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의 검사
라스트 블레이드 (The Last Blade Bakumatsu Roman Gekka no Kenshi Ngm 2340) · 1997 · S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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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에서 칼을 뽑다
첫 화면부터 이 게임은 시끄럽게 굴지 않습니다. 벚꽃이 흩날리고 달이 걸린 배경에서 두 검사가 마주 서고, 시작 신호와 함께 짧은 거리 싸움이 벌어집니다. 필살기 몇 번으로 판이 끝나는 게임이 흔하던 시기에, 서로 칼끝이 닿는 거리를 재는 데 시간을 들이게 만드는 대전 격투는 흔치 않았습니다.
월화의 검사(The Last Blade)는 막부 말기를 배경으로 칼과 창, 낫 같은 무기를 든 인물들이 겨루는 2D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사무라이가 나오는 격투 게임의 계보에 있으면서도, 한 방의 위력보다 주고받는 흐름에 무게를 둔 점이 다릅니다.
속공과 역공
캐릭터를 고른 다음에는 싸우는 방식을 둘 중에서 정합니다. 속공을 고르면 공격이 잘 이어져 연속기를 길게 넣을 수 있고 게이지도 빨리 찹니다. 대신 한 방의 위력은 크지 않아 여러 번 맞혀야 합니다.
역공은 반대입니다. 연속기는 짧지만 기술 하나하나가 무겁고, 게이지를 모아 쓰는 강력한 마무리 기술을 갖습니다. 같은 캐릭터라도 어느 쪽을 골랐느냐에 따라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상대의 선택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계산이 시작됩니다.
받아 넘기는 한 수
이 게임의 핵심은 상대의 공격을 정확한 순간에 받아 넘기는 튕기기입니다. 성공하면 상대의 자세가 무너지면서 반격할 틈이 생기고, 실패하면 그대로 얻어맞습니다. 아무 때나 누르면 손해라, 상대가 어떤 공격을 걸어올지 읽어야 하는 심리전이 붙습니다.
그래서 판이 자주 뒤집힙니다. 밀리던 쪽이 튕기기 한 번으로 흐름을 가져오고, 그 한 번의 반격으로 체력 차이가 사라지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방어와 공격 사이에 이런 선택지가 하나 더 있다는 것만으로 거리 싸움의 밀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인물과 무대
등장인물은 각자 다른 무기를 씁니다. 정통파 검술을 쓰는 젊은 주인공, 창을 휘두르는 사내, 낫을 다루는 인물, 부채를 든 소녀처럼 몸집도 사거리도 제각각이라 상성이 뚜렷합니다. 무기가 다르면 닿는 거리가 다르고, 이 게임에서 거리는 곧 승패입니다.
배경 그림은 이 시리즈의 인상을 결정한 요소입니다. 눈 덮인 산길, 붉게 물든 하늘, 물이 흐르는 다리 위처럼 시간과 계절이 분명한 무대가 이어지고, 전통 악기를 앞세운 음악이 그 위에 깔립니다. 격투 게임이면서도 한 편의 시대극 같은 인상을 주는 이유입니다.
시리즈의 시작점
이 작품은 곧바로 후속작으로 이어졌고, 뒤에 나온 쪽이 캐릭터와 스타일을 더 넓히면서 완성도 이야기를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조용한 분위기와 팽팽한 거리 싸움을 처음 만든 것은 이쪽입니다.
오락실에서 크게 붐비는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판이 빨리 끝나지 않고 화려한 볼거리도 적어 지나가는 사람의 눈을 붙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 번 손에 익은 사람은 오래 앉아 있었고, 지금도 2D 대전 격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이름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