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오브 다크니스
마스터 오브 다크니스 (Master of Darkness Europe) · 1992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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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시스템의 악마성
이 게임을 켜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합니다. 채찍 대신 지팡이를 들었을 뿐, 이건 악마성 드라큘라 아닌가. 실제로 그렇습니다. 어두운 배경, 계단을 오르내리는 진행, 촛대 같은 것을 부수면 나오는 아이템, 보조 무기를 던지는 방식까지 대놓고 그 시리즈의 문법을 따릅니다.
그런데 흉내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무대를 19세기 런던으로 옮기면서 자기만의 얼굴을 얻었습니다. 안개 낀 부둣가, 밀랍 인형이 늘어선 전시관, 시체가 놓인 지하 묘지 같은 장소들이 나옵니다. 그 시절 런던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끌어들인 것도 이 게임만의 것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마스터 오브 다크니스(Master of Darkness)는 흡혈귀와 그 부하들을 물리치며 스테이지를 나아가는 횡스크롤 플랫폼 액션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정신과 의사인데, 런던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의 배후에 흡혈귀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직접 나섭니다.
조작은 이동, 점프, 공격, 보조 무기 사용입니다. 기본 무기는 짧은 단검이나 지팡이 같은 것이고, 스테이지 곳곳에서 도끼나 권총 같은 다른 무기를 주우면 그것으로 바뀝니다. 여기에 던져 쓰는 보조 무기가 따로 있어서, 눈앞의 적은 기본 무기로, 멀리 있거나 높은 곳의 적은 보조 무기로 처리하게 됩니다.
무기가 바뀌면 거리가 바뀝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신경 쓸 것은 지금 든 무기의 사거리입니다. 단검은 몸에 거의 닿을 만큼 가까이 붙어야 맞고, 지팡이나 도끼는 조금 더 멀리 닿습니다. 무기를 주워 바뀌는 순간 익숙했던 거리 감각이 무너져서, 방금까지 맞히던 적을 헛치게 됩니다.
그래서 새 무기를 얻으면 안전한 곳에서 한두 번 휘둘러 사거리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도끼처럼 위로 호를 그리며 휘두르는 무기는 눈앞의 낮은 적을 놓치는 대신 위쪽 적을 잘 잡습니다. 지금 나오는 적의 높이에 맞는 무기를 들고 있느냐가 그 구간의 난이도를 정합니다.
보조 무기는 수가 정해져 있어 아껴야 합니다. 잡졸에게 쓰면 정작 보스 앞에서 빈손이 됩니다. 손이 닿지 않는 위치의 적이나, 접근하면 위험한 적에게만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인상적인 스테이지
무대가 되는 장소들이 하나같이 분위기가 다릅니다. 안개 낀 항구는 배와 나무 상자가 겹쳐 있어 발판을 잘 골라 밟아야 하고, 밀랍 인형관은 멈춰 있던 인형이 갑자기 움직이는 연출로 사람을 놀라게 합니다.
지하 묘지 구간은 이 게임에서 가장 압박이 심한 곳입니다. 천장이 낮아 점프로 피할 여유가 없고, 좁은 통로에서 앞뒤로 적이 붙습니다. 여기서는 무작정 전진하지 말고 문틀이나 계단처럼 등을 댈 수 있는 지점을 확보한 뒤 한쪽만 상대하는 방식이 통합니다.
마지막 성으로 올라가는 구간은 계단과 승강 발판이 얽혀 있어, 위치를 잘못 잡으면 떨어져 아래 구간을 다시 올라와야 합니다. 서두르지 말고 발판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한 주기 지켜본 뒤에 올라타는 것이 안전합니다.
보스와의 거리
각 스테이지 끝에는 보스가 있습니다. 대부분 정해진 패턴을 따르고, 공격 뒤에 반드시 빈틈이 생깁니다. 문제는 이 게임의 기본 무기가 짧다는 점입니다. 빈틈에 붙어 때리려면 위험한 거리까지 들어가야 하고, 한 대 넣고 나면 바로 물러나야 합니다.
그래서 보스전에서는 사거리가 긴 무기를 들고 들어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보스 방 직전에 무기가 놓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이걸 들고 들어가라는 신호입니다. 짧은 무기를 든 채로 보스 방에 들어갔다면, 무리하지 말고 회피에 집중하며 기회를 길게 잡는 편이 낫습니다.
8비트 후기작의 완성도
마스터시스템 후반기에 나온 작품이라 만듦새가 좋습니다. 배경이 여러 겹으로 그려져 깊이가 느껴지고, 어두운 색을 잘 써서 호러 분위기를 냅니다. 8비트 기기로 이 정도 음침한 공기를 만든 게임은 드뭅니다.
음악도 인상적입니다. 스테이지마다 다른 곡이 붙어 있고, 대부분 낮고 무겁게 깔리는 선율이라 화면과 잘 맞습니다. 소리를 켜고 하면 체감 난이도가 올라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박감을 잘 만들어 냅니다.
난이도는 높지 않은 편입니다. 체력이 넉넉하고 회복 아이템도 자주 나와서, 같은 계열의 원조 작품들보다 훨씬 너그럽습니다. 그 장르를 해 보고 싶은데 매번 초반에 막히던 사람에게 권하기 좋은 입문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