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위저드리 MSX판

위저드리 (Wizardry) · 1985 · ASCII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죽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은 강한 몬스터를 만났을 때가 아닙니다. 파티가 전멸한 뒤, 지상으로 돌아가 새 캐릭터를 만들고, 그들을 이끌고 다시 그 층까지 내려가 동료들의 시체를 회수하러 가는 길입니다. 되살리는 주문도 확실하지 않아서, 실패하면 재가 되고 재에서도 실패하면 그 캐릭터는 영영 사라집니다. 며칠을 들여 키운 로드가 한순간에 명단에서 지워지는 걸 보고 나면, 그 뒤로는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손이 신중해집니다.

캐릭터를 만드는 단계부터 이미 게임입니다. 능력치에 배분할 보너스 점수가 무작위로 나오는데, 좋은 숫자를 받으려고 몇십 번씩 다시 굴리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위저드리 MSX판 RPG 게임 화면 1 - MSX (1985)

어떤 게임인가

위저드리 MSX판(Wizardry)은 미궁 지하 열 층을 탐험하는 1인칭 던전 RPG입니다. 화면에는 선으로 그려진 통로가 보이고, 아래쪽에 파티 여섯 명의 이름과 체력이 줄지어 있습니다. 방향키로 한 칸씩 나아가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화면이 통째로 바뀝니다.

목표는 미궁 맨 아래에 있는 마도사 워드나를 쓰러뜨리고 그가 빼앗아 간 부적을 되찾는 것입니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은 오직 층층이 쌓인 통로와, 그 안을 돌아다니는 몬스터들뿐입니다.

위저드리 MSX판 RPG 게임 화면 2 - MSX (1985)

파티를 짜는 법

앞줄 셋, 뒷줄 셋으로 여섯 명을 세웁니다. 앞줄은 맞고 때리는 자리라 전사와 도적을, 뒷줄은 주문을 쓰는 승려와 마법사를 놓는 것이 기본입니다. 도적은 상자의 함정을 해제하는 유일한 직업이라 빠뜨릴 수 없습니다. 함정을 잘못 건드리면 파티 전체가 독에 걸리거나, 최악의 경우 미궁 어딘가로 흩어져 버립니다.

선악 성향도 파티를 묶는 조건이 됩니다. 선과 악은 같은 파티에 들어가지 못해서, 상급 직업을 노리다 보면 성향 때문에 조합이 꼬이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로드는 선, 닌자는 악으로만 전직할 수 있습니다.

종이에 그리는 지도

자동 지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제대로 하려면 모눈종이가 필요합니다. 한 층은 스무 칸 곱하기 스무 칸이고, 벽과 문과 계단을 직접 칸에 채워 넣으면서 내려갑니다.

미궁은 지도를 그리는 사람을 방해하려고 만들어졌습니다. 밟으면 방향이 돌아가는 회전 바닥, 들어가면 다른 곳으로 튀는 순간이동 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구역이 곳곳에 있습니다. 이런 장치를 만나면 그때까지 그린 지도가 통째로 어긋나는데, 어긋난 지점을 찾아 되짚는 과정 자체가 이 게임의 재미입니다.

MSX로 옮겨진 원조

원래는 애플 II용으로 나온 작품이고, 이후 여러 기종으로 퍼졌습니다. MSX판은 작은 화면과 제한된 색으로 그 선 그림 미궁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디스크를 넣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지만, 화면에 통로가 뜨는 순간의 긴장감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시리즈는 이후 일본에서 특히 크게 자리를 잡아 수많은 후속작과 파생작을 낳았고, 던전을 직접 걸어 내려가는 형식의 RPG가 하나의 계보가 되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