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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아웃 2097

와이프아웃 2097 (Wipeout 2097) · 1996 · S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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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먼저 기억나는 레이싱

이 게임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먼저 꺼내는 건 대체로 음악입니다. 케미컬 브라더스, 프로디지, 언더월드 같은 이름들이 실제로 수록됐고, 화면에서는 반중력 기체가 파란 불빛을 끌며 코스를 날았습니다. 1996년에 게임과 클럽 음악이 이런 식으로 붙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작품이었습니다.

그 게임이 와이프아웃 2097(WipEout 2097)입니다. 지역에 따라 와이프아웃 XL이라는 이름으로도 나왔고,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와이프아웃 2097 레이싱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6)

땅에 닿지 않는 레이싱

타는 것은 바퀴가 아니라 반중력으로 떠 있는 기체입니다. 그래서 조작 감각이 일반 레이싱과 완전히 다릅니다. 관성이 크게 붙어서 코너에 그냥 들어가면 벽에 붙어 버립니다. 좌우 브레이크를 눌러 기체를 기울이면서 도는 감각을 익혀야 제대로 달릴 수 있습니다.

속도감이 대단합니다. 코스가 위아래로 크게 휘어지고 회전 구간에서는 화면이 통째로 돌아가는데, 이 속도에서 벽을 스치지 않고 붙어 도는 순간의 쾌감이 이 시리즈의 전부라 해도 될 정도입니다.

와이프아웃 2097 레이싱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1996)

무기가 있는 경주

코스 위에 무기 판이 깔려 있고, 그 위를 지나가면 무작위로 무기를 얻습니다. 유도 미사일, 기뢰, 충격파, 그리고 방어막 같은 것들입니다. 앞서가는 기체를 미사일로 흔들거나, 뒤따라오는 기체 앞에 기뢰를 뿌립니다.

무기 대신 그 자리에서 에너지를 회복하는 선택도 있습니다. 이 게임은 기체에 체력 개념이 있어서, 벽에 부딪히고 공격을 맞으면 깎이다가 결국 폭발합니다. 그래서 무기를 쓸지 회복할지 판단하는 순간이 계속 생깁니다.

팀과 기체

페어젠, 오리온, 아우리콤, 콰이렉스 같은 팀이 있고, 팀마다 기체 성능이 다릅니다. 최고 속도가 높은 대신 조종이 어려운 기체, 느리지만 안정적인 기체 식입니다. 처음에는 다루기 편한 기체로 코스를 외우고, 익숙해지면 빠른 기체로 넘어가는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난이도 단계를 올릴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상대가 사나워집니다. 최상위 단계는 코스를 완전히 외우지 않으면 한 바퀴도 제대로 못 돕니다. 그 벽을 넘는 과정이 이 시리즈를 오래 붙잡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그림과 디자인

기체와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유난히 세련된 것으로 유명합니다. 실제 디자인 스튜디오가 참여해서 팀 로고와 화면 요소를 만들었고, 그 감각이 게임 전체의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게임이 촌스럽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지금 잡아 보면 초반 몇 판은 벽에 계속 부딪히며 답답할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를 이용한 회전을 손에 익히는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니, 그 지점까지는 참고 달려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