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전 패미컴
트로전 (Trojan Europe) · 1987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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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를 든 액션 게임
80년대 횡스크롤 액션 게임에서 방어 버튼이 따로 있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대부분은 맞기 전에 피하거나, 먼저 때리는 게 전부였습니다. 이 게임은 공격 버튼과 별개로 방패 버튼을 하나 더 줍니다. 그리고 그 방패가 장식이 아닙니다. 날아오는 창과 표창을 실제로 막아 내고, 방패를 든 자세로는 걷는 속도가 달라집니다. 공격과 방어를 손가락 두 개로 번갈아 조작하는 감각이 이 게임을 같은 시기 다른 액션 게임과 확실히 구분해 줍니다.
멸망 이후의 폐허를 배경으로 하는데, 화면 뒤로 무너진 건물과 녹슨 기계들이 지나갑니다. 중세 기사 같은 차림의 주인공이 그런 배경 위를 걸어가는 조합이 묘하게 인상적입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트로전(Trojan)은 검을 든 주인공이 오른쪽으로 나아가며 적을 베는 횡스크롤 액션입니다. 한 스테이지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구간 끝까지 도달해 그 구역의 우두머리를 쓰러뜨리면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화면에는 남은 시간과 체력 게이지가 있고, 시간이 다 되면 체력이 남아 있어도 실패입니다.
조작은 이동, 점프, 공격, 방어 넷입니다. 여기에 위아래 방향을 섞으면 공격과 방어의 높이가 달라집니다. 위로 향한 방패는 위에서 떨어지는 것을 막고, 아래로 낮춘 방패는 바닥으로 굴러오는 것을 막습니다. 이 높이 개념을 몸에 익히기 전까지는 방패를 들고 있는데도 계속 맞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방패 쓰는 법이 곧 실력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방패를 아예 안 쓰는 것입니다. 공격만으로도 초반 몇 구간은 넘어가지지만, 창을 던지는 적이 여럿 나오기 시작하는 중반부터는 체력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반대로 방패만 붙들고 있어도 안 됩니다. 방어 중에는 공격할 수 없으니 제한 시간이 그냥 흘러갑니다.
요령은 적의 공격 모션을 보고 그 순간에만 짧게 막는 것입니다. 원거리 공격을 하는 적은 던지기 직전에 자세가 눈에 띄게 바뀌므로, 그 신호를 보고 방패를 올렸다가 곧바로 내리고 달려들면 시간 손해 없이 안전하게 붙을 수 있습니다. 근접 적과 붙었을 때는 막기보다 선공이 낫습니다. 이 게임의 검은 사거리가 짧아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닿는 거리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합니다.
캡콤 초기 액션의 맛
이 게임을 만든 곳은 캡콤이고, 시기적으로는 이 회사가 아직 액션 게임의 문법을 실험하던 무렵입니다. 같은 회사의 다른 초기작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큰 적, 짧고 굵은 스테이지, 실수 한 번에 체력이 크게 깎이는 매운 판정 같은 것들입니다.
패미컴 이식판은 원판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가정용 기기에 맞게 다듬은 쪽입니다. 화면에 동시에 나오는 적 수가 줄었고, 배경도 간결해졌습니다. 대신 판 구성이 조금 더 촘촘해져서 한 번에 몰아치는 대신 꾸준히 압박하는 느낌이 됩니다. 원판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다소 조용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방패 조작의 핵심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막히는 구간과 넘기는 요령
가장 많이 막히는 곳은 중반 이후 좁은 발판 구간입니다. 발판 위에서 방패를 들면 이동이 느려지는데, 그 상태로 밀리다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잦습니다. 발판 위에서는 방어보다 회피를 택하고, 방패는 평지에서만 쓴다고 생각하면 사고가 크게 줍니다.
우두머리와 붙을 때는 무작정 달려들지 말고 화면 한쪽 끝에서 상대의 왕복 패턴을 한 바퀴 지켜보는 게 좋습니다. 대부분 정해진 거리를 오가며 특정 지점에서만 공격을 내므로, 그 지점 바로 앞뒤가 안전지대가 됩니다. 남은 시간이 빠듯해 조급해지기 쉬운데, 한 대 맞고 밀려나는 손해가 몇 초 기다리는 손해보다 훨씬 큽니다.
체력 회복 아이템은 아껴 두는 것이 정석입니다. 구간 초반에 조금 깎였다고 바로 먹기보다, 우두머리 방 직전까지 끌고 가는 편이 클리어 확률을 높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