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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란카

노보란카 (Noboranka Japan) · 1986 · Core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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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만 올라가는 게임

오락실 게임의 방향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슈팅은 위로 날아가고, 액션은 오른쪽으로 갑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 위로만 기어올라 가는 게임이 나옵니다.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흐르고, 플레이어는 발 디딜 곳을 찾아 계속 높은 곳으로 향합니다. 밑에서는 무언가가 쫓아오거나 발판이 사라지고, 잠깐 멈칫하면 아래로 떨어집니다.

이 게임의 제목은 일본어로 올라가지 않겠느냐, 올라가 보자는 뜻의 말장난에서 온 것입니다. 제목 그대로, 하는 일은 오르는 것 하나입니다. 단순하지만 그래서 붙잡으면 손이 쉬지 않습니다.

노보란카 플랫폼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6)

어떤 게임인가

Noboranka는 화면 아래쪽에서 시작해 위쪽으로 계속 이동하는 등반 액션 게임입니다. 나뭇가지나 발판 같은 것을 딛고 한 칸씩 올라가면서, 도중에 나타나는 방해 요소를 피하거나 처리합니다. 화면은 플레이어가 올라간 만큼 따라 올라오고, 아래쪽은 그만큼 잘려 나갑니다. 즉 한 번 올라간 자리로 되돌아갈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조작은 레버로 좌우와 오르내림을 조절하고 버튼으로 행동하는 정도로 간단합니다. 배워야 할 것은 조작이 아니라 눈입니다. 다음에 어디를 밟을지, 지금 이 자리에 얼마나 머물러도 되는지를 짧은 순간에 판단하는 것이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노보란카 플랫폼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6)

처음 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것

등반형 게임을 처음 잡으면 대부분 급하게 올라가려다 죽습니다. 화면이 밀어 올리니 서둘러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 칸 위를 확인하고 확실할 때 발을 옮기는 쪽이 훨씬 오래 삽니다. 무턱대고 위로 붙는 습관부터 고쳐야 합니다.

두 번째 요령은 좌우 위치를 미리 잡아 두는 것입니다. 위로 올라가는 길이 한 줄이 아니라 좌우 어느 쪽으로도 이어질 때가 있는데, 갈림길에 도착해서 고민하면 이미 늦습니다. 한 칸 아래에 있을 때부터 어느 쪽으로 붙을지 정해 놓고 움직이면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막다른 곳에 몰렸을 때는 조금 내려갔다가 다른 줄로 옮겨 타는 판단도 필요합니다. 위로만 가려다 갇히는 것보다, 한 걸음 물러나 길을 바꾸는 편이 살아남는 데 유리한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난이도가 어디서 튀는가

초반은 발판 사이 간격이 넉넉하고 방해 요소도 드물게 나옵니다. 그러다 위로 갈수록 두 가지가 동시에 조여 옵니다. 발 디딜 곳은 좁아지고, 방해 요소는 여러 방향에서 옵니다. 이 둘이 겹치는 순간이 이 게임에서 가장 죽기 쉬운 지점입니다.

이때부터는 안전한 자리 하나를 확보하고 잠시 기다리는 요령이 통합니다. 방해 요소가 지나갈 자리를 눈으로 확인한 다음 그 틈에 두세 칸을 한 번에 올라가는 식입니다. 계속 조금씩 움직이는 것보다, 멈췄다가 한 번에 크게 움직이는 쪽이 실수가 적습니다.

무한히 이어지는 구조의 게임이 대개 그렇듯이, 목표는 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높이 갔느냐입니다. 점수판이 곧 기록이고, 옆 사람보다 한 칸이라도 높이 올라가는 것이 그 시절 오락실에서 다투는 방식이었습니다.

코어랜드와 하청 시대

코어랜드는 1980년대 일본 아케이드 업계에서 자체 이름을 크게 내걸기보다 다른 회사의 기판과 게임을 만들어 주는 일을 많이 하던 개발사입니다. 나중에 회사 이름을 바꾸고 완구 쪽 사업과 얽히면서 방향이 달라지지만, 이 무렵에는 여러 회사에 게임을 공급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 코어랜드의 작품들은 대작보다는 규칙 하나를 붙잡고 깔끔하게 만든 소품이 많습니다. 이 게임도 그렇습니다. 화려한 연출이나 긴 이야기 대신, 오르는 동작 하나에 집중해 놓았습니다. 큰돈을 들여 기판을 채우기 어려운 조건에서 재미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런 등반형 게임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 한국 오락실은 슈팅과 격투 쪽에 자리를 몰아주고 있었고, 일본 안에서만 짧게 돌다 사라진 기판은 아예 들어오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게임을 눌러 보는 일은 당시 오락실에서도 흔치 않았던 화면을 처음 보는 셈이 됩니다.