률이 높습니다.

작전에 들어가기 전 장비를 고르는 단계도 있습니다. 조용히 처리해야 하는 구역인지, 방탄복을 두껍게 입고 정면으로 밀 구역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이 단계가 귀찮아 보여도, 임무 설명을 읽고 맞는 장비를 고르는 것만으로 클리어 여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휴대용으로 옮기면서 달라진 것

원작은 컴퓨터에서 마우스로 조준하던 게임입니다. 마우스가 없는 기기에서 같은 감각을 낼 수는 없으니, 이식판은 조준과 시야 처리 방식을 기기에 맞게 손봤습니다. 그 결과 원작보다 훨씬 직관적이지만, 대신 정밀하게 조준하는 맛은 덜합니다.

화면이 작아지면서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화면 한쪽에 지도를 띄워 방 배치와 대원 위치를 확인하게 되어 있는데, 이 지도를 얼마나 자주 보느냐가 실력과 직결됩니다. 화면만 보고 진행하면 방금 지나온 방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 생깁니다.

이 시기 휴대용 기기에는 이런 성격의 게임이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짧게 끊어 하기 좋은 액션이나 퍼즐이었고, 한 판에 십 분 넘게 집중해야 하는 게임은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식판은 기기의 성격과 조금 어긋나는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누구에게 맞는 게임인가

총 쏘는 손맛을 기대하고 들어오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총은 거의 안 쏘고, 쏠 때는 이미 승부가 난 다음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방 하나하나를 어떻게 열고 들어갈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만족감은 다른 슈팅에서 얻기 어려운 종류입니다.

국내에서는 이 시리즈가 컴퓨터판으로 먼저 알려졌고, 휴대용 이식판까지 챙겨본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원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임무 구성과 장비 선택 화면을 작은 기기에서 다시 만나는 재미가 있고,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느리게 진행하는 슈팅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에 알맞은 분량입니다. 급하지 않게, 모퉁이마다 멈춰가며 해 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