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도 블레이드
부시도 블레이드 (Bushido Blade) · 1997 ·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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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 게임에 체력 게이지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게임에는 체력 막대도, 시간 제한도, 라운드도 없습니다. 칼을 제대로 한 번 맞으면 그대로 끝납니다. 팔을 맞으면 그 팔을 못 쓰고 다리를 맞으면 주저앉아 기어 다녀야 합니다. 격투 게임의 문법을 통째로 걷어 낸 이 발상 하나로,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이야기되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부시도 블레이드(Bushido Blade)는 일본도를 비롯한 여러 무기로 일대일 검술 대결을 벌이는 3D 대전 게임입니다. 화려한 연속기 대신 자세를 잡고 거리를 재다가 한순간에 베어 들어가는 긴장감이 전부입니다. 승부가 몇 초 만에 끝나는 일도 흔합니다.
한 방의 무게
이 게임의 모든 것은 단 한 번의 유효타에 걸려 있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휘두를 수 없습니다. 무작정 공격에 들어가면 상대의 반격에 그대로 베입니다. 서로 거리를 재며 상대가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그 침묵이 오히려 긴장을 만듭니다.
부위 개념이 있어 어디를 맞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몸통이나 목을 제대로 베면 즉사이고, 팔이나 다리를 맞으면 불구가 된 채로 싸움이 계속됩니다. 한쪽 팔을 잃고도 칼을 쥐고 버티는 상황이 나오는데, 이때부터가 오히려 진짜 승부입니다.
무기를 놓치는 일도 있습니다. 칼이 손에서 떨어지면 주우러 가야 하고, 그 사이가 가장 위험합니다.
세 가지 자세
공격은 상단, 중단, 하단으로 나뉜 자세에서 나옵니다. 자세에 따라 나가는 기술과 닿는 범위가 달라지므로, 상대의 자세를 보고 이쪽 자세를 바꾸는 수읽기가 필요합니다.
막기도 중요합니다. 상대의 공격 방향에 맞춰 칼을 대야 막히고, 어긋나면 그대로 맞습니다. 막는 데 성공하면 칼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짧은 틈이 생기는데, 그 순간을 잡아 반격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 기술입니다.
달리기와 몸싸움도 있습니다. 거리를 벌리려고 뒤로 뛰거나, 반대로 파고들어 밀칠 수 있습니다. 무기 길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짧은 무기를 든 쪽은 파고들어야 하고, 긴 무기를 든 쪽은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무기와 캐릭터
일본도, 장검, 창, 도끼처럼 여러 무기가 있고 각각 길이와 무게가 다릅니다. 가벼운 무기는 빠르게 여러 번 휘두르지만 막힐 때 밀리고, 무거운 무기는 느린 대신 한 번에 승부를 냅니다.
캐릭터마다 다룰 수 있는 무기와 기본 속도가 다릅니다. 빠른 캐릭터로 가벼운 무기를 들면 계속 압박할 수 있고, 느린 캐릭터로 긴 무기를 들면 거리를 지키며 기다리는 싸움을 하게 됩니다. 조합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이 됩니다.
넓은 무대
무대에 보이지 않는 벽이 없다는 점도 특이합니다. 뒤로 계속 물러나면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고, 대나무 숲이나 계단, 언덕 같은 지형이 이어집니다. 경사에서는 위에 선 쪽이 유리해서 지형을 잡는 것도 전략이 됩니다.
도망치는 것도 가능합니다. 상대에게서 계속 물러날 수 있는데, 다만 등을 보이고 도망치는 행위는 이 게임이 내세우는 무사의 예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취급됩니다.
예법이라는 규칙
이 게임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쓰러진 상대를 베거나, 등을 보인 상대를 공격하거나, 흙을 뿌려 눈을 가리는 행동을 하면 비겁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혼자 하는 모드에서 이런 행동을 하면 이야기 진행이 달라집니다.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겼는지가 남는 셈인데, 대전 게임에 이런 장치를 넣은 사례는 지금도 흔치 않습니다.
처음 하는 분께
먼저 휘두르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이 게임은 기다리는 쪽이 대개 이깁니다. 상대가 들어오는 순간을 막고 반격하는 흐름을 익히시길 권합니다.
한 판이 몇 초 만에 끝나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몇 초 안에 들어 있는 수읽기가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여러 판 붙어 보면 그 짧은 순간이 왜 재미있는지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