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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

아아 영광의 고시엔 (Ah Eikou no Koshien Japan) · 1990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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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그대로 집으로 가는 야구

프로야구 게임은 한 경기를 져도 다음 경기가 있습니다. 페넌트레이스니까요. 그런데 이 게임의 무대는 고시엔,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입니다. 단판 승부 토너먼트라 한 번 지면 그걸로 끝입니다. 3학년에게는 마지막 여름이 그 자리에서 닫힙니다.

이 설정 하나가 게임의 체감을 완전히 바꿉니다. 똑같이 9회말 1점 차인데도 어깨에 걸리는 무게가 다릅니다. 여기서 한 점을 못 막으면 다음이 없다는 것을 알고 던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야구 규칙은 다른 게임과 똑같은데 긴장의 결이 다른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고시엔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0)

어떤 게임인가

아아 영광의 고시엔(Ah Eikou no Koshien)은 고교야구팀을 맡아 전국대회를 이겨 나가는 야구 게임입니다. 공격할 때는 타자를 조종해 투수의 공을 노려 치고, 주자가 나가면 진루를 지시합니다. 수비할 때는 투수가 되어 구종과 코스를 정해 던지고, 타구가 뜨면 야수를 움직여 잡고 송구합니다. 야구 게임이 하는 일은 대체로 이 두 가지의 반복입니다.

한 경기를 이기면 다음 상대가 나오고, 상대는 갈수록 강해집니다. 이기는 동안 계속 나아가고 지면 그 자리에서 끝나는 구조라, 오락실 게임으로서는 아주 명쾌합니다. 동전을 넣는 이유와 게임 안의 목표가 정확히 겹치기 때문입니다.

고시엔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0)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야구 게임을 처음 잡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공을 다 치려고 드는 것입니다. 화면에 공이 날아오면 반사적으로 버튼을 누르는데, 그러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도 방망이가 나갑니다. 요령은 참는 것입니다. 볼을 골라내면 볼넷으로 공짜 출루가 되고,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처지가 되어 치기 좋은 공이 옵니다. 야구 게임에서 초보와 중급의 차이는 방망이 실력보다 참는 데서 갈립니다.

수비에서는 던지는 코스를 매번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통한다고 같은 자리에 계속 넣으면 상대 타자가 노리고 들어옵니다. 안쪽 바깥쪽을 번갈아 쓰고, 가끔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나는 공을 섞어 헛스윙을 유도하는 식이면 훨씬 편해집니다.

타구를 잡은 뒤 어디로 던질지 판단하는 것도 초반에 헤매는 부분입니다. 급하다고 무조건 1루로 던지면 앞선 주자가 계속 진루합니다. 주자가 있을 때는 선행 주자를 먼저 잡을 수 있는지부터 보는 습관을 들이면 실점이 크게 줄어듭니다.

고시엔이라는 소재

일본에서 고시엔은 단순한 고교 대회가 아닙니다. 여름마다 전국이 지켜보는 행사이고, 진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의 흙을 담아 가는 장면이 해마다 반복되는 국민 정서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일본 게임 회사들은 이 소재를 꾸준히 다뤄 왔습니다. 프로야구를 다룬 게임이 선수 이름과 성적을 파는 것이라면, 고시엔을 다룬 게임은 단판 승부의 정서를 팝니다.

타이토가 이 소재를 오락실용으로 만들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오락실 게임은 한 판이 짧아야 하고 결판이 빨라야 하는데, 토너먼트 형식은 그 요구에 딱 맞습니다. 지면 끝나니 회전이 빠르고, 이기면 계속 가고 싶어지니 동전이 들어갑니다.

국내에서는

국내 오락실에도 일본 야구 게임이 여럿 들어왔지만, 스포츠 게임은 슈팅이나 액션만큼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는 못했습니다. 한 판이 길고, 야구 규칙을 아는 사람만 붙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붙는 사람은 오래 붙었습니다. 옆에서 둘이 대전으로 한 경기를 끝까지 하는 광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게임을 해 보면 조작이 요즘 야구 게임보다 단순해서 오히려 접근하기 쉽습니다. 선수 육성이나 시즌 관리 같은 것을 붙들 필요 없이, 그냥 던지고 치고 잡는 야구의 뼈대만 남아 있습니다. 야구 게임을 오래 안 해 본 사람이 감을 되찾기에 알맞은 물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