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랠리 X

랠리 X (Rally x 32k Ver) · 1980 · Namc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화면 옆에 붙은 작은 지도

이 게임을 켜면 화면 오른쪽에 작은 지도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내 차가 어디 있는지, 아직 못 먹은 깃발이 어디 남았는지, 쫓아오는 빨간 차가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가 그 지도에 점으로 표시됩니다. 지금은 흔한 장치지만, 당시에는 이런 식으로 화면 밖 상황을 알려 주는 게임이 거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큰 화면과 작은 지도를 번갈아 보며 운전하던 게 이 게임의 인상입니다.

이 게임은 랠리 X(Rally-X)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미로처럼 얽힌 도로를 달리며, 판 안에 흩어진 깃발을 전부 모으면 클리어입니다. 도로 폭이 좁고 막다른 길이 많은데, 그 안에서 나를 쫓는 적 차들이 계속 따라붙습니다.

랠리 X 레이싱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0)

연막이라는 유일한 무기

적 차와 부딪히면 그대로 끝나기 때문에, 어떻게든 떼어 놓아야 합니다. 이 게임에는 무기 대신 연막이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차 뒤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그 연기에 닿은 추격차는 잠시 멈춰 섭니다.

다만 연막은 연료를 씁니다. 화면에 연료 게이지가 있고, 연막을 쓸수록 줄어듭니다. 연료가 바닥나면 연막도 못 쓰고 차 속도까지 떨어져서 사실상 잡히기만 기다리는 처지가 됩니다. 그래서 초반에 마구 뿌리지 않고, 여러 대가 한꺼번에 붙었을 때 몰아서 쓰는 절제가 필요했습니다.

좁은 통로에서 뒤따라오는 차들을 한 줄로 세워 놓고 연막 한 번으로 전부 세우는 순간이 이 게임에서 가장 시원한 대목이었습니다.

랠리 X 레이싱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0)

길을 외우는 게임

미로는 판마다 구조가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몇 번 해 보면 어디가 막다른 길이고 어디로 돌아야 빠져나갈 수 있는지 몸에 익습니다. 잘하는 사람은 지도를 흘끗 보고 깃발이 몰려 있는 쪽부터 훑은 다음, 남은 깃발을 한 바퀴로 처리하는 동선을 짭니다.

반대로 길을 모르면 급한 마음에 아무 데나 꺾다가 막다른 골목에 들어가고, 뒤에서 따라온 차에 그대로 갇힙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허무한 죽음이 그것이었습니다.

깃발 중 하나에는 특별 표시가 있어서, 그걸 먹으면 그 뒤로 얻는 점수가 올라갑니다. 점수를 노리는 사람은 그 깃발을 먼저 먹고 나머지를 도는 순서로 판을 짰습니다.

랠리 X 레이싱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0)

오래 남은 형식

이 게임은 도로 위를 달리지만 속도 경쟁이 아닙니다. 순위도 결승선도 없고, 대신 판 안의 물건을 모두 모으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레이싱보다 미로 게임에 가깝다는 평도 있었고, 실제로 이 시기의 미로형 게임들과 나란히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쾌하게 반복되는 배경음도 이 게임의 상징입니다. 짧은 곡이 계속 돌아가는데 지겹지 않고, 오히려 그 리듬에 맞춰 운전하게 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게임 내내 음악이 끊기지 않고 흐르는 초기 사례로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조작은 방향과 연막 버튼뿐이라 지금 앉아도 몇 초면 익숙해지고, 대신 판을 다 도는 동선을 찾는 재미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