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의 권 메가드라이브
용호의 권 (Art of Fighting Europe) · 1994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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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다가왔다 물러납니다
1992년에 이 게임이 오락실에 걸렸을 때 사람들이 놀란 것은 화면 연출이었습니다. 두 캐릭터가 멀어지면 화면이 축소되어 둘을 다 보여 주고, 붙으면 확대되어 얼굴이 커집니다. 정지 화면이 당연하던 격투 게임에서 카메라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캐릭터 도트도 유난히 컸습니다. 화면 절반을 차지하는 덩치들이 맞붙으니 한 대 한 대의 무게가 달라 보였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용호의 권(Art of Fighting)은 사우스타운을 배경으로 납치된 여동생을 찾아 나선 두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일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료 사카자키와 로버트 가르시아 중 하나를 골라 거리의 강자들을 차례로 쓰러뜨립니다.
기술을 쓸 때 소모되는 기력 게이지가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의 특징입니다. 필살기를 남발하면 게이지가 바닥나 위력이 떨어지고, 웅크려 모으면 다시 찹니다.
기력이라는 개념
지금은 흔한 개념이지만 당시에는 새로웠습니다. 필살기를 무한정 쓸 수 없게 만들자 대전의 흐름이 달라졌습니다. 언제 게이지를 모으고 언제 쏟아부을지가 판단의 대상이 됩니다.
상대가 웅크려 기력을 모으는 순간이 곧 빈틈입니다. 그때 파고들어 압박하면 상대는 모으지도 쓰지도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반대로 내가 모을 시간을 만들려면 상대를 한 번 밀어내야 합니다.
도발과 특수 기술
도발 버튼이 있습니다. 도발하면 상대의 기력이 깎입니다. 순수하게 상대를 약하게 만드는 수단이라, 우위를 잡았을 때 한 번씩 넣어 두면 이후가 편해집니다.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배우는 초필살기도 이 게임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만 쓸 수 있고, 성공하면 한 방으로 판을 뒤집습니다. 게임 도중 스승에게 배우는 형식으로 기술이 늘어나는 구성도 당시로서는 신선했습니다.
가정용 판본의 사정
원작의 큰 캐릭터와 확대 축소 연출을 가정용 기기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 판본에서는 도트 크기와 연출이 조정됐고, 색 수도 원작보다 줄었습니다.
그래도 기력 게이지와 초필살기 같은 게임의 뼈대는 그대로 옮겨졌습니다. 오락실에 가지 않고도 이 시리즈가 무엇을 새로 시도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 이 판본을 붙잡고 커맨드를 외우던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