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비욘드 (게임보이컬러)
배트맨 비욘드 리턴 오브 더 조커 (Batman Beyond Return of the Joker Japan Np) · 2000 · Ubi 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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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웨인이 아닌 배트맨
배트맨 하면 대개 한 사람을 떠올립니다. 망토를 두른 억만장자, 고담시의 밤을 지키는 그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주인공은 그가 아닙니다. 세월이 한참 흘러 늙어 버린 원래의 배트맨이 뒤로 물러나고, 훨씬 젊은 후계자가 새 복장을 입고 나섭니다. 배경도 오래된 고담이 아니라 훨씬 미래의 도시입니다.
이 설정은 원래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것입니다. 익숙한 인물을 그대로 쓰는 대신 한 세대를 건너뛰어 버리는 과감한 선택이었고, 덕분에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어둡고 고전적인 느낌 대신, 네온과 금속으로 채워진 미래 도시가 무대가 됩니다. 게임 화면에서도 그 차이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어떤 게임인가
배트맨 비욘드(Batman Beyond: Return of the Joker)는 게임보이 컬러용 액션 게임입니다. 같은 제목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새 배트맨을 조종해 스테이지를 진행하고 적들을 상대하는 횡스크롤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조작은 이동과 점프, 그리고 격투 공격이 중심입니다. 기본은 주먹과 발로 밀고 나가는 것이고, 여기에 배트맨다운 장비가 보조로 붙습니다. 화면 곳곳에 잡졸이 배치되어 있고, 구간 끝에는 더 튼튼한 상대가 기다립니다. 기본 형식은 이 시기 휴대용 액션 게임에서 흔히 보던 것과 같습니다.
한 대 맞지 않고 넘기는 법
이런 형식의 게임에서 체력은 아주 빨리 줄어듭니다. 적 하나하나는 약해도, 여럿이 앞뒤로 붙으면 금방 몰립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익혀야 하는 것은 한 번에 한 명만 상대하는 위치 잡기입니다. 통로가 좁은 곳으로 물러서거나, 뛰어넘어 방향을 바꿔서 뒤에 있던 적을 앞으로 몰아두면 훨씬 안전합니다.
두 번째는 공격을 길게 이어 가지 않는 것입니다. 연속으로 때리다 보면 마지막 동작이 끝날 때까지 손이 묶이고, 그 틈에 옆에서 들어옵니다. 두세 대 넣고 물러나서 상대의 반응을 본 다음 다시 들어가는 편이 결과적으로 훨씬 적게 맞습니다.
세 번째는 회복 수단을 아끼는 것입니다. 체력이 반쯤 남았을 때 바로 쓰기보다, 정말 위험할 때를 위해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구간 끝에 기다리는 상대가 대개 가장 많은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게임보이 컬러라는 화면
게임보이 컬러의 화면은 작고, 쓸 수 있는 색도 많지 않습니다. 어두운 밤 도시를 무대로 하는 작품에게는 까다로운 조건입니다. 배경과 캐릭터가 모두 어두우면 서로 구분이 안 되고, 밝게 만들면 분위기가 죽습니다.
이 게임은 주인공의 복장에 있는 선명한 표식과 붉은 색을 눈에 띄게 써서 그 문제를 넘깁니다. 화면이 어두워도 내가 어디 있는지는 항상 알 수 있습니다. 작은 화면을 다루는 이 시기 게임들이 흔히 쓰던 방법이고, 여기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합니다.
반면 멀리 있는 지형이나 적을 미리 보기는 어렵습니다. 화면 바깥에서 갑자기 적이 들어오는 일이 잦으므로, 처음 가는 구간에서는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애니메이션을 게임으로
애니메이션 기반 게임은 원작을 얼마나 살리느냐가 평가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 작품은 등장 인물과 도시의 분위기를 옮기는 데 신경을 쓴 편입니다. 화면에서 미래 도시의 인상이 전해지고, 주인공의 실루엣도 원작과 잘 맞습니다.
다만 게임 자체의 구조는 이 시기 다른 판권 액션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새로운 발상을 보여 주기보다, 익숙한 형식 위에 이 세계관을 올려놓은 쪽입니다. 원작을 좋아한 사람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한 이유가 되고, 아닌 사람에게는 평범한 액션 게임 한 편이 됩니다.
국내에서는 이 애니메이션 자체가 크게 알려지지 않아,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도 드뭅니다. 그래서 지금 켜 보면 아는 이름 아래 모르는 인물이 나오는 낯선 경험이 되는데, 그 낯섦이 오히려 한 번 해 볼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