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멀 레이지 슈퍼패미컴판
프라이멀 레이지 (Primal Rage Europe) · 1995 · Time Warner Intera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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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신 공룡이 싸우는 격투 게임
대전격투 게임의 캐릭터는 대개 사람입니다. 무술가나 군인, 가끔 초능력자 정도지요. 그런데 이 게임은 아예 사람을 빼 버리고 티라노사우루스와 거대 고릴라, 뿔 달린 괴수들을 링 위에 올렸습니다. 게다가 이 괴수들은 실제 모형을 한 컷씩 찍어 움직이는 스톱모션 방식으로 만들어져서, 도트로 그린 캐릭터와는 질감 자체가 다릅니다. 화면에 처음 등장했을 때의 인상이 강렬했던 이유입니다.
프라이멀 레이지(Primal Rage)는 문명이 무너진 뒤의 지구를 무대로, 신으로 숭배받는 거대 괴수들이 서로 싸워 세계의 주인을 정하는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각 괴수에게는 저마다의 속성과 신도들이 있고, 승부가 끝날 때마다 그 지역의 사람들이 승자를 따르는 설정입니다. 슈퍼패미컴판은 오락실 원작을 16비트 기기로 옮긴 판본입니다.
일곱 마리의 괴수
등장하는 괴수들은 생김새와 성격이 확실히 다릅니다. 불을 다루는 티라노사우루스형, 얼음 속성의 거대 짐승, 독을 뿜는 괴수, 거대한 유인원 등이 있고 각각 전용 필살기를 가집니다. 몸집이 크다는 공통점 때문에 전체적으로 묵직하게 움직이지만, 그 안에서도 빠른 쪽과 느린 쪽이 나뉩니다.
몸이 크다는 건 맞는 판정 범위도 크다는 뜻이라, 이 게임에서는 함부로 앞으로 나가는 것이 위험합니다. 상대의 긴 공격이 닿는 거리를 파악하고 그 바깥에서 기다리다가 헛치는 순간 파고드는, 거리 싸움이 승부의 핵심이 됩니다.
버튼을 누른 채로 입력하는 조작
이 게임의 조작 방식은 다른 격투 게임과 다릅니다.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방향을 입력해 기술을 내는 방식이라, 스트리트 파이터식 커맨드에 익숙한 사람은 처음에 적응이 필요합니다. 이 구조 때문에 기술이 나가는 감각이 독특하고, 익숙해지면 오히려 원하는 기술을 확실히 내기 좋습니다.
기본 공격은 물기와 발톱 공격, 꼬리 후려치기 같은 짐승다운 동작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각 괴수의 속성 기술이 더해지는데, 화면을 가로지르는 원거리 기술을 가진 괴수와 근접에서 강한 괴수의 상성이 뚜렷해서 캐릭터 조합에 따라 경기 양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스톱모션이 만들어낸 질감
이 게임의 인상을 결정짓는 건 역시 움직임입니다. 실제로 만든 모형을 한 프레임씩 찍어 이어붙였기 때문에 동작이 아주 부드럽지는 않은데, 그 약간의 뚝뚝 끊기는 느낌이 오히려 육중한 괴수의 무게감을 살립니다. 큰 기술이 들어갈 때 상대가 넘어지는 장면이 특히 볼 만합니다.
16비트 가정용 기기로 옮기면서 화면 크기와 색 수의 제약을 받았지만, 괴수들의 실루엣과 특유의 질감은 알아볼 수 있게 남아 있습니다. 격투 게임이 한창 쏟아지던 시절에 사람이 아닌 것들로 승부를 본 작품이라, 지금 다시 봐도 다른 격투 게임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