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노우
센 노우 (Sen Know Japan) · 1999 · Kanek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낙하 퍼즐은 보통 같은 것을 모아 지우는 놀이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떨어진 블록을 지우는 대신 이어 붙이라고 요구합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조각에 파이프 모양이 그려져 있고, 그것들을 맞물리게 놓아 물이 흐를 길을 만드는 겁니다. 테트리스처럼 손이 바쁜데 머리는 배관공 퍼즐을 풀고 있는, 묘하게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감각이 이 게임의 정체입니다.
센 노우(Sen Know)는 카네코가 1999년에 내놓은 아케이드 퍼즐 게임입니다. 파이프 잇기 퍼즐의 규칙에 낙하 블록의 시간 압박을 얹은 구성이고, 두 사람이 나란히 붙어 겨룰 수도 있습니다. 일본 오락실 위주로 돌던 물건이라 국내에서 간판을 내걸고 돌린 자리는 많지 않았습니다.
파이프를 잇는다는 것
기본 목표는 정해진 출발점에서 나온 물이 최대한 멀리, 오래 흐르도록 길을 만드는 것입니다. 조각에는 직선, 굽은 관, 십자 교차 같은 모양이 있고, 앞 조각의 열린 방향과 다음 조각의 입구가 맞아야 물이 넘어갑니다. 한 칸이라도 어긋나면 거기서 물이 새고 판이 끝납니다.
어려운 점은 조각을 고를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 미리 보여주긴 하지만, 원하는 모양이 오지 않는 상황이 반드시 생깁니다. 그때 쓸모없는 조각을 어디에 버릴지가 실력입니다. 물길에서 멀찍이 떨어진 구석에 던져두면 나중에 그 자리가 막혀 길이 갈 곳을 잃기도 하므로, 버리는 자리도 계획의 일부입니다.
여기에 낙하 퍼즐의 성질이 겹칩니다. 조각은 계속 내려오고, 쌓이면 판이 좁아집니다. 파이프를 길게 뽑고 싶은 욕심과 화면을 정리해야 하는 압박이 정면으로 충돌하는데, 이 긴장이 이 게임을 계속 붙잡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무너지는 자리
초보의 실수는 대개 직선으로만 뽑으려는 데서 나옵니다. 물길을 곧게 이으면 금방 벽에 닿고, 벽에서 꺾을 굽은 조각이 마침 오지 않으면 그대로 끝납니다. 처음부터 지그재그로 방향을 자주 바꿔 화면 가운데를 넓게 쓰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두 번째는 물이 흐르기 시작한 뒤의 조급함입니다. 물은 일정한 속도로 관을 채워 나가므로, 그 앞에서 길을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물이 다가온다고 아무 조각이나 급하게 붙이면 그다음 수가 막힙니다. 물이 도달하기까지 몇 칸의 여유가 있는지 세는 습관을 들이면 손이 훨씬 차분해집니다.
세 번째는 십자 교차 조각을 아끼는 것입니다. 이미 지나간 길 위로 물길을 한 번 더 통과시킬 수 있는 조각은 막다른 상황에서 판을 살리는 열쇠가 됩니다. 여유 있을 때 무심코 써버리면 정작 필요할 때 손에 없습니다.
같은 장르 다른 게임과 견주면
파이프 잇기 계열의 원형은 격자판 위에 원하는 자리를 직접 골라 조각을 놓는 방식이었습니다. 그쪽은 생각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넉넉하고, 압박은 물이 흘러오는 속도에서만 옵니다. 반면 이 게임은 조각이 위에서 내려오면서 놓을 수 있는 자리 자체가 물리적으로 제한됩니다. 계획을 세우는 퍼즐이 순간 판단의 게임으로 성격이 바뀐 셈입니다.
낙하 퍼즐 쪽과 비교해도 결이 다릅니다. 테트리스나 뿌요뿌요는 잘못 놓은 블록을 나중에 줄을 지우거나 연쇄로 회수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파이프는 한 번 어긋나면 되돌릴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실수의 대가가 즉각적이고 확정적이라, 같은 낙하 퍼즐이라도 마음가짐이 훨씬 신중해집니다.
대전에서도 이 성격이 드러납니다. 상대를 방해하는 요소보다, 누가 더 길게 물을 흘려보내 점수를 쌓느냐의 싸움에 가깝습니다. 서로 자기 판을 관리하다가 한쪽이 먼저 실수해서 갈리는 형태입니다.
카네코와 1990년대 말 아케이드
카네코는 1980년대부터 슈팅과 액션, 퍼즐을 두루 만들던 회사입니다. 자체 기판을 여러 세대에 걸쳐 굴렸고, 이 게임도 그 후기 기판 위에서 돌아갑니다. 화면이 깨끗하고 조각의 모양이 한눈에 구분되는 것은 퍼즐 게임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덕목인데, 그 부분은 잘 챙겼습니다.
다만 시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1999년의 오락실은 대전 격투와 리듬 게임, 대형 체감형 기기가 자리를 차지하던 때였습니다. 조용히 앉아 머리를 쓰는 퍼즐 게임이 새로 자리를 얻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카네코 자체도 이 무렵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널리 알려질 기회를 놓친 쪽에 가깝습니다. 규칙 자체는 지금 해봐도 신선하고, 몇 판만 잡아보면 왜 이런 조합을 생각해냈는지 납득이 됩니다. 조용한 곳에서 혼자 오래 붙들고 있기 좋은 종류의 퍼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