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보기 84 (오락실)

보기 84 (Boggy 84) · 1983 · Kanek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제목의 연도가 실제와 다릅니다

제목에 84가 붙어 있지만 이 게임이 나온 해는 1983년입니다. 다가올 해를 제목에 미리 넣는 것은 그 시절에 드물지 않은 방식이었습니다. 새 물건처럼 보이게 하려는 상술이기도 했고, 다음 해까지 계속 팔겠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소한 부분이 오히려 그 시절 오락실 시장의 분위기를 잘 보여 줍니다. 게임 하나의 수명이 짧았고, 몇 달만 지나도 낡은 것 취급을 받았습니다. 제목에 연도를 박아 두는 것은 그 짧은 수명과 싸우는 나름의 방법이었습니다.

보기 84 (오락실) 플랫폼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3)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Boggy '84는 여러 층으로 나뉜 고정 화면 안에서 열쇠를 모으는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은 스크롤하지 않고 한눈에 다 들어옵니다. 주인공은 층을 오르내리며 흩어져 있는 열쇠를 하나씩 주워야 하고, 그동안 적들이 계속 쫓아옵니다.

핵심은 층을 오가는 방법입니다. 적들은 사다리로만 위아래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반면 주인공은 바닥에 놓인 스프링보드를 밟고 튀어 올라 층을 건너뛸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게임 전체의 규칙입니다. 쫓기다가 스프링을 밟고 위로 튀어 오르면, 뒤쫓던 적은 사다리까지 돌아가야 하니 그 사이에 거리가 벌어집니다.

적을 직접 없애는 방법은 마땅치 않습니다. 이 게임은 싸우는 게임이 아니라 도망 다니며 목표를 챙기는 게임입니다. 정면으로 부딪히면 그냥 지는 구조이니, 언제 어디로 빠질지를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보기 84 (오락실) 플랫폼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3)

도망 다니는 게임의 요령

초보가 가장 많이 죽는 이유는 열쇠를 눈에 보이는 순서대로 주우려 하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것부터 챙기다 보면 어느새 화면 구석에 몰려 있고, 양쪽에서 적이 다가오면 빠져나갈 곳이 없습니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스프링보드의 위치입니다. 어디에 스프링이 있는지 알고 움직이면, 위험해졌을 때 도망칠 경로가 늘 하나쯤 남아 있게 됩니다. 반대로 스프링이 없는 층 끝에서 쫓기기 시작하면 방법이 없습니다.

적을 한곳에 몰아 두고 반대편을 도는 방식도 유효합니다. 적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사이에 그 층의 열쇠를 쓸어 담고 다시 튀어 오르는 식입니다. 화면이 한눈에 다 보인다는 점을 이용해, 적이 지금 어느 사다리 근처에 있는지를 늘 확인하며 움직이는 것이 요령입니다.

뒤쪽 판으로 갈수록 화면 구성이 달라집니다. 미끄러운 경사면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평지에서 통하던 움직임이 잘 통하지 않아 다시 감을 잡아야 합니다.

같은 시절 다른 게임들

1980년대 초반 오락실에는 이런 형태의 게임이 많았습니다. 화면 하나에 층과 사다리를 그려 놓고 그 안에서 쫓고 쫓기는 구조 말입니다. 층 사이를 튀어 다니며 도망 다닌다는 점에서는 트램펄린을 쓰는 매피와 닮았고, 층마다 목표를 처리하며 적을 상대한다는 점에서는 스페이스 패닉 계열과 통합니다.

다만 그 유명한 작품들만큼 다듬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움직임이 조금 뻣뻣하고, 적의 행동이 세련되게 짜여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스프링과 사다리라는 비대칭을 규칙의 중심에 놓은 발상 자체는 분명합니다. 나와 적이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하나로 게임이 성립합니다.

카네코라는 이름

이 게임을 만든 곳은 나중에 오락실에서 꾸준히 이름을 보게 되는 회사입니다. 1990년대에는 슈팅과 액션을 여럿 내놓았고, 다른 회사의 기판 제작에 손을 대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 회사의 아주 이른 시기 결과물입니다.

지금 다시 켜 보면 화면도 소리도 단출합니다. 그 시절 오락실 기판의 성능이 어디까지였는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럼에도 몇 판 하다 보면 나름의 리듬이 생깁니다. 스프링을 밟고 튀어 올라 적을 따돌리는 순간의 감각은 지금 해도 제법 시원합니다.

국내 오락실에 이 게임이 널리 놓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작품도 아니고 나온 시기도 이릅니다. 다만 층과 사다리를 오가며 쫓기던 이런 형태의 게임 자체는, 오락실을 다니던 사람이라면 어떤 이름으로든 한 번쯤 만나 본 익숙한 구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