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더 대시
볼더 대시 (Boulder Dash Europe) · 1990 · Vi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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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 순간 머리 위가 무너집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건 "위쪽 흙은 함부로 파지 말 것"입니다. 흙을 걷어 내면 그 위에 얹혀 있던 바위가 그대로 떨어지고, 캐릭터는 한 방에 납작해집니다. 흙을 파는 행동 자체가 곧 함정을 만드는 행동이라는 점, 이 단순한 역설 하나로 삼십 년 넘게 사랑받은 게임입니다.
볼더 대시(Boulder Dash)는 땅속을 파고 다니며 정해진 개수의 다이아몬드를 모은 뒤 출구로 빠져나가는 퍼즐 액션입니다. 주인공 록포드를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조작의 전부인데, 그 단순한 조작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이 놀라울 만큼 다양합니다.
바위는 굴러떨어지기도 합니다
바위 아래가 비면 바로 떨어집니다. 그런데 바위가 다른 바위 위에 얹혀 있고 옆이 비어 있으면 옆으로 미끄러져 내립니다. 이 규칙 때문에 멀쩡해 보이던 바위 더미가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일이 생깁니다. 다이아몬드도 똑같이 떨어지고 똑같이 미끄러지므로, 다이아몬드에 깔려 죽는 허무한 최후도 흔합니다.
바위를 옆으로 밀 수도 있습니다. 캐릭터 바로 옆 바위는 그 너머가 비어 있으면 한 칸씩 밀리는데, 이걸로 길을 트거나 반대로 통로를 막습니다. 밀기와 떨어뜨리기를 조합해 적을 깔아뭉개는 것이 후반 스테이지의 핵심입니다.
나비와 반딧불이
땅속에는 벽을 따라 도는 생물들이 있습니다. 반딧불이는 닿기만 해도 죽지만 바위에 깔리면 그냥 터집니다. 나비는 바위에 깔려 터질 때 그 자리에 다이아몬드를 잔뜩 남깁니다. 다이아몬드 개수가 모자라는 스테이지는 대개 이 나비를 어디서 어떻게 터뜨리느냐가 정답입니다.
여기에 흙과 바위를 갉아 먹으며 번지는 아메바까지 끼어들면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아메바는 갇혀 있으면 다이아몬드로 굳고, 너무 커지면 바위로 변합니다. 가둘 것인가 키울 것인가를 시간 안에 결정해야 합니다.
제한 시간이 진짜 적입니다
정답 순서를 알아도 시간 안에 해내지 못하면 소용없습니다. 그래서 익숙해질수록 이 게임은 퍼즐에서 실행력 싸움으로 성격이 바뀝니다. 어느 통로를 먼저 뚫고 어느 바위를 남겨 둘지 머릿속으로 그린 다음, 망설임 없이 한 번에 밀어붙여야 합니다.
한 스테이지가 짧아 실패해도 부담이 적고, 죽는 이유가 언제나 명확합니다. 내가 아까 판 그 흙 때문에 죽었다는 걸 스스로 알기 때문에 계속 다시 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