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건스 앨리
호건스 앨리 (Hogan S Alley World) · 1984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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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쏘면 안 됩니다
문이 열리고 판때기 세 장이 튀어나옵니다. 그 짧은 순간에 모자와 손에 든 것을 보고 갱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갱이면 쏘고, 경찰이나 교수, 아이를 안은 사람이면 그냥 두어야 합니다. 시간은 1초 남짓이고, 잘못 쏘면 그 자리에서 실점입니다.
이 단순한 규칙 하나가 게임의 성격을 완전히 바꿉니다. 보이는 대로 쏘는 게임이었다면 반사신경 놀이로 끝났을 텐데, 쏘면 안 되는 대상을 섞어 두는 순간 매번 짧은 판단이 끼어듭니다. 방아쇠를 당길지 말지 망설이는 그 반 박자가 이 게임의 진짜 재미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호건스 앨리(Hogan's Alley)는 광선총을 들고 화면에 나타나는 표적을 쏘는 사격 게임입니다. 제목은 실제 경찰과 수사 기관이 사격 훈련에 쓰던 모의 시가지 이름에서 왔고, 게임의 뼈대도 그 훈련을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표적이 나타나면 짧은 시간 안에 쏠지 말지를 정하고, 놓치거나 잘못 쏘면 벌점이 쌓여 일정 수를 넘으면 끝납니다.
한 손에 총을 들고 화면을 마주 보는 자세 자체가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레버도 버튼도 없고, 겨누는 손과 방아쇠 하나로 끝납니다. 그만큼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처음 보는 사람도 곧바로 앉을 수 있습니다.
세 가지 놀이
수록된 방식은 셋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앞서 말한 판단 사격입니다. 세 장의 표적이 동시에 튀어나오는데 그중 갱만 골라 쏴야 하고, 셋 다 갱인 경우도 있어 무조건 하나만 쏘는 습관으로는 통과하지 못합니다.
두 번째는 거리감이 있는 시가지 화면입니다. 건물 창문과 골목 여기저기에서 표적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화면 안 여러 곳을 계속 훑어야 해서 시야를 넓게 쓰는 연습이 됩니다. 세 번째는 성격이 아주 다릅니다. 굴러가는 깡통을 쏘아 위로 튀겨 올리고, 계속 맞혀서 높은 선반 위에 올려놓는 놀이입니다. 겨누는 정확도보다 타이밍과 힘 조절 감각이 필요해서, 앞의 둘과는 전혀 다른 게임처럼 느껴집니다.
광선총은 어떻게 맞혔나
이 시절의 광선총은 총알이 나가는 것도, 화면 좌표를 계산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화면이 순간적으로 새까맣게 바뀌고, 그다음 아주 짧은 순간 표적 자리만 하얀 사각형으로 그려집니다. 총구 안의 빛 감지기가 그 하얀 빛을 읽었는지로 명중 여부를 판정하는 방식입니다.
여러 표적이 있을 때는 하얀 사각형을 하나씩 순서대로 띄워서 어느 것을 맞혔는지 구분했습니다. 사람 눈에는 그저 한 번 깜빡이는 것으로만 보이는 이 과정이 명중 판정의 전부였습니다. 단순한 원리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놀라운 체험이었고, 총을 들고 텔레비전 앞에 서 본 사람에게는 그 깜빡임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총을 팔던 닌텐도
닌텐도는 원래 화투와 완구를 만들던 회사였고, 그 시절 광선을 이용한 사격 완구를 팔던 경험이 있습니다. 가정용 기기가 나온 뒤 그 경험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이 광선총이었습니다. 오리를 쏘는 게임, 서부극처럼 총잡이와 맞서는 게임, 그리고 이 게임이 같은 시기에 나란히 나왔습니다.
셋 중에서 이 게임은 가장 어른스러운 쪽이었습니다. 표적이 동물이나 만화가 아니라 사람이고, 쏘면 안 되는 사람이 섞여 있다는 설정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게임의 표적 그림은 이후 다른 닌텐도 게임에 배경 장식이나 소품으로 다시 등장할 만큼 회사 안에서도 오래 기억된 소재가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국내에서는 광선총 게임 하면 대부분 오리 사냥을 먼저 떠올립니다. 같은 총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몇 개 되지 않았고, 그중에서도 오리 쪽이 훨씬 널리 퍼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총은 있는데 오리 말고 다른 것도 있었다는 식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판이 짧고 규칙이 명확해서 지금 해 봐도 금방 몰입하게 됩니다. 쏘면 안 되는 대상을 순간적으로 걸러 내는 긴장은 40년이 지나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사격 게임의 원형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인하기에 이만한 게임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