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파이널 슈팅
기동전사 건담 파이널 슈팅 (Mobil Suit Gundam Final Shooting Japan) · 1995 · Banpre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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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석에 앉혀 놓고 시작합니다
건담이 나오는 게임은 많지만, 대부분은 건담을 밖에서 조종하는 그림입니다. 이 게임은 다릅니다. 화면이 곧 조종석 창이고, 플레이어는 그 안에 앉아 있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적 기체를 총으로 겨눠 쏘고, 위험하면 방패를 들어 막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감각은 로봇을 움직이는 것보다 저격수에 가깝습니다. 화면 안을 겨냥점이 돌아다니고, 그 점을 적에게 얹어 방아쇠를 당깁니다. 거대한 로봇을 몬다는 설정과 총을 겨눈다는 조작이 만나는 지점이 이 게임의 성격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건담 파이널 슈팅(Mobile Suit Gundam: Final Shooting)은 총을 들고 화면을 쏘는 건 슈팅입니다. 화면은 알아서 앞으로 나아가고, 플레이어는 이동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겨냥과 사격, 그리고 막기에만 집중합니다.
무기는 세 갈래입니다. 계속 쏠 수 있는 기본 사격, 넓은 범위를 한꺼번에 날리지만 발수가 정해진 큰 화기, 그리고 날아오는 공격을 막아 주는 방패입니다. 큰 화기와 방패는 무한하지 않아서, 화면에 가끔 나오는 보급 상자를 쏘아 채워야 합니다.
스테이지는 다섯입니다. 원작 이야기의 굵직한 전장들을 차례로 지나가는 구성이고, 우주 콜로니에서 벌어지는 첫 전투로 시작해 지상 작전과 기지 공방을 거쳐 마지막 요새 결전까지 이어집니다. 판 사이사이에는 이야기를 이어 주는 장면이 들어가고, 원작에서 쓰이던 곡들이 함께 나옵니다.
방패를 언제 드느냐
이 게임을 처음 하면 대개 쏘기만 하다가 죽습니다. 적이 많으니 계속 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 체력을 지키는 것은 방패입니다. 적 기체가 이쪽으로 화기를 겨누는 짧은 예비 동작이 있는데, 그 순간 방패를 드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기입니다.
반대로 방패에만 의존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방패를 들고 있는 동안은 쏠 수 없으니, 막을 것만 막고 곧바로 사격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이 짧은 전환을 얼마나 매끄럽게 하느냐가 후반 판에서 살아남는 조건입니다.
큰 화기는 아껴야 합니다. 잡졸에게 쓰면 정작 여럿이 한꺼번에 나오는 구간이나 큰 목표물 앞에서 빈손이 됩니다. 화면 여기저기 놓인 보급 상자를 놓치지 않고 쏴 두는 습관이 붙으면 뒷판이 눈에 띄게 수월해집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
초반 두 판은 적이 하나씩 나와 겨냥 연습을 시켜 줍니다. 어려워지는 것은 지상 작전 이후입니다. 전차와 항공기까지 섞여 나오면서 위험이 오는 방향이 늘어나고, 화면 여러 곳에서 동시에 공격이 날아옵니다.
이 구간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눈앞에 크게 보이는 적보다 화면 구석에서 이미 이쪽을 겨눈 적이 먼저입니다. 화려한 목표에 정신이 팔리면 옆에서 조용히 맞습니다. 겨냥점을 화면 중앙에 두고 좌우를 훑는 식으로 시야를 넓게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지막 요새 전투는 밀도가 가장 높습니다. 여기서는 큰 화기와 보급이 전부 계산에 들어갑니다. 앞선 판에서 얼마나 아껴 왔느냐가 그대로 결과로 나오기 때문에, 이 게임은 사실상 첫 판부터 마지막을 대비하며 하는 게임입니다.
기판이 만든 화면
1995년이면 오락실이 3차원 그래픽으로 넘어가던 시기입니다. 이 게임은 그쪽으로 가는 대신, 평면 그림을 여러 겹으로 겹치고 크기를 키웠다 줄이는 방식으로 깊이를 만들어 냈습니다. 멀리 있던 적 기체가 점점 커지며 다가오는 그 움직임이 이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화면은 원작 그림체의 인상을 그대로 지킵니다. 다각형으로 깎아 만든 로봇이 아니라, 손으로 그린 듯한 기체가 화면 가득 커지며 다가옵니다. 원작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이쪽이 오히려 더 익숙한 그림입니다.
만든 곳은 이 계열 판권물을 오랫동안 다뤄 온 회사입니다. 같은 소재로 여러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 왔는데,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오락실 건 슈팅이라는 형태를 택했다는 점에서 눈에 띕니다. 총을 들고 로봇을 조종한다는 조합 자체가 흔치 않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일본 안에서만 돌았고, 수량도 많지 않았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건담 이름을 단 기판을 봤다면 대개는 나중에 나온 다른 작품이었을 것입니다. 이 게임은 국내에서 실물을 만나기 어려운 축에 속합니다.
총을 쥐고 하는 게임 자체는 그 시절 국내 오락실에도 자리가 있었습니다. 화면 안으로 밀려오는 것을 쏘아 넘기는 그 감각은 익숙하고, 이 게임은 거기에 로봇이라는 소재를 얹은 것입니다. 지금 해 보면 총 대신 화면 안 겨냥점을 다루게 되지만, 아껴 쓰고 막아 내는 그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