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게이터 헌트
앨리게이터 헌트 (Alligator Hunt Unprotected) · 1994 · Gael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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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보드 탄 소년이 외계인을 쏜다
설정만 놓고 보면 어수선합니다. 파충류처럼 생긴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고, 이를 막으러 나선 것은 군대가 아니라 스케이트보드를 탄 아이들입니다. 진지한 SF도 아니고 순수한 코미디도 아닌, 어느 쪽으로도 정리되지 않는 감각이 이 게임 전체를 관통합니다.
만든 곳이 스페인 회사라는 점이 여기서 중요해집니다. 1990년대 아케이드 시장은 일본이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었고, 유럽 제작사의 기판은 흔치 않았습니다. 갈레코는 그 드문 예외 가운데 가장 꾸준히 활동한 회사이고, 일본 게임과는 확실히 다른 미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색을 쓰는 방식부터 다릅니다. 일본 슈팅이 어둡고 정돈된 색조를 쓰는 데 비해, 이 게임은 원색을 거리낌 없이 씁니다. 캐릭터 생김새도 만화적이고 과장되어 있습니다. 이 이질감이 이 게임을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앨리게이터 헌트(Alligator Hunt)는 카발이 만들어 놓은 형식을 따르는 슈팅입니다. 플레이어는 화면 아래쪽에서 좌우로만 움직이고, 동시에 화면 안을 돌아다니는 조준경을 조작해 적을 쏩니다. 몸은 아래에 있고 총구는 화면 전체를 훑는 구조입니다.
이 형식의 핵심은 두 가지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조준경을 적에게 맞추는 일과, 자기 몸을 날아오는 탄에서 피하는 일이 따로 놀지 않습니다. 쏘려면 조준경을 그쪽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러면 몸도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조준과 회피가 한 몸으로 묶여 있는 것이 이 장르의 긴장감입니다.
무기는 두 가지입니다. 탄이 무제한인 기본 사격과, 수가 제한된 미사일입니다. 적을 쏘면 아이템이 떨어지는데, 미사일을 보충해 주는 것과 더 강한 미사일로 바꿔 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 몸을 굴려 탄을 피하는 동작이 따로 있어서, 위험한 순간을 넘기는 수단이 됩니다.
무대가 바뀌는 흐름
초반 두 스테이지는 지구에서 벌어집니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외계인을 상대하는 구성입니다. 그 뒤로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가고, 마지막에는 적의 본거지인 파충류들의 행성까지 쳐들어갑니다. 방어에서 시작해 역습으로 끝나는 구조입니다.
무대가 바뀌면 화면 구성도 바뀝니다. 지상에서는 엄폐물이 있고 지형이 시야를 가리지만, 우주로 나가면 사방이 트인 대신 사방에서 적이 들어옵니다. 같은 조작으로 전혀 다른 상황을 상대하게 되니, 후반부의 체감 난이도가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난이도가 가장 튀는 지점은 화면에 적과 탄이 동시에 가득 찰 때입니다. 조준경을 움직여 쏘려는데 몸이 위험해지고, 몸을 피하려면 조준을 놓게 됩니다. 이럴 때는 쏘는 것을 잠깐 포기하고 구르기로 안전한 자리를 만든 다음 다시 조준하는 순서가 안정적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잡아야 할 감각
이 장르를 처음 하면 대체로 조준경만 보게 됩니다. 화면 위쪽의 적에 집중하다 보면 아래쪽에 있는 자기 캐릭터가 눈에 안 들어오고, 그대로 탄에 맞습니다. 시선을 조준경과 자기 몸 사이에서 계속 오가게 만드는 것이 첫 번째 과제입니다.
요령 하나는 화면 아래쪽 절반을 우선 보는 것입니다. 이쪽으로 내려오는 탄이 실제로 나를 죽이는 것이고, 위쪽 멀리 있는 적은 아직 위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멀리 있는 적을 먼저 잡고 싶은 마음을 참고, 가까이 온 탄부터 처리하는 우선순위를 몸에 붙이면 생존율이 크게 달라집니다.
미사일은 아끼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적이 몰려나오는 구간에서 한 발 쓰면 여러 명이 한꺼번에 정리되고, 그만큼 날아올 탄이 줄어듭니다. 죽고 나서 남은 미사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 장르의 오랜 격언입니다.
유럽 기판이 남긴 자리
갈레코는 1990년대 내내 스페인에서 꾸준히 오락실 기판을 만든 회사입니다. 레이싱, 슈팅, 액션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았고, 자체 하드웨어를 설계해 쓸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일본과 미국 밖에서도 이런 규모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봤다는 기억은 흔치 않습니다. 국내에 들어오는 기판은 일본 유통망을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스페인 회사의 물건이 그 경로에 오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지금 다시 만났을 때 이상하게 신선합니다. 익숙한 카발식 조작을 쓰면서도 색감과 캐릭터가 전혀 다른 문법으로 그려져 있어서, 안 해 본 게임인데 조작만은 아는 묘한 감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