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레이지
링 레이지 (Ring Rage Ver 2 3o 1992 08 09) · 1992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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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서 넷이 링에 올라갑니다
오락실 기계는 대개 두 자리였습니다. 네 명이 동시에 붙는 기계는 흔치 않았고, 그런 기계가 들어오면 그 앞은 늘 시끄러웠습니다. 이 게임은 그 드문 네 자리 기계였고, 그것도 프로레슬링이었습니다. 링 위에서 네 사람이 서로 붙잡고 던지는 동안 스틱을 흔드는 소리가 기계 소리보다 컸습니다.
캐릭터가 그림이 아니라 실제 사람을 찍어 만든 것처럼 보인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무렵 격투 게임들이 앞다투어 시도하던 방식인데, 근육질 레슬러와 잘 어울려서 링 위의 덩치들이 유난히 커 보였습니다.
태그와 배틀로얄을 오가는 프로레슬링
링 레이지(Ring Rage)는 옆에서 본 링 안에서 붙잡고 던지고 조르는 프로레슬링 게임입니다. 방향 레버로 링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버튼으로 때리고 붙잡습니다. 상대를 넘어뜨린 뒤 위에 올라타 셋을 세면 이깁니다.
혼자 하면 태그 매치를 이어 가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짝을 이룬 팀으로 네 판을 이겨 내면 마지막에 챔피언 팀이 기다립니다. 그 밖에 여덟 명이 한꺼번에 링에 올라 마지막까지 서 있는 사람을 가리는 배틀로얄, 3판 2선승으로 붙는 단판 경기 같은 방식도 있습니다. 철창을 두른 경기까지 준비되어 있어서 고를 거리가 꽤 됩니다.
여덟 명의 레슬러와 필살기
선택할 수 있는 레슬러는 여덟 명이고, 저마다 옷차림과 몸집과 주특기가 다릅니다. 덩치가 큰 쪽은 붙잡기 싸움에서 이기고 한 방이 무겁지만 느리고, 날렵한 쪽은 로프를 타고 날아드는 기술이 좋은 대신 붙잡히면 그대로 끌려다닙니다. 캐릭터마다 화려한 필살기가 따로 준비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그 기술 하나 보려고 캐릭터를 바꿔 가며 골라 보게 됩니다.
프로레슬링 게임답게 반칙에 가까운 요소도 들어 있습니다. 링 밖으로 나가 무기를 집어 드는 일도 벌어지고,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지고 있던 판이 한순간에 뒤집히기도 합니다.
붙잡기 싸움에서 지지 않는 법
이 계열 게임의 핵심은 맞붙었을 때의 힘겨루기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 붙잡으면 버튼을 빠르게 두드리는 쪽이 기술을 겁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여기서 계속 밀려서 한 번도 기술을 못 걸어 보고 지는 일이 흔합니다. 붙잡기 전에 먼저 한두 대 때려 상대를 흔들어 놓고 들어가면 훨씬 유리해집니다.
혼자 넷이 붙는 판에 들어가면 정면 승부보다 자리 싸움이 중요합니다. 남들이 서로 붙잡고 있을 때 옆에서 끼어들어 마무리하는 쪽이 이깁니다. 반대로 자기가 기술을 걸고 있는 사이 뒤에서 얻어맞기 쉬우니,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를 골라 붙잡아야 합니다.
체력이 바닥나면 동전을 더 넣어 회복시키는 장치도 있습니다. 오락실 입장에서는 매출을 늘리는 요소였고, 손님 입장에서는 다 이긴 판을 상대가 돈으로 뒤집는 상황이라 곱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기 방식마다 요령도 다릅니다. 태그 매치에서는 체력이 떨어졌을 때 코너로 가서 동료와 교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밖으로 나간 선수는 조금씩 힘을 회복하니, 무리하게 버티다 눕는 것보다 자주 바꿔 주는 편이 오래 갑니다. 반대로 상대가 교대하려고 코너로 붙는 순간이 가장 큰 기회입니다.
같은 시기 레슬링 게임들 사이에서
이 무렵 오락실 레슬링은 미국 프로레슬링 인기에 올라탄 장르였습니다. 실명 선수들이 나오는 게임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이듬해에는 대전 격투 문법을 그대로 가져온 레슬링 게임도 나옵니다. 그 사이에 놓인 이 게임은 실명 선수도 없고 격투 게임식 커맨드도 없는 대신, 네 명이 동시에 뒤엉키는 난장판을 밀어붙였습니다.
만든 곳은 타이토이고, 90년대 초 타이토가 새로 꺼낸 기판 계열에서 이른 시기에 나온 작품에 속합니다. 색이 곱고 캐릭터가 크게 나오는 것이 이 기판의 특징인데, 덩치 큰 레슬러들이 화면을 꽉 채우는 그림과 잘 맞았습니다.
사람을 찍어 다듬은 듯한 캐릭터는 이 시절의 유행이었습니다. 동작 하나하나가 묵직하고, 상대를 들어 올렸다가 내리꽂는 순간의 무게가 그림에서 그대로 전해집니다. 대신 동작 사이가 뚝뚝 끊겨 보이는 한계도 함께 있어서, 몇 년 지나면 이 방식은 빠르게 자취를 감춥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드문 자리였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네 자리짜리 기계 자체가 귀했습니다. 자리를 두 배로 차지하는데 손님은 그만큼 늘지 않으니 업주가 선뜻 들여놓기 어려웠고, 그래서 대개는 두 자리로 개조된 기계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런 사정 때문에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신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네 자리 기계 없이도 여러 명이 붙는 그 난장판을 그대로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지금 해 보면 이 게임이 무엇을 노렸는지 더 잘 보입니다. 한 판이 짧고 규칙이 단순해서 처음 잡아도 금방 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