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키 챌린지
리스키 챌린지 (Risky Challenge Unemulated Cpu Functions) · 1993 · I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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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을 없애는 게 아니라 길을 만드는 퍼즐
위에서 블록이 떨어지는 퍼즐이라고 하면 대개 줄을 채워 지우는 그림을 떠올립니다. 이 게임은 그 상식을 비틀었습니다. 여기서 떨어지는 블록은 지우기 위한 게 아니라, 발판으로 쓰기 위한 것입니다. 화면 안에는 걸어 다니는 작은 캐릭터가 있고, 나는 그 캐릭터가 출구까지 갈 수 있도록 블록을 쌓아 길을 놓아 줍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처음 하면 손이 자꾸 습관대로 움직입니다. 빈틈을 메워 한 줄을 완성하려 드는데, 여기서는 그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캐릭터가 지나갈 자리를 막아 버리는 최악의 수가 되기도 합니다. 익숙한 장르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규칙을 다시 배우게 되는 게 이 게임의 첫인상입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리스키 챌린지(Risky Challenge)는 떨어지는 블록을 조작해 통로를 만드는 퍼즐입니다. 화면 아래 어딘가에 목적지가 있고, 캐릭터는 스스로 걸어갑니다. 이 캐릭터는 내가 직접 조종하지 않습니다. 내가 하는 일은 그가 걷다가 떨어지지 않게 발판을 놓고, 막힌 곳을 넘어갈 수 있게 계단을 만드는 것입니다.
조작은 다른 낙하형 퍼즐과 비슷합니다. 좌우로 옮기고, 회전시키고, 아래로 빨리 떨어뜨립니다. 다른 점은 블록을 놓는 목적입니다. 어디에 놓아야 지울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디에 놓아야 캐릭터가 지나갈 수 있는가를 계산해야 합니다. 같은 조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고를 요구하는 셈입니다.
제한 시간이 있어서 느긋하게 생각할 여유는 없습니다. 캐릭터는 계속 움직이고 있고, 그 사이에도 블록은 내려옵니다. 미리 앞을 내다보고 두세 수 뒤의 지형을 상상하면서 놓아야 하는데, 이게 이 게임이 어렵다고 소문난 이유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실패는 캐릭터를 가둬 버리는 것입니다. 급한 마음에 블록을 아무 데나 떨어뜨리면 캐릭터 앞뒤가 막혀 오도 가도 못 하게 됩니다. 벽을 세우는 것과 길을 놓는 것은 손끝의 몇 칸 차이인데, 결과는 정반대입니다. 블록을 놓기 전에 캐릭터가 지금 어느 방향으로 걷고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두 번째는 높이 계산입니다. 캐릭터가 넘을 수 있는 단차에는 한계가 있어서, 그보다 높게 쌓아 두면 앞이 막힌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너무 높은 데서 떨어지면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좋은 수는 대체로 완만한 계단 모양입니다. 한 번에 한 칸씩 오르내릴 수 있게 지형을 다듬는 것이 기본기입니다.
요령을 하나 붙이자면, 다음에 올 블록 모양을 미리 보여 주는 표시를 반드시 활용하는 것입니다. 지금 블록으로 한 칸을 메우고 다음 블록으로 계단을 이어 붙이는 식으로 두 수를 묶어 생각하면, 급할 때 잘못 놓는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아이렘이라는 회사
아이렘은 알만툴로 유명해지기 훨씬 전부터 오락실에서 이름값이 있던 회사입니다. 알타입으로 대표되는 슈팅, 스파이 헌터 계열의 액션, 그리고 초기 플랫폼 게임까지 폭이 넓었습니다. 특징을 하나 꼽으라면 남들이 안 하는 규칙을 시도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잘 팔리는 형태를 그대로 베끼기보다 한 군데를 비틀어 놓는 쪽이었습니다.
이 게임도 그 성향의 산물입니다. 1990년대 초는 낙하형 퍼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때였습니다. 테트리스가 길을 열고 뿌요뿌요와 컬럼스 같은 작품이 뒤를 이으면서, 오락실마다 퍼즐 기계가 한두 대씩 놓였습니다. 그 홍수 속에서 같은 조작으로 다른 목적을 부여한 이 게임은 확실히 눈에 띄는 시도였습니다.
오락실 퍼즐 기계의 자리
국내 오락실에서 퍼즐 게임은 조금 특별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격투나 슈팅처럼 큰 소리를 내며 사람을 모으지는 않았지만, 한 사람이 오래 앉아 있는 기계였습니다. 실력이 붙으면 동전 하나로 오랫동안 버틸 수 있어서, 업주 입장에서는 미묘하고 손님 입장에서는 고마운 기계였습니다.
다만 이 게임처럼 규칙을 새로 배워야 하는 작품은 진입이 쉽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보고 무슨 게임인지 바로 알기 어려우면 동전이 들어오지 않았고, 그래서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자리를 오래 지키기 힘들었습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마음 놓고 몇 판 잡아 볼 수 있다는 건, 그 시절 동전이 아까워 넘겨 버렸던 게임을 제대로 이해해 볼 기회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