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리스 (GBA·유럽판)
포트리스 (Fortress E Wc) · 2001 · CCR (팬 개조)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각도와 힘, 그리고 바람
이 게임에서 할 일은 딱 둘입니다. 포신의 각도를 정하고, 발사 힘을 정하는 것. 그런데 이 두 숫자를 맞히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화면 위쪽에 표시된 바람이 포탄을 옆으로 밀어내고, 언덕과 장애물이 시야를 가리며, 상대와의 거리는 판마다 다릅니다.
한 발 쏘고 어디에 떨어졌는지 보면서 다음 발을 조금씩 보정해 나가는 것이 기본 요령입니다. 첫 발이 멀리 넘어갔으면 힘을 줄이고, 짧았으면 각도를 낮춥니다. 이 감을 잡는 순간부터 게임이 재미있어지고, 그 전까지는 계속 헛방을 날립니다.
어떤 게임인가
포트리스(Fortress)는 두 대 이상의 포차가 지형 위에 자리를 잡고 번갈아 한 발씩 쏘아 상대를 격파하는 턴제 포격 게임입니다. 자기 차례에 각도와 힘을 정해 발사하고, 명중하면 상대 체력이 깎이며, 포탄이 떨어진 자리의 지형이 파여 다음 판단이 달라집니다.
포차 종류에 따라 사거리와 탄의 성질, 특수 무기가 다릅니다. 곧게 멀리 날아가는 쪽이 있는가 하면, 높이 띄워 장애물을 넘겨야 제 몫을 하는 쪽도 있습니다. 어떤 차를 고르느냐에 따라 같은 지형에서도 전혀 다른 계산을 하게 됩니다.
지형이 계속 바뀝니다
포탄이 터진 자리는 움푹 파입니다. 그래서 판이 길어질수록 처음 지형과 완전히 달라집니다. 나를 가려 주던 언덕이 사라져 노출되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만든 구덩이가 엄폐물이 되기도 합니다.
고수는 상대를 못 맞힐 것 같은 상황에서 일부러 상대 발밑을 파기도 합니다. 발밑이 무너지면 포차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손해를 보고, 다음 차례의 각도 계산도 전부 다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명중률 싸움이 아니라 지형을 두고 벌이는 수 싸움입니다.
여럿이 붙을 때 진가가 나옵니다
혼자 컴퓨터를 상대해도 각도 감을 익히는 재미가 있지만, 이 계열은 사람끼리 붙을 때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 발마다 훈수가 붙고, 아슬아슬하게 빗나갈 때마다 탄식이 나옵니다.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조차 재미의 일부입니다.
국내에서는 이 방식의 포격 대전이 한 시절을 통째로 지배했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각도와 힘이라는 두 숫자만으로 그렇게 오래 사람을 붙잡아 둘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규칙의 힘을 보여 줍니다.
휴대기기에 옮겨 온 규칙
작은 화면과 몇 개 안 되는 버튼만으로도 이 게임의 핵심은 전혀 손상되지 않습니다. 각도와 힘을 정하는 데 방향키와 버튼 하나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짧게 한 판씩 끊어 하기에는 휴대기기 쪽이 더 어울립니다.
한 판이 몇 분이면 끝나고, 지고 나면 바로 다음 판을 누르게 됩니다. 규칙이 단순한 게임이 어떻게 오래 살아남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