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츠 앤
거츠 앤 (Guts N Japan) · 2000 · Ka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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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이 저물던 해에 나온 퍼즐
2000년의 오락실은 이미 대형 체감형 기기와 대전 격투, 리듬 게임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시기에 화면 하나짜리 아담한 퍼즐 기판이 새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조금 뜻밖입니다. 게다가 이 게임은 만든 회사에게도, 그 회사가 쓰던 기판에게도 거의 마지막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은 간호사입니다. 화면 안을 직접 걸어 다니면서 바이러스처럼 생긴 덩어리를 밀어 붙여 정리합니다. 퍼즐이라고 하면 보통 위에서 블록이 떨어지는 그림을 떠올리는데, 이 게임은 그런 방식이 아니라 내가 판 위에 서서 손으로 밀어 옮기는 쪽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거츠 앤(Guts'n)은 캐릭터를 직접 움직여 블록을 미는 액션 퍼즐입니다. 한 화면에 판이 통째로 보이고, 그 위에 여러 색과 모양의 덩어리가 흩어져 있습니다. 같은 것들을 가로로 나란히 모아 붙이면 사라지고, 판을 다 정리하면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조작은 걷기와 밀기, 이 둘이 전부입니다. 레버로 방향을 잡고 덩어리 앞에 서서 밀면 그 방향으로 미끄러져 갑니다. 이런 밀기 퍼즐의 규칙은 오래된 창고 옮기기 계열과 같은 뿌리인데, 여기에 짝 맞추기를 얹어 놓았다는 점이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느긋하게 앉아 최선의 수를 계산하는 종류가 아니라, 제한 시간 안에 판을 정리해야 하는 종류입니다. 그래서 머리로 푸는 부분과 손으로 밀어 나르는 부분이 함께 붙습니다.
미는 퍼즐의 함정
이 계열 퍼즐의 가장 큰 함정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벽 쪽으로 밀어 붙인 덩어리는 반대편에서 밀 수 없으니 그대로 굳어 버립니다. 구석에 처박아 놓고 나면 그 판은 이미 풀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시간이 다 갈 때까지 그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요령은 순서에 있습니다. 아무거나 눈에 보이는 것부터 밀지 말고, 어느 줄에서 짝을 맞출지 먼저 정하고 그 줄을 향해 필요한 것만 옮기는 것입니다. 특히 벽에 가까운 것부터 처리해야 합니다. 가운데 것은 나중에도 사방에서 밀 수 있지만 벽 쪽 것은 기회가 한 번뿐입니다.
또 하나, 내가 서 있을 자리를 미리 생각해야 합니다. 밀려면 그 덩어리 반대편에 내가 설 수 있어야 하는데, 다른 덩어리에 막혀 그 자리에 못 가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밀 곳이 아니라 설 곳을 먼저 보는 습관이 붙으면 실수가 크게 줍니다.
판이 넘어갈수록
초반 판은 몇 개 밀어 붙이면 끝나서 규칙을 익히는 용도에 가깝습니다. 어려워지는 것은 판이 넓어지고 덩어리 종류가 늘어나면서부터입니다. 같은 것끼리 모아야 하는데 종류가 많아지면 어느 것을 어디로 보낼지 계획이 필요하고, 그 계획을 시간 안에 실행할 손놀림도 필요해집니다.
방해 요소가 판 위를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성격이 또 바뀝니다. 계산해 둔 경로가 막히거나 밀던 도중에 끊기면 다시 짜야 하고, 시간은 그동안에도 계속 흐릅니다. 이 지점부터는 퍼즐이라기보다 액션에 가까워집니다.
2인용은 각자 자기 판을 맡아 동시에 푸는 방식으로 붙습니다. 옆 사람 화면이 눈에 들어오니 저쪽이 빨리 지우면 마음이 급해지고, 급해지면 구석에 처박는 실수를 합니다. 이런 게임의 대전은 결국 침착함 싸움입니다.
카네코라는 회사
카네코는 1980년대부터 오락실 기판을 만들어 온 회사입니다. 슈팅, 마작, 액션까지 여러 갈래를 손댔고, 큰 회사들 틈에서 자기 색이 분명한 게임을 꾸준히 내놓았습니다. 다만 1990년대 후반 오락실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동안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습니다.
이 게임이 돌던 기판은 카네코가 후기에 밀던 시스템이었는데, 여기에 얹힌 게임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거츠 앤은 그중에서도 거의 마지막에 올라온 작품이고, 개발을 맡은 곳에게도 마지막 게임이 되었습니다. 회사가 문을 닫기 직전의 조용한 한 편인 셈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본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일본 안에서만 소량 돌았고, 시기적으로도 국내 오락실에 새 퍼즐 기판이 들어올 자리가 거의 없던 때였습니다. 지금 해 보는 것이 사실상 처음 만나는 것이라고 봐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