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태양 2 사라진 시대
황금의 태양 사라진 시대 (Ougon no Taiyou Shitsu Warate Jidai J Eurasia) · 2002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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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서 다시 보는 이야기
전편의 마지막은 이야기를 끝내지 않고 끊었습니다. 그리고 이 속편은 놀랍게도 전편에서 쫓던 인물들 쪽에서 시작합니다. 같은 사건을 반대편 시야로 다시 보게 되는데, 전편에서 악당처럼 보이던 이들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두 편을 이어서 해야 온전한 하나가 되는 구성입니다.
황금의 태양 사라진 시대(Golden Sun: The Lost Age)는 게임보이 어드밴스용 정통 RPG입니다. 턴제 전투와 던전 탐색이라는 기본기에, 정령술이라는 고유한 시스템을 얹었습니다. 전편의 세이브 데이터를 이어받아 그쪽 인물들과 합류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습니다.
정령술이 만드는 퍼즐
이 시리즈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정령술입니다. 전투용 마법이면서 동시에 필드에서 쓰는 도구인데, 이 이중 용도가 던전 설계의 핵심입니다. 나무를 자라게 해 발판을 만들고, 물건을 얼려 디딤돌로 삼고, 멀리 있는 것을 끌어당깁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던전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퍼즐 상자에 가깝습니다. 어떤 정령술을 어디에 쓸지 알아내야 다음 방으로 갈 수 있고, 답이 보이는 순간의 개운함이 상당합니다. 숨겨진 보물도 대개 이런 퍼즐 뒤에 놓여 있습니다.
정령 수집과 클래스
정령이라는 작은 존재들을 모으는 것이 성장의 축입니다. 필드 곳곳에 숨어 있고, 어떤 것은 도망 다녀서 쫓아가 잡아야 합니다. 모은 정령을 누구에게 몇 개씩 붙이느냐에 따라 그 인물의 직업이 바뀌고, 쓸 수 있는 마법이 통째로 달라집니다.
여기에 소환이 얽힙니다. 정령을 전투 중에 방출하면 소환수를 부를 수 있는데, 대신 방출한 정령의 능력치 보정이 잠시 사라집니다. 큰 한 방을 위해 잠시 약해지는 것을 감수하는 구조라, 언제 터뜨릴지 재는 재미가 있습니다.
배를 얻고 넓어지는 세계
중반에 배를 손에 넣으면 세계가 확 넓어집니다. 여기저기 섬을 찾아다니며 정령과 소환을 모으고, 본줄기와 무관한 던전을 뒤지게 됩니다. 이 자유 탐색 구간의 분량이 상당해서, 본편만 따라가는 것과 구석구석 다니는 것은 플레이 시간이 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장소도 많아서, 수상해 보이는 곳에 배를 대 보는 식의 탐색이 보상을 줍니다. 최강급 소환들은 대부분 이런 곳에 숨어 있습니다.
도트로 만든 화면
게임보이 어드밴스 시절 기준으로 이 게임의 그래픽은 눈에 띄게 좋습니다. 특히 소환 연출은 화면 전체를 쓰는 긴 애니메이션이라, 처음 봤을 때 휴대용 기기에서 이런 게 나오는지 놀라게 됩니다.
전투 화면도 배경이 회전하며 원근을 만들어 내는 등 공을 들였습니다. 다만 소환 연출은 건너뛰기가 마땅치 않아 반복 전투에서는 다소 길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처음 몇 번은 그냥 보고 있게 되는 볼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