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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버드

건버드 (Gunbird Korea) · 1994 · Psi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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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아니라 사람이 날아옵니다

슈팅 게임의 캐릭터 선택 화면에 마녀와 로봇과 노인이 나란히 서 있는 광경은 지금 봐도 낯섭니다. 빗자루를 탄 소녀가 마법으로 총알을 뿌리고, 그 옆에서는 기계 몸을 한 노인이 팔을 뻗어 사격합니다. 하늘을 나는 이유도 저마다 달라서, 누구는 돈을 벌려고 누구는 사람을 찾으려고 같은 하늘에 올라옵니다.

건버드(Gunbird)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소원을 이뤄 준다는 옛 물건의 조각을 모으기 위해 다섯 명이 각자의 사정을 안고 경쟁하듯 나서고, 스테이지 사이사이 짧은 대화로 그 사정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기체가 아니라 인물을 고르는 슈팅이라는 인상이 첫 화면부터 분명합니다.

건버드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4)

다섯 명, 다섯 가지 사격

마녀 마리온은 빗자루를 타고 넓게 퍼지는 마법을 쏩니다. 기계 몸의 노인 발너스는 정면 화력이 두툼하고, 로봇 테츠는 몸집이 큰 대신 한 방이 무겁습니다. 중국에서 온 유안냥과 하늘을 나는 애쉬까지 더해 다섯 명이 되는데, 사거리와 탄의 폭, 이동 속도가 저마다 달라서 같은 스테이지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지나가게 됩니다.

넓게 퍼지는 캐릭터는 잡졸을 정리하기 편한 대신 보스를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정면으로 모이는 캐릭터는 그 반대라, 보스 앞에서는 시원하지만 잡졸에 둘러싸이기 쉽습니다. 처음에는 넓게 퍼지는 쪽이 편하고, 익숙해질수록 화력이 모이는 쪽으로 손이 갑니다.

건버드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4)

보고 피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이 게임의 탄은 작고 빠릅니다. 화면을 가득 덮는 느린 탄막이 아니라, 플레이어를 정확히 겨눈 탄이 순식간에 날아오는 방식입니다. 반응 속도로 피하려고 하면 계속 맞습니다. 대신 조준탄이라는 성질을 이용해, 탄이 발사되는 순간 옆으로 살짝 움직여 틈을 벌리는 요령을 익히면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계열 슈팅은 외우는 게임이 됩니다. 어느 지점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그 직전에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몸이 기억하게 되면 난도가 급격히 내려갑니다. 봄은 아껴 두는 물건이 아니라 위험한 구간마다 계획적으로 쓰는 자원에 가깝고, 차지 공격은 적이 몰리는 순간에 맞춰 놓아야 값을 합니다.

짧고 굵은 스테이지

한 스테이지의 길이가 길지 않고, 잡졸이 나오면 바로 밀고 들어옵니다. 늘어지는 구간 없이 곧장 보스로 이어지는 구성이라 한 판이 금방 끝나고, 그만큼 다시 넣고 싶어집니다. 보스는 등장 연출부터 요란하고, 부위가 부서지면서 공격 패턴이 바뀌는 형태가 많아 어디를 먼저 깨야 하는지 판단이 필요합니다.

배경도 한 가지 색으로 가지 않습니다. 마을과 성, 기계 요새와 하늘 위를 오가며 마법과 기계가 뒤섞인 세계를 보여 주는데, 이 어수선한 조합이 오히려 이 게임의 개성이 되었습니다.

시리즈의 출발점

이 작품으로 제작진의 색깔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빠른 조준탄, 캐릭터를 앞세운 연출, 짧고 밀도 높은 스테이지라는 특징이 이후 스트라이커즈 1945와 속편들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특히 캐릭터 조합에 따라 대화와 결말이 달라지는 구성은 이 시리즈의 상징이 되었고, 속편에서 훨씬 큰 비중으로 다듬어졌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난도는 만만치 않지만 구조는 아주 정직합니다. 죽은 자리를 기억하고 그 앞에서 자세를 바꾸면 확실히 더 멀리 갑니다. 몇 판만 반복해도 실력이 느는 것이 체감되는, 오락실 슈팅 특유의 재미가 잘 살아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