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드 퐁 R
퍼즐 드 퐁 R (Puzzle de Pon R) · 1997 · V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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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규칙, 더 촘촘해진 판
전작을 해 본 사람이 이 게임을 잡으면 처음 몇 판은 쉽게 넘어갑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게 되는 판이 나옵니다. 색이 절묘하게 섞여 있어서 아무 데나 쏘면 덩어리가 커지기만 하고, 딱 한 자리를 찾아 끊어야만 무너지는 배치가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후속작이지만 규칙을 뒤집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판을 짜는 솜씨가 훨씬 정교해졌고, 화면과 연출이 화사해졌으며, 둘이 겨루는 재미가 강화되었습니다. 전작이 좋았던 이유를 건드리지 않고 그 위에 얹은 종류의 속편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퍼즐 드 퐁 R(Puzzle de Pon R)은 아래에서 구슬을 쏘아 천장에 매달린 구슬 덩어리를 전부 떨어뜨리는 퍼즐 게임입니다. 같은 색 셋이 이어지면 지워지고, 지워지면서 천장과의 연결이 끊긴 구슬들이 한꺼번에 떨어집니다. 화면을 다 비우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조작은 각도를 맞추고 쏘는 것뿐입니다. 좌우 벽에 튕겨 들어가는 성질을 이용하면 정면으로 막혀 있는 자리도 노릴 수 있고, 이 반사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는 것이 실력의 출발점입니다.
전작과 달라진 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판 설계입니다. 전작이 넓게 퍼진 덩어리를 큼직하게 끊는 맛이었다면, 이쪽은 색이 촘촘히 섞여 있어서 한 발 한 발을 계산하게 만듭니다. 한 번 잘못 붙이면 그 색이 다시 나올 때까지 처리할 방법이 없어져, 쏘기 전에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화면도 달라졌습니다. 배경과 캐릭터가 더 화사해졌고, 구슬이 무너질 때의 연출이 시원해졌습니다. 판 사이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반응도 늘어서, 혼자 진행할 때 지루하지 않게 이어집니다.
대전 쪽에도 손이 갔습니다. 내가 크게 무너뜨리면 상대 화면에 구슬이 추가되는 구조라, 상대가 겨우 정리해 놓은 판을 한 방으로 되돌려 놓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 주고받기 때문에 둘이 붙으면 승부가 끝까지 갑니다.
잘하는 요령
핵심은 언제나 연결 지점입니다. 덩어리 한가운데를 지우면 구멍만 남지만, 천장과 이어진 목을 끊으면 아래 매달린 것들이 통째로 떨어집니다. 어느 구슬이 다른 구슬을 붙들고 있는지를 먼저 보고, 그 자리를 노릴 색이 손에 들어올 때까지 다른 곳을 정리하며 기다리는 것이 정석입니다.
기다릴 때는 가장자리를 씁니다. 확신이 없는 구슬은 화면 바깥쪽 끝에 붙여 두면 나중에 처리하기 쉽고, 중앙 덩어리를 키우지 않습니다. 반대로 중앙에 아무렇게나 붙이는 습관이 들면 판이 금세 감당할 수 없게 커집니다.
천장이 내려오기 시작하면 계산을 접고 확실한 것부터 지웁니다. 완벽한 한 수를 기다리다 바닥선에 닿는 것보다, 작게라도 계속 덜어 내면서 시간을 버는 편이 살아남는 길입니다.
짧게 즐기기 좋은 게임
이 게임의 장점은 한 판이 짧다는 것입니다. 몇 발 안에 판이 결정되고, 실패해도 바로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규칙이 단순해 처음 보는 사람도 한두 판이면 익히고, 그다음부터는 순수하게 판을 읽는 재미만 남습니다.
격투 게임 위주였던 기판에서 이런 게임이 하나쯤 있으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시끄럽지 않고,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도 어디를 쏴야 할지 같이 궁리하게 되는 종류의 게임이라, 둘이 번갈아 가며 하기에도 잘 맞습니다.
어디서 어려워지는가
후반 판에서 가장 곤란한 상황은 필요한 색이 계속 나오지 않는 때입니다. 목이 되는 자리는 보이는데 그 색이 손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동안 다른 구슬을 어딘가에 계속 쌓아야 합니다. 이때 쌓는 자리를 잘못 잡으면 정작 원하는 색이 왔을 때 길이 막혀 있습니다.
그래서 익숙해질수록 임시로 놓아 두는 자리를 미리 정해 두게 됩니다. 화면 양쪽 끝이나 이미 정리가 끝난 구역이 그런 자리인데, 이 습관 하나만으로도 후반 생존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또 하나는 반사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각도가 어려워 보여도 벽에 튕기면 닿는 자리가 많고, 몇 번 해 보면 어느 위치에서 어느 각도로 쏘면 어디에 닿는지 감이 잡힙니다. 정면으로만 쏘는 사람과 반사를 쓰는 사람의 판 진행 속도는 확연히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