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라이더
아마드 폴리스 배트라이더 (Armed Police Batrider a Version Hong Kong Mon Dec) · 1998 · Raiz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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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수십 명인 슈팅
슈팅 게임에서 고를 수 있는 기체는 보통 두세 개, 많아야 네댓 개입니다. 배트라이더는 이 상식을 깨고 수십 명의 파일럿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것도 처음부터 다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만족하며 하나씩 열어 가는 구조입니다.
등장인물 상당수가 라이징이 앞서 만든 슈팅들의 주인공이거나 그 게임에 나오던 인물입니다. 회사가 쌓아 온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축제 같은 구성이고, 그 회사의 슈팅을 좋아하던 사람에게는 이름을 확인하는 재미가 따로 있었습니다.
파일럿마다 성능이 다릅니다. 탄이 퍼지는 모양, 폭탄의 효과, 이동 속도가 제각각이라 고르는 것만으로 게임이 달라집니다. 세 명을 편성해 하나가 죽으면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는 구조라, 조합을 짜는 것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됩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배트라이더(Armed Police Batrider)는 화면이 위로 흐르는 세로 스크롤 슈팅입니다. 도시를 무대로, 무장한 경찰이 범죄 조직을 상대한다는 설정을 깔고 있습니다.
조작은 슈팅의 표준입니다. 레버로 움직이고, 버튼으로 쏘고, 폭탄으로 위기를 넘깁니다. 다만 이 게임은 화면을 채우는 탄의 양이 앞 세대 슈팅과 차원이 다릅니다. 1990년대 후반 탄막 슈팅이 자리를 잡아 가던 시기의 작품이라, 적탄이 촘촘한 무늬를 그리며 밀려옵니다.
대신 피격 판정이 작습니다. 기체 그림 전체가 아니라 아주 작은 한 점만 맞지 않으면 살아남습니다. 화면이 탄으로 가득해 보여도 실제로는 지나갈 틈이 있다는 뜻이고, 이 사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초보와 숙련자를 가릅니다.
탄막을 뚫는 법
처음 하는 사람은 화면 전체를 보려고 합니다. 탄이 수백 개인데 다 보려니 눈이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아무렇게나 움직이다 맞습니다. 이 장르의 첫 번째 요령은 시야를 좁히는 것입니다. 자기 기체 주변 좁은 영역만 보고, 그 안으로 들어오는 탄에만 반응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크게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탄막은 대체로 촘촘하지만 균일한 간격으로 퍼지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이면 빈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놀라서 화면 반대편으로 도망치면 오히려 다른 탄에 부딪힙니다. 작게, 정확하게 움직이는 쪽이 살아남습니다.
폭탄 쓰는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이 게임은 폭탄을 아이템으로 계속 얻을 수 있어서, 다음 구간에서 또 얻을 수 있다면 지금 쓰는 것이 이득입니다. 위험한 구간을 만나면 망설이지 않는 것이 이 장르의 정석입니다.
난이도 조절과 점수 놀이
이 게임에는 시작할 때 난이도를 고르는 요소가 있습니다. 그저 쉽고 어려움을 고르는 정도가 아니라, 조건에 따라 적의 공격 밀도와 얻는 점수가 함께 달라집니다. 편하게 끝까지 보고 싶은 사람과 점수를 다투고 싶은 사람이 같은 기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놀 수 있게 만든 설계입니다.
점수를 다투는 쪽으로 들어가면 게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적을 그냥 잡는 것이 아니라 특정 순서와 조건을 맞춰야 배수가 붙고, 그 배수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점수를 결정합니다. 살아남는 것과 점수를 버는 것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어디까지 욕심낼지를 계속 저울질하게 됩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은 후반 보스전입니다. 화면 전체를 덮는 탄막이 여러 겹으로 겹쳐 들어오고, 안전한 자리가 계속 바뀝니다. 여기서는 즉흥적인 반응만으로는 부족하고, 패턴을 외워 미리 자리를 잡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라이징의 슈팅 계보에서
라이징은 1990년대 슈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입니다. 도아플랜이 해체된 뒤 그 사람들이 흩어져 만든 흐름 중 하나가 이 회사로 이어졌고, 앞 세대 슈팅의 감각을 물려받으면서도 자기 색을 만들어 냈습니다.
배트라이더는 그 계보에서 축제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앞선 작품들의 캐릭터를 불러 모으고, 조작과 시스템을 한층 다듬어 놓았습니다. 이후 이어지는 작품에서 이 시스템은 다시 정리되고 발전하는데, 그 뿌리가 여기 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1998년이면 슈팅이 이미 소수 장르로 밀려난 시기였습니다. 격투와 리듬 게임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슈팅은 구석에서 아는 사람들만 하는 게임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오락실에서 만난 사람은 많지 않지만, 만난 사람에게는 화면을 가득 채우던 탄과 수십 명의 캐릭터 목록이 오래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