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의 권 슈퍼패미컴판
용호의 권 (Ryuuko no Ken Japan) · 1993 · Tak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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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확 당겨졌다 밀려난다
두 캐릭터가 붙으면 화면이 크게 당겨지고, 서로 멀어지면 쭉 밀려납니다. 지금은 흔한 연출이지만 처음 나왔을 때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붙잡았습니다. 가까이서 주고받을 때 화면 가득 차오르는 캐릭터의 크기가 대전의 긴장을 그대로 전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용호의 권(Ryuuko no Ken)은 SNK가 만든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극한류 가라테를 익힌 료 사카자키와 로버트 가르시아가, 납치된 유리 사카자키를 찾아 사우스타운의 격투가들을 차례로 쓰러뜨리며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뒷날 아랑전설, 킹 오브 파이터즈와 세계관이 이어지면서 SNK 격투 게임의 뿌리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기력 게이지라는 발명
이 게임에는 체력과 별개로 기력 게이지가 있습니다. 필살기를 쓰면 이 게이지가 줄고, 줄어든 만큼 기술의 위력도 약해집니다. 게이지를 채우려면 그 자리에 서서 기를 모아야 하는데, 그동안은 무방비가 됩니다.
덕분에 필살기를 마구 던지는 싸움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언제 기를 모으고 언제 쏟아부을지 계산하게 되고, 상대가 기를 모으는 순간을 노려 파고드는 수 싸움이 벌어집니다. 뒤에 나온 여러 격투 게임의 게이지 개념이 여기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도발과 초필살기
상대를 도발하면 상대의 기력이 깎입니다. 이겨 가는 상황에서 도발로 상대의 필살기를 봉인해 버리는 얄미운 전술이 가능했고, 그 때문에 오락실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초필살기인 용호난무는 특정 조건에서만 나갑니다.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긴 커맨드를 정확히 넣어야 하는데, 성공하면 상대를 붙잡고 연속으로 몰아치는 긴 연출이 이어집니다. 지고 있는 사람이 마지막 한 방으로 뒤집는 그림이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보너스 스테이지와 상성
대전 사이에 끼어 있는 보너스 스테이지도 이 게임의 얼굴입니다. 병을 목 부분만 남기고 잘라 내거나, 날아오는 물건을 정확히 쳐내는 식의 과제가 나오는데, 이걸 통과하면 능력이 올라갑니다. 대전 실력과 별개로 요령이 필요해서, 여기서 막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특정 상대에게는 특정 기술이 잘 통하는 식의 상성도 뚜렷했습니다. 상대의 버릇을 읽고 거리를 조절하는 게 이 게임의 기본이라, 무작정 붙어서 버튼을 두드리면 금세 무너집니다.
집으로 옮겨 온 극한류
슈퍼패미컴판은 원판의 큰 캐릭터와 화면 확대 축소를 가정용 기기에서 재현하려 애쓴 이식입니다. 원판만큼 매끄럽지는 않아도, 기력을 관리하며 싸우는 이 게임 고유의 리듬은 잘 남아 있습니다.
대전은 물론이고 혼자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상대를 하나씩 꺾으며 유리의 행방을 좇는 구성이라, 격투 게임이면서도 끝을 보고 싶어지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