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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콤 월드 2

캡콤 월드 2 (Capcom World 2 920611 Japan) · 1992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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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콤 게임들이 한자리에 모인 퀴즈판

캡콤 월드 2를 켜면 익숙한 얼굴들이 나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캐릭터, 마계촌의 기사, 록맨까지 캡콤이 그때까지 만든 게임의 인물들이 화면을 채웁니다. 퀴즈 게임인데 캡콤 팬을 위한 기념품 같은 성격이 함께 있는 것입니다.

1990년대 초 일본 오락실에는 퀴즈 기판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 경쟁 속에서 캡콤이 내세운 것은 자기 회사가 쌓아 온 캐릭터들이었습니다. 문제를 푸는 재미에 아는 캐릭터를 보는 재미를 얹은 셈입니다.

캡콤 월드 2 보드·카드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2)

어떤 게임인가

캡콤 월드 2(Capcom World 2)는 캡콤이 1992년에 낸 퀴즈 게임입니다. 앞선 캡콤 월드를 잇는 작품이고, 이번에는 판 위를 이동하는 보드게임 형태가 들어갔습니다.

기본은 문제를 읽고 보기 중에서 답을 고르는 것입니다. 시간 안에 답하지 못하면 틀린 것으로 처리됩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퀴즈 게임인데, 이 게임은 그 위에 판을 돌아다니는 구조를 얹어서 어디로 갈지 고르는 요소를 만들었습니다.

칸마다 성격이 달라서 어느 길로 가느냐에 따라 만나는 문제와 상황이 달라집니다. 문제를 맞히는 실력만이 아니라 경로 선택도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캡콤 월드 2 보드·카드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2)

일본어 문제라는 벽

이 게임을 한국에서 즐기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합니다. 문제가 전부 일본어이고, 내용도 일본의 시사와 대중문화, 상식을 다룹니다. 일본어를 읽을 수 있어도 그 시절 일본 방송이나 연예계 이야기를 모르면 답을 찍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이런 퀴즈 기판은 대체로 오래 붙잡히지 못했습니다. 화면은 예쁘고 캐릭터는 반가운데 정작 문제를 못 읽으니, 몇 번 눌러 보다 자리를 뜨게 됩니다.

다만 캡콤 게임에 관한 문제도 섞여 있어서, 그런 문제가 나오면 캡콤 팬은 오히려 유리합니다. 자기가 오락실에서 수없이 해 본 게임의 세부를 묻는 문제라면 언어가 조금 어려워도 감으로 맞힐 수 있습니다.

캡콤 월드 2 보드·카드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2)

퀴즈 게임을 잘하는 법

퀴즈 게임에는 공통된 요령이 있습니다. 첫째, 모르는 문제에 시간을 다 쓰지 않는 것입니다. 시간을 넘기면 어차피 틀린 것이니, 아니라고 확신하는 보기를 지우고 남은 것 중에서 빨리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둘째, 문제가 반복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시절 퀴즈 기판은 문제를 정해진 양만큼 담아 두고 섞어서 냅니다. 여러 번 하다 보면 같은 문제가 다시 나오고, 그때 답을 기억하고 있으면 그대로 맞힙니다. 오락실에서 퀴즈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대개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그 기판을 많이 해 본 사람이었습니다.

셋째, 보기의 형태를 보는 것입니다. 내용을 모르더라도 보기 넷 중에서 유독 길거나 구체적인 것이 답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건 어느 퀴즈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캡콤과 퀴즈 게임

캡콤은 대전 격투와 액션으로 이름을 알린 회사지만, 그 시기에는 이렇게 다양한 장르에 손을 댔습니다. 하나의 기판 구조 위에 여러 성격의 게임을 얹어 업소에 계속 새 물건을 공급하는 것이 당시 회사들의 운영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퀴즈 기판은 그중에서도 만들기가 비교적 수월한 축이었습니다. 복잡한 조작이나 물리 계산이 필요 없고, 문제와 그림만 준비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대신 문제를 계속 새로 채워 넣지 않으면 금방 질린다는 약점이 있었고, 그래서 이 장르는 일본 안에서만 짧게 성했다가 사그라들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의 자리

한국 오락실에서 일본어 퀴즈 기판은 흔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들어와도 손님이 붙지 않으니 업주 입장에서 남길 이유가 없었습니다. 대신 국내 회사들이 한국어 퀴즈 게임을 따로 만들어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을 지금 켜 볼 이유는 있습니다. 캡콤이 1992년까지 만들어 온 게임들을 한 화면에서 다시 만날 수 있고, 그 시절 오락실 문화가 퀴즈라는 장르를 어떤 식으로 소화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니 구경 삼아 들어가 보기에 부담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