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플레이스테이션)
뱀파이어: 더 나이트 워리어즈 (Darkstalkers the Night Warriors) · 1996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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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문을 열면 들리던 그 목소리
1994년 오락실 한쪽에서 유난히 시끄러운 기판이 하나 있었습니다. 캐릭터를 고를 때마다 굵직한 영어 목소리가 이름을 외치고, 화면에서는 늑대인간이 털을 곤두세우고 미라가 붕대를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에 익숙해진 눈에는 이 화려한 색감과 만화영화 같은 움직임이 낯설면서도 강렬했습니다.
그 게임이 뱀파이어(Darkstalkers: The Night Warriors)입니다. 일본에서는 뱀파이어라는 이름으로, 해외에서는 다크스토커즈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한국 오락실에서는 대체로 뱀파이어라고 불렀습니다. 여기 실린 것은 그 게임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옮긴 판입니다.
괴물들이 모인 대전격투
등장인물이 전부 서양 괴담과 공포영화에서 튀어나온 존재들입니다. 흡혈귀 데미트리, 늑대인간 존 탈베인,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빅터, 미라 아나카리스, 여성 서큐버스 모리건, 눈사람 사스콰치, 물고기 인간 리자드맨, 그리고 고양이 소녀 펠리시아까지 열 명이 넘는 얼굴이 나옵니다. 사람 형태를 한 캐릭터가 오히려 소수입니다.
조작은 스트리트 파이터 계열과 같은 6버튼입니다. 다만 이 게임에서 처음 들어간 요소가 여럿 있는데, 공중에서 다시 방어할 수 있는 에어 블로킹, 상대의 공격을 튕겨내는 가드 리버설, 체인 콤보라 불리는 약·중·강 연속 이어치기가 대표적입니다. 이 체인 콤보 개념은 나중에 마블 대 캡콤 계열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색과 움직임
이 게임의 진짜 무기는 그림입니다. 캡콤이 CPS2 기판의 색 표현력을 작정하고 쏟아부은 작품이라,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애니메이션 원화처럼 움직입니다. 모리건의 박쥐 날개가 흩어졌다 모이고, 펠리시아가 착지할 때 꼬리가 따라 휘고, 빅터가 전기를 흘릴 때 몸 전체가 번쩍입니다.
연출 하나하나에 유머도 섞여 있습니다. 승리 포즈가 캐릭터 성격에 맞게 제각각이고, 패배 모션도 그냥 쓰러지는 게 아니라 캐릭터마다 다르게 무너집니다. 이 개성 덕분에 실력이 늘지 않아도 캐릭터를 하나씩 눌러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시리즈로 이어진 것
이 첫 작품 뒤로 뱀파이어 헌터, 뱀파이어 세이비어가 이어지면서 시스템이 다듬어지고 캐릭터도 늘어납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오히려 후속작인 뱀파이어 세이비어 쪽이 더 오래 돌아갔지만, 모리건과 펠리시아라는 얼굴을 처음 알린 것은 이 1편입니다.
이 캐릭터들은 나중에 마블 슈퍼 히어로즈 대 스트리트 파이터, 마블 대 캡콤 같은 크로스오버 작품에 계속 불려 나옵니다. 캡콤 대전격투 계보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다음가는 자리를 차지한 시리즈이고, 그 출발점을 확인하려면 이 1편을 잡아 보는 게 가장 빠릅니다.
지금 해 볼 때
처음이라면 존 탈베인이나 데미트리처럼 기본기가 정직한 캐릭터로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파동권과 승룡권 감각의 커맨드를 그대로 쓰는 캐릭터라 스트리트 파이터를 해 봤다면 손이 금방 붙습니다.
반대로 아나카리스나 사스콰치처럼 덩치가 크고 판정이 이상한 캐릭터는 익숙해지면 상대가 대응하기 까다로워집니다. 캐릭터 성능 차가 꽤 큰 편이라, 승패보다 캐릭터마다 다른 움직임을 구경하는 쪽으로 즐기면 오래 잡고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