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라이벌
버닝 라이벌 (Burning Rival World) · 1992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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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가 2D 격투에 손을 대던 짧은 시기
지금 세가와 격투 게임을 함께 떠올리면 대부분 3D를 생각합니다. 폴리곤으로 만든 인물이 링 위에서 붙던 그 게임들 말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앞선 시기에 세가도 다른 회사들처럼 평면 그림으로 된 대전격투를 만들었습니다. 버닝 라이벌이 그 몇 안 되는 흔적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게임이 나온 해는 오락실 전체가 대전격투 한 장르로 쏠려 있던 때입니다. 앞서 나온 어느 작품 하나가 시장을 완전히 바꿔 놓은 뒤였고, 기판을 만드는 회사라면 어디든 자기 대전격투를 하나쯤 내놓아야 한다는 분위기였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나온 작품이라, 지금 보면 그 시절 오락실이 어떤 상태였는지가 게임 자체보다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버닝 라이벌(Burning Rival)은 두 사람이 좌우로 마주 서서 라운드를 겨루는 2D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규칙은 이 장르의 표준을 따릅니다. 상대의 체력 막대를 먼저 비우면 한 라운드를 가져가고, 정해진 판수를 먼저 이기면 승리합니다. 시간이 다 되면 남은 체력이 많은 쪽이 이깁니다.
조작도 익숙한 형태입니다. 방향 입력으로 다가가고 물러나고 앉고 뛰며, 버튼으로 약한 공격과 강한 공격을 나눠 씁니다. 여기에 방향키를 특정 순서로 돌린 뒤 버튼을 누르면 나가는 필살기가 캐릭터마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장르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손이 먼저 움직입니다.
대전격투가 넘쳐나던 해
이 작품을 이해하려면 그해 오락실을 떠올려야 합니다. 한 해 사이에 대전격투가 쏟아졌습니다. 어떤 것은 큰 성공을 거둬 시리즈가 되었고, 어떤 것은 몇 달 만에 자리에서 밀려났습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고를 게 너무 많았고, 오락실 주인 입장에서는 어느 기판이 오래갈지 판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는 조건은 냉정했습니다.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야 하고, 필살기가 눈에 확 들어와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붙어야 했습니다. 대전격투는 옆에 상대가 앉아야 성립하는 장르라, 사람이 몰리는 게임에 더 몰리고 그렇지 않은 게임은 급격히 비었습니다. 한 번 이런 쏠림이 시작되면 뒤집기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왜 오래 남지 못했나
버닝 라이벌은 만듦새가 나쁘지 않았지만, 이미 자리를 잡은 작품들의 벽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같은 시기 다른 대전격투들은 캐릭터 하나하나가 이름과 얼굴로 기억될 만큼 강한 인상을 갖고 있었고, 필살기의 연출도 화려했습니다. 그에 비해 이 게임은 무난한 쪽이었고, 무난한 것은 이 장르에서 가장 불리한 조건이었습니다.
세가 자신의 방향도 곧 바뀌었습니다. 이듬해부터 세가는 3D 기술에 회사의 무게를 실었고, 격투 게임에서도 평면 그림 대신 폴리곤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그 선택이 크게 성공하면서 2D 대전격투 쪽의 시도들은 자연스럽게 정리되었습니다. 이 작품이 세가의 2D 격투 계보에서 거의 마지막 자리에 놓이게 된 사정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한국 오락실에 이 게임이 널리 깔리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국내 가게들은 손님이 확실히 붙는 대전격투 몇 종에 자리를 몰아주고 있었고, 인지도가 약한 신작을 들일 여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대전격투 기판은 값도 비싼 편이라 실패하면 손실이 컸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이름은 들어 봤지만 실제로 붙어 본 적은 없는 부류에 속합니다. 잡지 신작 소개란의 작은 사진으로 지나쳤거나, 어쩌다 들른 낯선 동네 오락실에서 한 대 발견하고 신기해했던 정도입니다. 지금 다시 꺼내 볼 때의 재미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해에 얼마나 많은 대전격투가 만들어졌고, 그중 대부분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실물로 확인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해 본다면
처음 잡는 사람은 필살기 커맨드를 몇 개만 익히고 시작하면 됩니다. 앞에서 아래로 돌리는 계열과 뒤에서 앞으로 밀어 넣는 계열, 이 둘만 손에 익어도 한 캐릭터를 쓸 만해집니다. 무리하게 어려운 입력을 노리기보다, 상대가 다가올 때 앉아서 발을 내밀고 물러나는 기본기를 반복하는 쪽이 승률이 높습니다.
혼자 컴퓨터를 상대할 때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이 시기의 대전격투는 컴퓨터가 사람의 입력을 읽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서, 같은 공격을 반복하면 어느 순간부터 전부 막힙니다. 때리는 타이밍을 일부러 늦추거나, 다가가는 척하다 물러나는 식으로 흐름을 흔들어 주면 훨씬 수월해집니다. 이 요령은 그 시절 대전격투 전반에 통하는 것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