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궁홍련대
창궁홍련대 (Soukyugurentai Terra Diver Juet 960821 v1 000) · 1996 · Raiz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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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하지 않고 그어서 지우는 슈팅
보통 종스크롤 슈팅은 적이 있는 자리에 총알을 보내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그 전제부터 다릅니다. 버튼을 누른 채 기체를 움직이면 화면에 표시선이 끌려가면서 지나간 자리의 적들이 표적으로 걸립니다. 버튼을 놓는 순간 걸어 둔 표적으로 레이저가 한꺼번에 날아갑니다. 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지울 것에 밑줄을 긋는 감각입니다.
여기에 이 게임만의 한 겹이 더 있습니다. 화면이 완전한 평면이 아니라 안쪽 깊이가 있어서, 적이 아래층에 있느냐 위층에 있느냐가 구분됩니다. 아래에 깔린 지상 목표는 일반 탄으로 닿지 않고 록온으로 걸어야 합니다. 그래서 두 무기를 상황에 따라 갈아 쓰는 리듬이 이 게임의 기본 운영이 됩니다.
어떤 게임인가
창궁홍련대(Soukyugurentai)는 라이징이 1996년에 내놓은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해외에는 테라 다이버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붉은 기체, 푸른 기체, 초록 기체 세 대 중 하나를 고르고, 저마다 탄 퍼짐과 록온 레이저의 성질이 다릅니다. 고르는 기체에 따라 같은 구간을 푸는 방법이 꽤 달라집니다.
한 판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앞으로 밀려 나가면서 공중의 적은 일반 탄으로 즉시 처리하고, 시간이 걸리는 큰 목표와 지상 목표는 록온을 길게 걸어 한 번에 정리합니다. 록온은 오래 끌수록 걸리는 대상이 늘고 점수 배율도 커지지만, 그동안 자기 기체는 사실상 무방비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 게임 특유의 긴장은 대부분 여기서 나옵니다.
어디서 어려워지는가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이유는 록온을 아까워하기 때문입니다. 표적을 많이 걸려고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다가, 걸어 둔 레이저를 쏘지도 못하고 탄에 맞습니다. 초반에는 두세 개만 걸고 바로 놓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훨씬 오래 삽니다. 배율은 살아남은 다음에 챙길 문제입니다.
둘째 함정은 층 구분입니다. 분명 총알이 적을 통과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죽지 않는 상황이 나오면, 그 적은 다른 층에 있는 것입니다. 이걸 모르고 계속 일반 탄을 퍼부으면 처리도 못 하고 자리도 나쁜 데 갇힙니다. 안 죽는 적이 보이면 반사적으로 록온으로 손을 바꾸는 것이 요령입니다.
셋째는 화면 아래쪽에 붙는 버릇입니다. 이 게임은 아래에 바짝 붙으면 록온을 길게 끌 공간이 사라지고, 옆에서 밀고 들어오는 탄을 피할 여유도 없어집니다. 화면 아래에서 3분의 1쯤 되는 높이를 기본 위치로 잡고 위아래로 여유를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라이징이라는 이름
라이징은 1990년대 슈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회사입니다. 배틀 가레가로 대표되는 묵직하고 어두운 화면, 빽빽한 탄과 그것을 뚫는 각을 계산해 놓은 설계가 이 회사 슈팅의 인장입니다. 동시대의 다른 슈팅 제작사들이 화려함이나 물량으로 승부할 때, 라이징은 한 구간 한 구간을 시험 문제처럼 짜 놓는 쪽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그 계보 안에서도 조금 다른 자리에 있습니다. 회사가 잘하던 정통 탄막 대신 록온이라는 다른 축을 들고 나왔고, 기판도 세가 계열의 하드웨어를 썼습니다. 덕분에 화면에 입체적인 깊이 표현이 들어갔고, 같은 회사 다른 슈팅과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줍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국내 오락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1996년이면 이미 오락실의 중심이 대전 격투로 넘어간 뒤였고, 슈팅은 한두 대만 구석에 놓이는 장르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한두 자리마저 이름값 있는 시리즈가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록온이라는 낯선 규칙을 내세운 이 게임은 접점을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아는 사람은 대체로 나중에 이식판이나 자료를 통해 만난 쪽입니다. 지금 처음 잡아 보기에는 오히려 조건이 좋습니다. 조작이 두 버튼으로 끝나고, 록온이라는 장치 하나만 이해하면 나머지는 익숙한 슈팅 문법이기 때문입니다. 첫 판은 점수를 잊고 록온을 짧게 끊어 쓰는 연습만 해 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